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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가 좋아했던 아동문학가 - 윤석중
2018년 11월 16일 00시 00분  조회:2618  추천:0  작성자: 죽림
 

 

 

100년 전, 어린이의 영원한 벗이 태어나다

한국 문학사에서 1930년대는 ‘상실의 시기’로 기록된다. 
실제로 당시 문학을 보면 부모와 고향을 잃거나 나라를 빼앗긴 아픔을 그린 작품이 많다. 
일제의 수탈과 착취가 심해진 결과인데, 이러한 작품들은 공교롭게도 1911년에 태어나 갓 스무살을 넘긴 문인들을 중심으로 당시 한국 문단의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태어나 상실의 환경에서 자랐지만 밝고, 맑은 노랫말로 동심(童心)에 꿈과 희망을 불어넣은 이가 있다.
1,000여 편에 이르는 동시와 동요로 어린이들에게 밝은 마음을 심어준 아동문학가, 윤석중(尹石重)이다.

소년 문사, 글을 쓰다 

1911년 5월 25일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년 문사로 활약했을 정도로 문학에 소질을 보였다. 
13세 때인 1924년 어린이 잡지《신소년》에 동요 〈봄〉으로 등단해 동요를 짓기 시작했는데 윤석중이 아동문학에 정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할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윤석중은 열 살(1921년)이 되어서야 교동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늦게 들어간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은 이상하기만 했다.
우리 말, 우리 글이 있는데 일본 동요만 배우고, 그 노래를 못 하면 야단을 맞는 일제 치하의 현실이 어린 석중에게는 한없는 의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열두 살 때 소파 방정환의 주도로 열린 첫 번째 어린이날 행사를 보고 ‘어린이의 정신을 일깨우는 데 민족의 미래가 있다’는 해답을 얻은 윤석중은 우리말의 재미와 아름다움을 살린 동요로 필명을 날렸다.
또한 1929년에는 작곡가 홍난파와 교유하면서 ‘퐁당퐁당’ ‘낮에 나온 반달’ 등의 동요를 탄생시켜 그 전까지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 같이 한숨과 눈물이 나는 ‘창가(唱歌)’를 불렀던 어린이들에게 아이들의 노래를 선사했다.

창작 동요의 1세대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쓴 윤석중이 ‘한국 동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한국 노래에 전통적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율동감은 시조에서 3·4조, 민요에서 7·5조, 가사에서 4·4조의 율격(律格)으로 나타나는데, 윤석중은 이 3가지 율격을 종합한 생동감 있는 기본 리듬으로 동요를 써 그의 노래를 부르면 누구나 숨결에 와 닿는 따뜻한 리듬을 느낄 수 있다.

나라는 어렵고, 시대는 암울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라나는 세대들이 밝은 노래를 불러야 '한(恨)'으로 대변되는 어른들의 정서가 아이들의 마음에 파고 들지 않고, 아이들이 희망을 노래해야 나라의 미래도 밝아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자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말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윤석중은 1933년 국내 첫 동시집 [잃어버린 댕기]를 펴내고, ‘기차길 옆 오막살이’, ‘우산 셋이 나란히’ 등 요즘 아이들도 즐겨 부르는 동요를 연이어 발표했다.

80년 가까이 1200여편의 노랫말을 지은 동시의 역사

1942년 일본 유학길에 올랐으나 징용을 피해 곧 귀국한 윤석중은 1945년 8월 15일. 해방되던 날의 감격을 ‘새 나라의 어린이’로 표현했다.

또 그 이듬 해에는 한국 최초의 주간지인 [주간 소학생]을 창간하며 ‘어린이날 노래’를 지었고,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로 시작되는 ‘졸업식 노래’를 만드는 등 제2의 창작 황금기를 맞았다.

하지만 1950년 발발한 한국 전쟁으로 아버지와 새어머니, 이복동생을 모두 잃는 아픔을 겪었는데, 마음에 슬픔이 괴여갈수록 자라나는 아이들이 희망이라 믿은 윤석중은 1956년 ‘새싹회’를 창립해 어린이를 위한 각종 사업을 전개했고 2003년 12월 9일 타계하기까지 1천300여 편의 동요와 동시를 남겼다.

이같은 공로로 1978년 동양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언론 문학창작상)’을 받은 윤석중은 “동심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자유자재로 정을 나누는 마음”이라고 말했는데 그가 믿었던 대로 한국의 어린이들은 “♬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윤석중이 지은 ‘어린이날 노래’의 새와 냇물처럼 푸른 하늘과 푸른 벌판을 날고 달리며 자라서 아들 딸을 낳아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를 불러주며 키우고, 그 아들 딸들은 장성해 자신의 아이들에게“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같은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니, 우리의 마음은 윤석중의 노래가 있어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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