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월 2025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서도 "문화마을"이 있었으면...
2018년 02월 03일 21시 22분  조회:5485  추천:0  작성자: 죽림

메밀꽃 없는 봉평

 2018.02.02. 
 
 
 

평창 겨울 연가 ③

평창의 겨울은 매서웠다. 수시로 눈이 내렸고, 송곳 같은 바람이 불었다.

눈과 바람 아래 마주한 풍경은 그래서 더 깊고 섬연했다.

 

효석문화마을 산책길

효석문화마을 산책길에 마주한 그림 같은 풍경.

 

한겨울에 봉평을 찾은 기억은 없다. 생각해보면 봄에도, 여름에도 마찬가지다. 봉평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언제나 초가을. 좀 더 정확히는 매년 산허리에 피기 시작한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 될 즈음부터다. 이 숨 막힐 듯 매혹적인 문장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실제 많은 여행자가 9월만 되면 봉평으로 향한다.

 

 

물레방앗간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생원이 성씨 처녀와 만난 물레방앗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정말로 평창군 봉평면 일대 관광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소설이다. “한번 가보시겠어요? 겨울철 풍광은 전혀 달라요. 인파도 적고 고즈넉하고, 뭣보다 워낙 눈이 많이 쌓이는 동네거든요.” 담당자의 말에 마음이 혹했다. 메밀꽃 대신 눈으로 뒤덮인 봉평이라니. 반쯤 배팅하는 기분으로 가파른 산길을 달렸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자 가산 이효석의 고향인 효석문화마을은 평창군 서남쪽 끄트머리에 있었다. 허생원이 드나들던 장터와 주막, 그가 성씨 처녀와 사랑을 나눈 물레방앗간 등 작품 속 주요 장소와 더불어 이효석문학관, 이효석 생가터가 자리한 봉평의 명소다.

 

“이효석문학관은 가산 선생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연대기별로 살펴볼 수 있는 장소예요. 깔끔하게 정비된 내부에 유품과 초간본, 작품이 발표된 잡지며 신문 등이 전시되어 있죠.” 이효석문학관은 일대 메밀밭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숨어 있었다. 눈이 얼어붙은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 언덕 꼭대기에 섰다. 온통 새하얀 눈밭과 얕은 지붕이 도열한 작은 마을, 바싹 메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수묵화처럼 아련하게 포개진 산등성이들. 1시간 동안 달리는 차 안에서 오만 생각을 했건만, 모든 번민이 단숨에 씻겨 내려갔다. 메밀꽃 없는 메밀밭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예상치 못한 풍광 앞에서 낯선 여행자는 할 말을 잃었다.

 

평창 재래시장

평창의 재래시장에서는 메밀부침과 메밀전병을 꼭 맛봐야 한다.

 

당일치기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평창읍이었다. 군청 가까이의 평창바위공원에 닿을 무렵, 이미 해가 반쯤 떨어지고 있었다. 점점 푸른빛을 발하는 오후 햇살 아래, 다양한 크기며 형태의 수석이 묘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원래부터 제자리였다는 듯 저마다 근엄하고 떳떳한 자태였다. “약 1만 7785제곱미터의 부지에 123개 수석이 놓인 전국 최대 규모의 바위공원이에요. 다들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인데, 가장 큰 바위의 무게가 140톤에 이르죠. 여름에는 인근의 넓은 공터를 오토캠핑장으로도 이용하고 있어요.”

 

조형물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평창읍 버스터미널 인근에 설치한 조형물.

 

해가 완전히 진 뒤 바위공원을 벗어나 평창에서의 마지막 산책을 즐겼다. 세찬 바람을 뚫고 강변을 따라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길, 방금 설치를 마친 듯 미끈한 올림픽 기념 조형물들도 만났다. 검푸른 하늘과 새까만 능선을 배경으로 막 스키점프대를 벗어나는 선수의 조각. 그 맹렬한 비상이 마치 평창의 오랜 염원처럼 느껴졌다. 평창의 차갑고도 뜨거운 겨울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2018년 2월호>

 

