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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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금 천당에는(외 3 수)
2014년 06월 25일 14시 48분  조회:2335  추천:10  작성자: 허창렬
지금 천당에는
 
삶이
한결같이
거지같은 날이면
나는 여직 본적조차 없는
아담 이브와 더불어
어젯날 살기좋은 에덴동산과
바꿔온 사과 한알을
스낵에 치즈며 싸라 뿌려 료리해놓고
뱀의 혀가 날름거리는
향긋한 커피를
셋이서 맛있게
홀짝거린다
 
생음악이
통곡처럼 흐느끼는
어떤 이상한 초대석에서는
누군가의 얼 빠진듯한
피아노곡조가
신구 창세기를 한창 연주 중이고
저 시원한 바다를 통채로 들이 마시는
장쾌한 장면 하나없이
어떤 목사님의
천당, 지옥같은 설교가
아무런 박수갈채 없이
또 무한정
길어지고 있다
 
철철
피 끓는 소리
피 흐르는 소리
우리네 여린 살갗처럼 아픈
이브의 시간 파는 광고가
어느 신문사 어느 한면을
대문짝만하게 골똑 장식하던 날
그 날 이상하게도 우리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를 않았다
와르레스의 <<꿈>>도
로르까의 비장한 <<절규>>도
밀턴의 <<실락원>> 같은건
아예 찾아볼수조차 없었다
 
삶이 한결같이
거지같은 날이면 나는 아예
단떼의 <<지옥>>을 벗어나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를 벗어나
아담 이브와 더불어
그젯날 살기 좋았던 에덴동산을
맞바꿔온 한알의 사과를
스낵에 치즈며 싸라 뿌려 료리해놓고
뱀의 혀가 날름거리는
향긋한 커피를
셋이서 홀짝홀짝
나눠 마신다
 
그러다 셋이서
아무런 미련도 없이
아무런 유감도 없이
천당이든 지옥이든
주저없이 찾아 떠나간다
지금 천당에는
아무도 우리를 부르는 이 없고
지금 지옥에는 아무도 우리를
찾는 이 없다
 
지금 지옥에는
 
생각이 굳어 옥같은 말씀을
말씀이 굳어 보석같은 논리를
논리가 굳어 얼음장같은 진실 하나를
하느님이 쑹얼쑹얼
공자님이 중얼중얼
 
세상 모두가
하나같이 쉐라쉘쉘
뭐라고
외우고 또
외운다
 
이제 저 하늘에서
와르르
눈물단지 쏟아져내리면
개근상 특별상 노벨상마저 없는
저 지옥문을
내가 가서 두드리리!
 
가서 누군가의
못 다 부른 노래 이야기로 엮어주고
익숙했던 누군가의
옷깃 부여잡고
슬픈 인사도 건네고
 
지금 지옥에는
생쥐같은 인간들이
모여앉아
또 누구를 잡을가
한창
회의중이다
 
 
시인 1
 
바이탈을 잡으라
바이탈을 지키라
바이탈이 짚히면
바리탈을 유지하라
 
발렌스를 맞추라
발렌스를 찾으라
발렌스가 잡히면
발렌스를 계속 유지하라
 
요즘 정말 같잖은것들이
정말 별 볼일 없는것들이
시집 내고 시인 되고
수핍집 묶어 수필가 되고
 
이 세상에 돈이 못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말세에 시인이
두눈을 꾸욱 감고 
죽어서라도 그렇게 웃으며 산다!

걱정거리
 
아무렇게나 잘 씌여진
누군가의 4권 5권도 넘는 시집을
밤 늦도록
아무런 수확없이
아무런 감동없이
읽고 또 읽다가
찐한 하품끝에 눈물이 피잉
몹슬 놈의 조건반사ㅡ
문득 나역시 아무렇게나
써볼가 번개치는 생각
이거 큰 일났다
요즘 일용품들이 죄다 가격이 올랐는데
내 괜한 짓에 종이며 볼펜값마저
배로 훌쩍 뛰여오를가봐
걱정에 또 걱정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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