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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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나를 먹고 노래 부르네
2014년 09월 29일 20시 19분  조회:3012  추천:8  작성자: 허창렬
산이 나를 먹고 노래 부르네

산이
내 옷을 입고
내 모자 쓰고
내 장갑 끼고
내 신을 신고
내 목도리 살짝 두르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를 먹고
노래 부르네

잔잔한
풀씨며 모래알이며
까칠한 잣송이며
구름이며 바람
아직 너무 손이 시린 개울가에서 갈증을 푸네
별이 판들거리네
달이 한들거리네
눈이 펀들거리네
손이 짤깍거리네

저 푸르른 바다물을 누가
조그마한 어항속에 가두어놓았는가?
시간이 유유히
흔드는 지느러미ㅡ
산은 나를 입고
나는 산의 하얀 피
빨간 살을 다 파 먹고
드디여 장성한 모습 유감없이
이 세상에 다 보여주네

개구장이
달빛이
풀잎에 손을 베고
또 혼자 풀썩 웃네
나는 지게에
가벼운 산을 걸머지고
서러운 내 고향마을 다시
찾아 떠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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