/에디터 류현경

///포토그래퍼 전재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77 [이런저런] - "이 판결이 불과 10년후에는 비웃음거리가..." 2017-09-10 0 3764
1276 마광수님은 "별것도 아닌 인생"길에서 "덫"에 걸렸다... 2017-09-09 0 3316
1275 [이런저런] -마광수님은 "얄궂은 한 시절 모퉁이를 돌아갔다"... 2017-09-09 0 3408
1274 [이런저런] - 마광수님은 "어느날 갑자기..."를 내다봤다?!... 2017-09-09 0 3058
1273 [쉼터] - 마광수님께서 남긴 어록 2017-09-09 0 3331
1272 [이런저런] - 마광수님과 "윤동주 1호 박사" 2017-09-09 0 4698
1271 마광수님, 또한 도대체 그는 누구인가?!... 2017-09-09 0 4735
1270 [이런저런]시대가 ''자유인 문학外인''이였던 마광수님 죽이다... 2017-09-09 0 3087
1269 [이런저런]"배고픈 철학자보다 섹스를 즐기는 돼지가 더 낫다" 2017-09-09 0 4497
1268 [이런저런] - 살아있을 때 리해하기와 죽어서 겨우 리해하기 2017-09-09 0 3149
1267 [이런저런]마광수님께서 살아계실때 책한권이라도 사줬던걸... 2017-09-09 0 3419
1266 [이런저런] - "이색모자축제" 2017-09-08 0 2970
1265 [이런저런] - 기부하는 멋찐 모델 2017-09-08 0 2754
1264 [쉼터] - "언어와 문자는 감옥문을 여는 열쇠와 같다"... 2017-09-08 0 3125
1263 [이런저런] - 돼지고기와 "806개의 담석" 2017-09-08 0 3240
1262 [쉼터] - 손끝에서 손끝으로... 매듭에서 매듭으로... 2017-09-08 0 3078
1261 [쉼터] - 2만여마리 꿀벌과 30대 임신부 2017-09-07 0 3029
1260 [이런저런]-"동주연구가" 마광수님은 윤동주 "부끄러움"찾다... 2017-09-07 0 3637
1259 [이런저런]-"사법살인"되였던 마광수님은 "추억마저 지우"다... 2017-09-07 0 2910
1258 [이런저런]-"필화사건" 마광수님은 윤동주시인연구로 박사로... 2017-09-07 0 3013
1257 [이런저런] - "즐거운 사라" 마광수님은 "마녀사냥"에 당하다... 2017-09-06 0 3182
1256 [이런저런] - "괴짜교수" 마광수님은 "야하디 야하게" 가셨다... 2017-09-06 0 3246
1255 [쉼터] - 쐬주, 쌍놈, 꼴통, 그리고... 2017-09-05 0 3289
1254 [쉼터] - 세계 유명 맥주야, 한잔씩만 놀아나 보쟈... 2017-09-05 0 3050
1253 [이런저런] - 맥주 그득 든 맥주컵 27개 들어 세계신기록... 2017-09-05 0 5019
1252 [그것이 알고싶다] - 칠석절 유래?... 2017-09-05 0 3116
1251 [이런저런] - 기구 타고 잣 채집하다 강풍에... 2017-09-02 0 2757
1250 [쉼터] - 화룡적 박학림="예술에 무슨 퇴직이 있겠습니까"... 2017-08-25 0 3140
1249 [쉼터] - 연변 "수이뤄"가 "민들레" 단장 되다... 2017-08-25 0 3240
1248 [쉼터] - 씨름이사 내가 최고짐... 나 황소 탔소... 2017-08-25 0 3221
1247 [쉼터] - 99년만에 찾아온 보기드문 "우주쇼"- 개기일식 2017-08-22 0 5208
1246 [쉼터] - "당근"이가 잃어버린 약혼반지를 찾아주다... 2017-08-21 0 3133
1245 [고향문단유사]-화룡적 전병칠과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2017-08-21 0 4662
1244 한자 "현지원음" 표기법 폐지되어야... 2017-08-17 0 2899
1243 [고향문단소식]- 최영옥 동시인 "사랑의 크기"를 25년 키우다... 2017-08-17 0 3292
1242 [소식]-화룡출신 정세봉소설가 40년간 문학숙명의 길 더듬다... 2017-08-17 0 3240
1241 [소식]- 화룡출신 최룡관 시백 "하이퍼시창작론" 구구거리다... 2017-08-17 0 3026
1240 [소식]-화룡출신 최룡관 시백 "하이퍼시 창작론" 시집 보내다... 2017-08-17 0 3001
1239 [고향문단소식] - 오색령롱하게 만방에 넘치는 "사랑의 크기"... 2017-07-27 0 3900
1238 [그것이 알고싶다] - "칠월칠석"의 유래?... 2017-07-25 0 6750
‹처음  이전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