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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와 꿈
2018년 12월 19일 21시 55분  조회:2693  추천:1  작성자: 죽림

"윤동주는 어떤 꿈을 꾸었을가"...(주; 필자, 제목 설정)
 



윤동주 시인을 다룬 영화 <동주>(2016)를 보면, 연희전문시절 윤동주, 송몽규와 친하게 지낸 강처중을 만날 수 있다. 송몽규와 윤동주에 영화의 초점이 맞춰져 조연으로 등장하고 있지만, 그는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정음사, 1948)가 나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시집의 근간이 된, 연희전문 졸업 당시 윤동주가 수기(手記)로 만들어 준 시집을 잘 보관한 후배 정병욱의 역할이 가장 컸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윤동주의 시집 발간에 적극적이었고 일본 유학 시절 윤동주가 보낸 시 다섯 편 등이 포함되어 31편의 시가 묶였다는 점, 그리고 이 시집의 발문까지 쓴 사실은 그의 공이 적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의 발문에는 윤동주의 삶과 문학적 소양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윤동주는 말주변도 사귐성도 별로 없었지만, 그의 방에는 언제나 친구들로 가득 찼다는 점, 아무리 바빠도 친구가 찾아오면 기쁘게 맞이해주었고 산책도 자주 했다는 점, 산책할 때 말없이 묵묵히 걸었고 항상 그의 얼굴은 침울했다는 점, 돈이 궁해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돈 또는 외투 등을 주어 보냈다는 점 등이다. 이처럼 친구들에게 너그럽고 관대한 모습을 보이던 윤동주도 자기 시에 관한 부분에서는 철저했다고 한다. “동주 자네 시 여기를 좀 고치면 어떤가” 하는데 그는 응하여 주는 때가 없었다. 조용히 열흘이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곰곰이 생각하여서 한 편 시를 탄생시킨다. 그때까지는 누구에게도 그 시를 보이지 않는다. 이미 보여주는 때는 흠이 없는 하나의 옥이다. 지나치게 그는 겸허온순하였건만, 자기의 시만은 양보하지를 안했다”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다. 이렇듯 그는 자신의 시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 그리고 ‘흠이 없는’ 완성도 높은 시를 쓰려는 강한 의지와 열정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그는 조국을 사랑하고, 우리말을 좋아하는 마음을 잘 담아내어 아름다운 시로 형상화 한 것이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1938년은 더 이상 우리말을 쓸 수 없었던, 일제의 군국주의가 점점 노골화된 시기였기에 아름다운 우리말을 갈고 닦은 그의 시는 빛을 더 발한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우리말에 대해 더 애착을 갖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과 아울러 연희전문 시절에 우리말의 중요성을 일러준 최현배 한글학자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을 소설화한 ‘시인 동주’(창비, 2015)에 나오는, 최현배 교수의 말은 인상적이다.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말하고 듣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국어가 있습니다. 누구나 모국어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사유하며, 삶을 배워 갑니다. 그러므로 모든 모국어 속에는 그 민족의 역사적 얼이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부디 잊지 말기 바랍니다”라고 한 그의 말은 윤동주 시인이 민족적이고 서정적인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게 된 힘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새로운 길」 전문


 

윤동주는 끊임없이 새로운 길로 나아간다. 용정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교토로 이어지는 낯선 길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희망을 찾아 나선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주어진 길”을 걸어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이 진정으로 꿈 꾼 길은 동아시아의 문화공동체적 삶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용정-평양-서울-도교-교토로 이어지는 그의 기나긴 행로를 통해 ‘강점’이나 ‘억압’이 아닌 서로 소통하고 평화가 공존하는 삶을 꿈꾸었을 것이리라. 윤동주 시인이 이러한 길을 꿈꾸는 데 그 이면에 조국에 대한 사랑과 우리말에 대한 소중한 인식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굿모닝충청 김현정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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