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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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닭똥거름 인정거름
2009년 02월 11일 15시 19분  조회:703  추천:26  작성자: 허무궁

 안해가 혹까이도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다음부터 나는 겸직으로 주부까지 되었다. 이렇게 보여도 나는 료리 한가지만은 기가 막히게 잘 하는지라 겸직주부가 된데 대해서는 그렇게 무서운것이 없었다. 다만 친구들이 웃을가봐 걱정일뿐이다.
    나는 자주 슈퍼에 갈 시간이 없어서 매주 토요일이면 일주일동안의 남새들을 구입해놓는데 이젠 제법 시장정세를 잘 알아 슈퍼에서 싼것은 슈퍼에서 사고 로천시장에서 사야 할것은 차를 몰고 상아미하라(相模原)시장까지 가서 사온다.
    그날도 일주일간의 남새구입때문에 슈퍼로 갔었는데 앵두나무의 하얀 꽃망울이 나의 눈길을 끌어서 나는 키가 한자나 될듯말듯한 앵두나무 한구루를 사고말았다. 일본에서는 사쿠람보오라고 한다.
    그 다음주 안해가 마침 봄방학과 국제학회의가 있어서 도꾜로 나와있었는데 마침 토요일 휴식일이여서 난 안해의 뒤를 멋적게 따라 또 슈퍼에 갔었다. 이런 날엔 주인공이 안해로 바뀌고 난 어차피 짐군으로 되는 신세라 그날도 안해가 구입한 물건들중 무거운것들을 갈라들고 집으로 오다가 전번 날에 사다놓은 앵두나무를 샀던곳으로 가서 앵두나무에 줄 비료를 찾았다.
   전번에_ 여기서 앵두나무를 한그루 사갔는데말입니다. 그거 비료 주지 않으면 잘 열리지 않지요?하고_ 점원한테 물어보니
   예_, 화분통에서 자래운다면 비료를 잘 줘야 합니다.하고_ 대답했다.
   어떤_ 비료가 좋은지 어디 소개해주십시오.»
   이쪽으로_ 오세요.»
    이렇게 점원이 소개해주는대로 잘 보지도 않고 건네주는것을 넙적 받아가지고는 돈을 물고 가게로 나왔다. 뒤따르며 내손에서 넘겨받은 비료를 비닐가방에 넣으려고 하던 안해가 까르르 웃어댔다.
   호호호_, 사다사다 별거 다 사네.»
   왜_ 또? 거름을 주지 않으면 열매가 잘 열리지 않는단말이야.»
   호호호_, 하하하.»
    안해는 아예 걸음을 멈추고 선자리에 서서 배를 안고 웃어대였다.
   허허_, 뭐가 그리 좋아서끇
    난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것_ 봐요, 뭔가.»
    안해가 넘겨주는 거름주머니를 다시 받아보니 거기엔 계분(鷄糞)이라고 씌여있었다.
   하_, 내 원, 참. 정말 사다사다 이거 뭐야, 닭똥이 아니야!»
   하하하_. 이런걸 다 사요? 호호호.»
    안해는 아직도 웃음을 거두지 못한다.
   글쎄_, 이건 처음인데_ 없잖아, 우린_ 살수밖에_ 그래두 이런걸 줘야 잘 열리거든.»
    나도 어처구니없었지만 그래도 쓸데없는 돈을 썼다고 안해의 바가지를 긁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이때 닭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많이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것이다.     뭐_, 닭똥 하나 가지구 그리두 웃어? 처녀는 길바닥 말똥보고서도 웃는다더니끇
   흥_, 처녀 좋아하네.»
    이런 얘기 나누며 집까지 와서 나는 그 귀중한 닭똥을 앵두나무에 정중하게 묻어주었다.
    하얀 꽃이 곱게도 피여있었다. 바람에 날릴가봐 집에 들여다놨는데 어느날 회사의 동료가 나의 자랑을 한참이나 들어주더니아니_ 이보게,그럼 온실과일이 되지 않겠나라고_ 하기에 그것도 그렇다싶어서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밖에 내놨더니 엊저녁 바람에 꽃이 여러개 떨어져버렸다.
    그래도 방법이 없었다.
    닭똥거름을 줬으니 이젠 열매는 잘 맺을거다. 이렇게 흐뭇하게 생각하며 나는 닭똥거름봉투를 여겨보았다. 발효시켰단다. 간단히 우리 말로는 썩였다는 말이다.
    옛날 나도 거름 만드는것을 많이 봤다. 돼지똥이나 소똥을 풀과 함께 파묻어두었다가 거름으로 쓰면 최고의 거름으로 되는것이다.
    우리는 돼지까지는 키우지 못하였지만 닭은 여라문마리 있었다. 주로 닭알 생산용이였는데 그래도 꽤나 있은셈이였다. 해마다 병아리를 깨워 조금 자라면 수컷은 볏이 크고 꽁지털이 멋있고 긴 놈으로 한마리만 남겨놓고 다른 수컷은 다 잡아먹어치우고 암탉만을 남긴다. 그중에는 어머니가 제일 아기던 까투리セ라는 별명을 가진 암탉도 있었는데 모양새나 크기가 정말 그대로 까투리였다. 알도 메추리알 같은것만 낳았다. 큰 눈이 내린 어느날, 그 까투리セ가 병원앞의 비슬나무우로 날아올라갔다가 혼쭐이 난적도 있었다.
    닭 키우는데는 품이 들지 않았다. 아침엔 밖에 내놓고 밤엔 다시 울에 가둬넣어야 하는데 그놈들도 습관이 되면 어슬녘에 저절로 울안으로 들어간다. 먹이를 주지 않아도 잘도 크기만했고 알도 잘 낳았다. 이틀에 한번씩 낳은 닭알은 지금 슈퍼에서 파는 허여멀쑥한것과는 판판 달랐다. 정말 하나 먹어도 힘이 솟는 그런것이였다. 외할머니가 가만이 건네주는 생닭알을 나는 아래우로 구멍을 뚫고 후룩 들이마시군 했다. 그 맛 또한 죽여준다. 잃어졌던 닭이 얼마후엔 병아리 한무리를 거느리고 돌아온적도 있었다.
