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시, 움직이는 시, 향기 풍기는 시
-림금산 동시를 조명해본다
림 철
어느 학자는 이렇게 말하고있다.
“성인문학을 큰것의 아름다움 즉 숭고미나 비장미에 대한 추구와 례찬의 문학이라고 한다면 아동문학은 어쩌면 작은것이 지니고 있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 발견과 례찬이라고 해도 대과는 없을것이다.
중국어 성구에는 인간의 가장 순결한 마음을 갓난아기의 마음─ ‘적자지심(赤子之心)’이라고 했고 영국의 랑만파시인 워즈워스는 ‘무지개’라는 서정단시에서 ‘아이는 어른들의 아버지여라’는 유명한 시구를 남기였다.”
림금산시인은 1980년대 초 대학시절부터 성인시를 주로 창작하여 지금까지 서정시 500여수를 발표하였고 제9회 지용문학상을 수상하고 성인시집 《불새》를 펴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는 중국조선족소년보사에서 기자, 문예편집을 맡아하면서 금쪽같은 많은 동시들을 창작하기 시작하였으며 동시집《사랑의 동그라미》와 《옹달샘》을 선보이기도 했다.
림금산시인은 바로“작은것이 지니고 있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 발견과 례찬”을 통하여 자라나는 우리 후대들에게 좋은 심성을 심어주고 미적향수를 안겨주고 있다. 이것 이 바로 아동문학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그의 동시들은 동시마다 동심이 퐁퐁 솟치고 있으며 그림처럼, 영화처럼 독자들의 시야에 펼쳐지며 매 동시마다에 서정이 굽이쳐 흐르고 있어 미적향수를 다분히 느낄수 있다.
그럼 아래에 필자는 몇개 방면으로 나누어 림금산시인의 동시를 조명해보련다.
보이는 시, 움직이는 시
림금산시인의 동시를 읊조리느라면 동시의 화폭이 눈앞에 생생히 안겨온다. 그의 동시들을 보면 대부분이 시적대상물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없거나 적다. 시적대상물에 대한 직관적인 묘사가 없지만 우리들의 시야에 와닿을수 있는것은 그 시적대상물을 통하여 련상,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 련상과 상상의 예술적승화를 위하여 비유, 의인, 과장과 환상, 상징, 이률배반의 표현기법을 잘 활용하였기 때문이다. 동시 “새무리”를 보기로 하자.
파아란/하늘 호수/숱한/재재거림이/물결쳐간다// 가다가//가다가/나무아지에/잎으로 열리고// 날다가/날다가/반공중에/파문을 그린다.
하늘을 “파란 호수”로, 날아예는 새무리들을 “재재거림이 물결쳐간다”고 비유하고 있으며 나무아지에 앉아 쉼을 쉬는 새들의 모습을 “나무아지에 잎”으로 열렸다고 묘사하고있으며 새무리들의 날아예는 모습을 “반공중에 파문을 그린다”고 읊조리고 있다. 새무리들의 모습이 하나하나의 아름다운 화폭으로 우리의 시야에 다가오고 있으며 시적대상물이 정적으로가 아니라 살아움직이고 있다.
동시 “해바라기”를 보기로 하자.
노오랗게/목을 비탈더니/까아맣게 염글어/기름을 떨군다// 알알이 불에 탔다/향기마다 가마에 굽혔다/구수한 냄새/코끝을 훓는다
감각적이고 동적인 언어로 해바라기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노오랗게 목을 비탈더니” 이 표현은 생활의 론리에는 맞지 않는다. 어떻게 해바라기가 노오랗게 목을 비탈수 있는가? 하지만 시인은 이률배반의 수법으로 해바라기가 “노오랗게 목을 비탈더니 까아맣게 염글어 기름을 떨군다”고 묘사하고 있다. 까아맣게 염근 해바라기종자의 모습을 “기름을 떨군다”고 동적인묘사를 하고있다. “알알이 불에 타 굽혀서 구수한 냄새 코구멍을 훓는다”는 표현은 독자들로 하여금 해바라기가 익어 풍기는 구수한 냄새를 직접 맡아보는 느낌을 준다. 실로 보이면서도 움직이기도 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직접 체험하는 느낌을 주는 동시다.
