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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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의 신앙 외 3 수
2014년 11월 16일 14시 12분  조회:2864  추천:5  작성자: 허창렬
절대의 신앙
 
내 평생
쓰다 버린 쓰레기
차곡차곡 쌓아두면
백두산보다
더욱 높으리

허나 무엇이
그리 아쉽고
버리기 싫어 나는
하루종일
또 분주해야 하는가?
 
내 평생 낯
씻은 물 차곡차곡
모아두면
저 푸른천지물보다
더욱 깊으리

날마다
손바닥만큼한 얼굴
씻고 또 씻어도
부처님앞에 마주서면
차마 부끄러워
몸 둘바조차 모르는
 

내 평생
두 손을 깨끗이 씻고
휘파람 검푸르게
불어야 할
강물은 두만강ㅡ

내 평생
발목 잠그고
단장(断肠)의 그리움
노래로 불러야 할
강물은 압록강ㅡ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
굳이 장엄하다거나
슬기롭다
거창하게 말하지도 마라

산은
어지럽고 더러운것은
가슴에 껴안고
깨끗한것은
인간에게 되 돌려준다...…
 
락엽(落叶)
 
구렁이 담 넘어가다
짤랑
기와장 떨어 뜨리는 소리
 
가마귀 하품하다
딸깍
아래턱 떨어지는 소리
 
미꾸라지 짝 짓기하다
툭툭
모래밭에 떨어지는 소리
 
깊은 밤 이웃집 규수
조용히
한삼 벗고 잠자리에 드는 소리
 
물이귀기이천인(勿以贵已而贱人)
물이자대이멸소(勿以自大而蔑小)
물이시용이경적(勿以恃勇而轻敌)
 
겨울이면
라목은
통뼈로 우뚝 선다
 

 
도라지꽃
 
얄궂은
머슴애 심술같이
욕심이 불끈거리는 꽃이여
 
햇 가시내 야드르르한
보슴털같이
심성이 너무 맑은 꽃이여
 
 
속살을 헤집고
입술을
톡톡 건드리면
 
마침내
내 마음까지 파르르
화안히  열리는 꽃이여
 
개불알꽃
노루궁둥이
애기똥풀
 
이 세상 천하디 천한
숙명의
검은 그림자 죄다 벗어내치고
 
나 홀로 아리랑
심심산골에도
내 누님같이 곱게 피는 꽃이여


도라지꽃
 
머슴애 불알통같이
욕심이 꿈틀거리는 꽃이여
 
햇가시나 속고쟁이같이
웃음이 하르르한 꽃이여
 
익숙하고 생소한 내 누님같이
자태가 너무 청초한 꽃이여
 
속살을 헤집고 꽃순을
톡톡 건드리면
 
파르르 파르르 내 마음이
떨리는 꽃이여

소풍같은 인생
 
웃지를 맙시다
울지를 맙시다
백년도 못 사는
우리네 인생
울고 불고 한번 두번
지랄을 하지 맙시다
하늘도 잠간
내곁에 머물다 떠나가면 그뿐이요,
곱게 물든 계절위에
찬란한 아침이슬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우리네 청춘ㅡ
 
내 나이 일곱살때
보름달을 쳐다보며
홀로 슬피 울었던  
그 가을도
이젠 아니요
내 나이 스무살때
실련으로 해 저문 동구밖에서
보드득보드득 하아얀 눈 짓 밟으며
눈물로 마중했던
그 붉은 달님도
이젠 더는 아니요
 
내 나이 마흔하고도
육칠년만에야 비로소
이 야윈 손가락으로 세여보는
뼈 저린 이 고독,
웃지를 맙시다
울지를 맙시다
한번 가면 그뿐인 우리네 인생
울고 불고 남 탓하며
서러워도 하지 맙시다
 
가다가
되돌아 서서
마주보면 어느새
눈굽이 축축해지는
우리네 인생
손끝에서 요리조리
흐느끼는 바람 따라
떠나가는 나그네ㅡ
성황당 돌담길을
락동강 물 흐르듯이
구름 따라 정처없이
흘러가는 나그네 ㅡ
 
주소없는 삶,
번지없는 인생
소풍이나 온듯이
점잖게 살다 가세
괴로워도 껄껄껄
다시 한번 너털웃음 웃으며
나그네 괴 나리보짐
등에 지고
먼길을 터벅터벅
어서 떠나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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