    하늘나라의 전설 같은 얘기다.
    그런데 그 놈 울안청소는 딱 질색이다. 이를테면 닭똥퍼내기였다. 주로는 누나가 도맡아 한것으로 기억나는데 나도 가끔씩은 누나한테 붙들려 청소를 하였다. 똥 냄새중에서도 제일 지독한것이 이놈의 냄새일것이다. 코구멍을 방치한대로는 도무지 근방에도 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우선 흙이나 나무재를 뿌려 냄새를 덮어놓은 다음에 삽으로 퍼낸다. 그것을 한쪽에 무져놓았다가 이듬해 봄에 마늘 심을 때 그것을 밑거름으로 펴고 마늘을 심는다.
    어느해인가 어머니와 함께 마늘을 심던 일이 생각난다. 우물을 앞에 둔 집으로 이사간 이듬해 봄이라고 생각나는데 지금부터 약 삼십일이년전의 일이다.이렇게_ 지독한 닭똥을 먹고 자라서 마늘도 지독한가?라는_ 질문을 어머니에게 해서 어머니가 배를 끌어안고 웃으시던 기억이 난다. 그때 누나는 어디론가 뺑소니쳐 놀러가고 형님은 아예 이런 일 하려고도 하지 않았던 탓으로 이 일은 내가 어머니를 돕게 되었다. 돕는다 하는건 내 생각뿐이고 그저 어머니의 말동무나 해주는 정도였다. 난 어머니와 함께 장난치는것이 즐거워 오히려 자진해서 나섰던것이다. 외할머니가 허리 꼬부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시고 어머니가 열심히 정성들여 마늘을 심으셨다. 난 슬거머니 마늘쪽에 가깝게 있는 닭똥을 나무꼬챙이로 슬슬쳐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닭똥마늘이 돼버릴것 같아 근심이 되었던것이다.
    마늘을 다 심고나서 그 우에 싸리나무를 엷게 펴놓는다. 며칠후 싹이 나면 닭이 쪼아먹어버리는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정성들여 키운 마늘은 알도 굵고 맛도 좋다. 마늘잎을 된장에 찍어먹으면 통옥수수알밥도 목구멍을 술술 넘어 간다. 거기에 물기 오른 상추까지 있으면 진수성찬이다. 이렇게 자연재배음식을 먹어야 건강해지는 법인데 여기 일본에서는 무슨 유전자재배요 뭐요 하며 남새를 모두 망쳐버려 남새가 남새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 재래의 방식대로 돼지똥, 닭똥비료로 키워낸 남새야말로 남새다운 남새인것이다.
    닭똥말이 나오니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언젠가 장춘교구 신립성 조선족마을로 놀러간적이 있는데 주인집에선 파와 오이와 된장만을 내놓고 술을 붓기 시작했다. 원래 술이라곤 맥주나 샴페인이나 그저 알콜이 들어간 액체 한모금만 마시면 얼굴이 홍당무우로 되는 나였는데 안주 없는걸 보고 오늘 난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술 한순배 돌자 그 다음으로 들어오는 료리가 삶은 닭알 한 대야였다. 우리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말을 잊고있었다.
   오늘엔_ 이것뿐이유. 자, 한잔 들자. 씨»
    주인어른은 어쩐지 마지막 꼬리에 씨セ를 붙이며 말하는 버릇이 있었지만 그래도 히죽히죽 웃으며 말하였다.
    김이 문문 나는 닭알에선 깨끗이 씻지 않았던지 아니면 나의 선입견탓이이였던지 닭똥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주인아줌마가 건네주는 큼직한 닭알 하나 까서 마늘간장 찍어 입에 넣었더니 그 맛 천하에 두번 다시 없을 맛이였다.
    이렇게 닭알을 한복판에 놓고 우리는 웃음속에서 술을 마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비싼 닭알을 정신없이 먹어치워버렸던것이다. 그땐 닭알볶음이 도시락에 들어있으면 모두 정성들여 싼 도시락이라고 그 집 안주인을 칭찬할 정도로 닭알이 귀중할 때였으니 말이다.
    지금도 닭똥냄새와 함께 그 고마운 주인집량반의 훤한 웃음이 잊혀지지 않는다.
    푸짐한 우리 인정이였다.

    나는 이번의 닭똥구입은 참 잘한 일이라 스스로 생각했다. 앵두가 익으면 닭똥덕에 익은 인정이라 하리라.
 
                                                                                                2004년 4월

    ※ 주:
    상아미하라시장.  일본 카나와켄 상아미하라시에 있는 장터인데 도매상을 걸치지 않고 농가에서 직접 실어와서 팔기에 신선하고 싼 남새들을 살수 있다. 가끔가다 조선고추, 열콩, 중국고수풀(香菜)이랑 나와서 잘 다니고있는 장터이다. 원래는 대량 구입하는 가게경영자들을 대상한 시장이였는데 요즈음엔 일본의 경제불경기때문에 일반 가정에서도 많이 리용하게 되여 인기를 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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