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http://www.zoglo.net/blog/xql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작품

조선
2014년 08월 29일 15시 20분  조회:3328  추천:15  작성자: 허창렬
조선

아득한 옛날에 나는 벌써 너였다
불도 아닌 물도 아닌
활도 아닌 칼도 아닌
호랑이 곰 승냥이 너구리 사슴가죽을
어깨에 허리에 용사처럼 내두르고
닭털을 꿩털을 봉황의 깃으로
선뜻이 머리에 꽂아버린

나는 김씨였다 최씨였다
5000여년 500여번의 지루한 륜회에도
나는 정씨였다 허씨였다
한 백년 더 산다고 내 성이 왕씨가 되랴?
자작나무를 마주서면 나는 눈굽이 하아얘진다
갈꽃을 마주서면 나는 마침내
백두산을 우러러 하얗게  고개 숙인다

길손 없는 력사의 주막집에 가끔 들려
부엌데기 고구려를 양푼에 담아놓고
신라 백제 고려의 자잔한 뼈와 가시들을 알알히 골라낸다
뼈와 가시는 고를수록 많아진다
그러나 일찍 조루증에 걸린
조선은 어느새 고물이 되여
내뒤에 병풍뒤에 조용히 선다

흔적(痕迹)

밤부엉이
긴 칼을 뽑아들고
슬금슬금
내곁에
다가선다
 
보이지않은
거대한
몸뚱이-
바람이 칼을 맞고
뚝뚝 피를
흘린다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누군가의 우렁우렁한 말씀과
멍멍 개 짖는 소리와
차츰 요란해지는
풀벌레 울음소리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고향집에 들려
나는 화안히 초불을 켜들고
깨여진 거울쪼각을
어두커니-
하염없이 다시금
들여다 본다


너무
환해 기절할 것만 같은
어머님의 밝은 미소
내 목으로  
칭칭 와 감기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청량한 피리소리


추억이
엄벙
덤벙
옷고름을
다시
푼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4 ]

Total : 17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 고향으로 돌아가는 바람에는 네비게이션이 없다 외 1 수 2014-02-01 13 2532
10 뿌리깊은 나무 외 4 수 2014-01-29 7 2139
9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2014-01-28 8 1847
8 인 생 시 외 1수 2014-01-28 6 1931
7 거짓말 시 외 2수 2014-01-27 5 2141
6 중국인 2014-01-27 7 2086
5 아버지 부처 어머니 보살 诗 外1首 2014-01-25 4 2014
4 하늘은 알고 있을가 2014-01-24 11 2425
3 파라다이스 外5首 2014-01-24 14 2231
2 첨성대 외2수 2014-01-23 7 2022
1 스타니파타* 2014-01-22 5 2402
‹처음  이전 1 2 3 4 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