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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발
한국 피겨 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金姸兒, 1990년 9월 5일 출생)가 뭇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가운데 그의 발 사진이 인터넷에 뜨면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김연아의 상처투성인 발을 보여준 사진--
그의 발을 보는 순간 몇 년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박지성(朴智星, 1981년 2월 25일 생)의 발사진을 보고 충격 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나 인터넷 검색을 하여 그 사진을 찾아냈다. 그 발 사진은 지금 보아도 충격 그 자체였다.
상처투성이인 박지성의 발등, 굳은살이 박인 발가락 등이 자세히 나와 있어 박지성선수의 노력과 고통의 흔적을 알 수 있다. 갈라진 발톱과 가장자리를 따라 딱딱하게 뭉쳐있는 굳은살, 수많은 상처.
위 이미지를 본 네티즌들은 “여기저기 굳은살로 가득한 발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발이다”고 말한다.
박지성을 검색하는 중 또 하나의 발을 알게 되었으니 바로 한국의 발레리나 강수진(1967년 4월 24일 생)의 발이었다. 그녀는 현재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발레리나.
그 세련되고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발레리노들도 그녀의 파트너가 되기를 열망한다는,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작가 고은은 어느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처음 이 사진을 보았을 때 심장이 어찌나 격렬히 뛰는지 한동안 두 손으로 심장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답니다. 하마터면 또 눈물을 툭툭 떨굴뻔 하였지요. 감동이란...이런 것이로구나. 예수가 어느 창녀의 발에 입 맞추었듯, 저도 그녀의 발등에 입맞추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마치 신을 마주 한 듯, 경이로운 감격에 휩싸였던 것 그녀의 발은, 그녀의 성공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하루 열아홉 시간씩...1년에 천여 켤레의 토슈즈가 닳아 떨어지도록...말짱하던 발이 저 지경이 되도록...그야말로 노력한 만큼 얻어낸 마땅한 결과일 뿐입니다. 그녀의 발을 한참 들여다 보고...저를 들여다봅니다. 너는 무엇을...대체 얼마나...했느냐...그녀의 발이 저를 나무랍니다. 인정합니다. 엄살만 심했습니다. 욕심만 많았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말 눈물과 감동 없이는 볼 수 없는 발들이다. 그들의 발 사진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며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흘린 이들이 절대 소수가 아니며 그 발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 이들도 많다.
세상을 주름잡는 성공의 주역들이지만 그들의 언행은 한결같이 평범하다.
2009년 4월 <한국방송>의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조사에서 박지성은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등을 따돌리고 5위에 올랐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박지성의 입은 어눌하고 태도는 투박했다.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을 요약하면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팀이 우승해 기쁘다”는 것이다.
2007년 5월 초인가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이 김연아 선수를 찾았다.
강천석: 김연아양, 반갑습니다. 먼저 지난 3월 세계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동메달 받은 것을 축하해요. 누구나 금메달이 탐나기 마련인데 “동메달이 더 좋다”고 한 수상소감이 유별나던데….
김연아: 한 번 출전으로 금메달을 땄다면 앞으로 계속 누군가에게 쫓길 것만 같아서요. 아직 어리니까 쫓기는 것보다 쫓아가는 게 마음이 더 편해요. 한꺼번에 많이 올라가는 것보다는 조금씩 올라가는 게 좋잖아요. 처음부터 1등을 하면 언론의 눈길에서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거고요.
강천석: 여자 피겨스케이팅 랭킹 세계 10위 안에 일본인이 5명이나 있다고 들었어요. 한국인으로는 김연아 선수가 유일한데, 혹시 쓸쓸하지 않나요. 함께 연습하고 경쟁할 동료가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김연아: 저는 누군가를 이기려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제가 잘하면 좋은 점수를 받고 못하면 나쁜 점수를 받는 것이니까, 결국 제 자신과의 싸움이죠. 그러니 동료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없다고 해서 허전하지는 않아요.
발레리나 강수진의 말을 들어 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어딘가가 아프고, 아프지 않은 날은 ‘내가 연습을 게을리 했구나’하고 반성하게 돼요.
“저는 발레를 하면서 경쟁자를 생각한 적도 어떤 목표를 가져본 적도 사실 없습니다. 모든 작품, 모든 동작, 모든 연습에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이예요.
“전 발레의 테크닉은 두 번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레리나의 길은 아픔을 일상으로 껴안아야 하고 개인의 사사로운 욕망과는 거리를 두어야 하는 고단하고 외로운 길입니다. 그 길을 견디게 하는 것은 발레에 대한, 예술에 대한 사랑입니다.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다른 삶을 동경해본 적이 없습니다. 발레에 인생을 바쳤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발레를 해왔고, 그래서 내 삶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녀는 또 이렇게 말한다--
“발레는 다른 예술들 보다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죽을 때까지 하기 힘들다. 그래서 연습은 필수다. 나는 3시간만 자고 연습에 몰두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연습했고, 밤12시가 넘어도 연습실로 늘 향했다. 시간은 사람이 만든 개념 아닌가. 시간을 안 보면 시간 가는지도 모르겠더라. 나는 한번 쉬면 회복기가 더 길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부상당했을 때도 연습은 계속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한이 아니면 계속 연습실로 향했다. 나는 우리 발레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지만 가장 오랫동안 깨어있는 사람이다. 물론, 부상 때문에 팔이나 다리를 들어 올리지 못하거나 구부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서서 흥분하면 내 몸의 아드레날린이 활성화 되었고 몸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게으른 사람은 무엇인가 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나는 저 사람보다 부족하다’라는 사실에서 계속 벗어나지 못하면 안 된다. 하면 할수록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재능도 중요하다. 그러나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연습이다. 같은 동작도 계속 해서 연습하면 다른 의미를 읽을 수도 있다.
“나는 발레를 다른 사람들 보다 늦게 시작했다. 말 그대로 늦둥이인 셈이다. 요즘은 발레단에서 군무에서 바로 주역으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군무에서 하프솔로, 솔로, 마돈나의 단계를 다 거쳤다. 즉, 주연이 되는데 7년이나 걸린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내가 늦었기에 감사하다. 요즘은 솔로가 되어도 못하면 다시 군무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나는 늦게 발레를 시작했지만 차근차근 밟아 갔기에 다시 내려가는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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