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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윤동주
「이 개 더럽잖니」
아 ― 니 이웃집 덜렁수캐가
오늘 어슬렁어슬렁 우리 집으로 오더니
우리 집 바둑이의 밑구멍에다 코를 대고
씩씩 내를 맡겠지 더러운줄도 모르고,
보기 흉해서 막 차며 욕해 쫓았더니
꼬리를 휘휘 저으며
너희들보다 어떻겠냐 하는 상으로
뛰여가겠지요 나 ― 참.
1937.봄(추정).
자화상’에 나타난 연약한 자아
윤동주 시인 작품 '자화상' 전문. |
이 교수는 1939년 본격적인 자기만의 시 세계를 구축한 첫 작품, ‘자화상’에 대한 시 분석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윤동주 시인은 작품을 남기면서 창작 년, 월 종종 일자까지 자세히 기록했는데, 마치 일기를 쓰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연희전문 2학년 2학기를 앞두고 여름방학에 쓴 시 '자화상'은 연약하고 예민한 자아를 나타내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시 '자화상'의 배경은 고향 북간도 명동촌으로 알려졌다. 시에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라는 구절이 등장하기 때문. 후에 유족들은 당시 집 가까이 우물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교수는 “시에는 자기 분신에 대해 미웠다가 가엾다가 다시 그리워지는 여러 갈래의 심정이 들어있다”며 “식민지 지식인이자 대학생 청년으로서 역사와 민족을 위해 나설 수 없는, 나약한 자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후 1941년 2월 7일 쓴 시 ‘무서운 시간’, 같은해 6월에 완성한 ‘바람이 불어’ 등의 작품도 결을 같이 한다. 민족 현실에 대해 괴로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두려움과 공포가 상존한다. 이 시기에도 나약한 존재로서의 자아가 나타난다.
자아의 변환, ‘십자가’
반면 1941년 5월 31일 쓴 작품 ‘십자가’에서는 두려움과 의지 두 가지의 감정을 가진 자아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아 세례를 받고, 기독교적 가정에서 자라온 윤동주 시인이 희생에 대한 의지를 엿보인 대목도 나온다.
이 교수는 “시 ‘십자가’의 전반부는 무력하고 나약한 자아가 나타나지만 후반부에는 희생을 짊어진 예수 그리스도를 들어 기꺼이 죽음을 감수하겠다는 반대의 자아가 있다”며 “암담한 현실에 조용히 순교의 피를 흘리겠다는 구절을 통해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진 자아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1941년 9월에 쓴 작품 ‘또 다른 고향’은 2학기를 앞두고 고향에 내려왔을 때 완성한 시다. ‘백골’이라는 시어를 통해 표현된 무력하고 약한 존재는 ‘지조 높은 개’로부터 각성해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으로 향한다.
이듬해 윤 시인은 1942년 1월 24일 ‘참회록’, 같은 해 6월 3일 ‘쉽게 씌어진 시’를 남겼다. 특히 쉽게 씌어진 시는 친구 강처중에게 보낸 편지에 수록돼 세상에 공개됐다. 이후 2년 8개월 후인 1945년 2월 16일 청년 윤동주는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 교수는 “그의 죽음으로부터 몇 달 후 조국은 해방됐고, 이후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회자됐다”며 “암흑의 시대에 쓴 그의 시와 안타까운 죽음이 민족사의 어둠을 밝힌 구원의 불꽃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라고 했다.
시인 윤동주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지핀 순결한 영혼의 불꽃은 생생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유족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세월을 보냈다”며 “하지만 결국 윤동주 시인은 한국시사에서 십자가에 피 흘린 예수의 상징성을 지닌 시인으로 남게 됐다”고 강조했다.
“슬퍼 하는자......” 윤동주를 만나다
“언니! 이거 선물이야, 졸업 축하해...... ” 경희가 수줍은 목소리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하나 내민다. 옆집 살던 한 살 아래 경희가 내게 내민 것은 시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다. 열세 살 이후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30년 동안 늘 함께 하는 시집 ,오늘 나는 또다시 윤동주의 시집과 함께 추억속의 경희의 모습을 회상한다.
국민 학교 때 오빠는 무슨 이유에선지 어느 날 이육사의 <청포도>를 외우게 시켰고 그날 밤 나는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 해 두렴’을 수없이 반복하다 잠이 들었다. 나중에서야 오늘의 주인공 윤동주 시인과 더불어 일제하의 민족 시인으로 대표됨을 알기도 했다. 또한 텔레비전에서 윤동주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를 보며 연희전문 교복에 모자를 쓰고 뱃전에 서서 현해탄(당시 명칭-지금은 대한해협)을 건너던 청년 윤동주의 가없는 슬픔을 나 역시 느끼기도 했다.
슬픔을 자아내는 시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서시’나 ‘별 헤는 밤’을 교과서에서 배우며 시인의 섬세하고 여리며 순수한 서정에 감동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성인이 된 내게 더욱 뭉클히 다가오는 세편의 시를 소개하고 싶다. 그 첫째가 ‘자화상’이다 인간의 고뇌와 나약함이 잘 드러나 있어서 애틋한 시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 <자화상(自畵像)> 전문
이 시에는 사람의 마음은 대부분 비슷하다는 것과 시인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다음으로는 ‘팔복’이란 시다. 마태복음 5장 3절에서 12절의 내용을 시로 썼지만 물론 마태복음의 내용은 이와 다르다.
슬퍼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팔복> 전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시인이 성경을 잘못 이해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두운 시대를 살면서 자신의 내면에 꽉 찬 슬픔을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는 시인의 마음,여과 없이 다가온다.
다음의 시는'쉽게 씌어진 시'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 보내주신 학비(學費)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 하나,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 나는 다만,홀로 침전 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나라 /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쉽게 씌어진 시> 전문
이 시속에서 시인은 학비를 받아 공부하는 유학생이다. 남의 나라에서 공부하며 땀내 나는 학비 받아 공부를 하러 다니면서도 속살거리는 밤비 소리도 들으며 쉽게 씌어지는 시에 대한 회한을 한다. 그럼에도 등불을 밝혀 어두운 조국에 아침을 몰고 올 그날을 기다리는 조국을 사랑하는 청년이다. 그리고 어쩌지도 못하는 자신에게 “적은 손”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가엾이 여긴다.여러 시가 다 심금을 울리지만 특히 ‘쉽게 씌어진 시’는 자신에 대한 솔직함이나 잃어버린 조국을 가진 청년의 서글픔이 잘 드러나 있다.
슬픔 속에서 더 강해지는 것이 인간
아무리 어려운 상황, 슬픔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남았고 역사를 창조했고 그리고 시를 썼다. 그래서 시인은 아름답다. 나 역시 슬퍼도 복이 있는 자 시인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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