동시 “가을풍경” 역시 보이는 시, 움직이는 시의 좋은 례로 들수 있다.
노오란 애들이/나무에 바라올라/불장난 해요//
빠알간 애들이/비탈에 노오란 /편지를 가득 뿌려요//
기슭에선 아직도/파아란 애들이/ 물장난을 그치지 않고//
해님은 따가운/볕을 쏟아/개구쟁이들 엉뎅일 챡챡-
이 동시에서 시인은 단풍든 나무잎을 노오란 애들이 나무에 바라올라 불장난한다고 형상화하고 있다. 단풍든 비탈을 빠알간 애들이 비탈에 노오란 편지를 가득 뿌린다고 형상화하고 있으며 단풍이 채 들지 않은 기슭에선 파아란 애들이 물장난을 하는데 해님이 볕을 쏟아 개둑쟁이들의 엉덩일 챡챡 때련준다고 형상화하고 있다. 비유, 과장, 의인의 수법을 리용하여 가을풍경을 보는듯이 그려주고 있으며 또 가을풍경을 빨갛고 노랗고 파란 애들이 뛰노는 모습으로 동적인 묘사를 하면서 미적향수를 안겨주고 있다.
림금산시인의 동시들의 움직임은 또한 동적인 시어, 터지는 파렬음 사용, 의성의태어활용을 통하여 더욱 생동하게 표현된다.
하아얗다, 찰랑인다, 또오옥-, 화아악-(동적인 언어, 형상화된 시어),
통통 살이 오르다, 태질하다, 토옥토옥, 푹신푹신, 담상담상, 몽-몽-, 한들한들, 우쭐우쭐, (파렬음, 터지는 소리, 의성의태어).
동시 “가을국화”에서도 시인은 노오랗고 하아얀 국화의 모습을 “실눈인 애들이/ 해시시 노오란 웃음을/ 흘리고 있다// 곱슬머리 이웃집/곰순이가/ 하얗게 춤추고 섰어요/.마을어구 돌담아래/가을 그득 쏟아붓는/오- 염근 향기 한마당”이라고 묘사하고있다. “노오란 웃음을 흘린다”, “하얗게 춤추고 섰어요”는 이률배반의 수법이다. 과히 그림처럼 펼쳐지고 살아움직이는 동시, 향기 풍기는 동시라고 할수 있다.
동심이 퐁퐁 솟치는 시
림금산시인의 동시들은 그 어떤 시적대상을 단순하게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시적대상물을 통하여 서정적주인공의 감수를 미적으로 전하고 있는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보아진다. 시인은 동시에서 서정적주인공으로서뿐아니라 자기가 직접 동시의 주인공으로 되며 동시속 개구쟁이가 된다.
동시 “파아란 고무신”과 “과수원”은 동년을 묘사한 동심이 퐁퐁 솟는 시라고 할수 있다.
동년에 신고 다니던 고무신에는 낮이면 해빛이 모여들고, 밤이면 별빛이 내려앉고 봄이면 “파란 뻐스”, 여름이면 새끼고기 헤엄치는 “어항”으로, 가을이면 머루다래 담은 “파란 바구니”, 겨울이면 하얀 서리 뽀햫게 서리내리는 고무신, “고향이 들어있고/동년이 숨어있는 신// 언제나 내 맘에/작은 배처럼 떠있는/파아란 고무신”, 참으로 동년의 그림움, 추억으로 다가오는 동시다.
고무신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없어도 시적대상물에 대한 감수를 통하여 동년의 개구쟁이 모습을 보는듯이 그려낸 동시라고 할수 있다.
동시 “과수원”도 과수원에 열린 과일을 기특한 애들이 가지마다 한가득 매여달려 웃고 떠들며 재롱피운다고 읊조리고있다. 그래서 “어느애부터/안아볼가 포동동 살찐/이쁜 애들//너도 나도/ /달려와 안기는 /배밭엔 온통 /애들천지…”라고 시적대상물 배를 개구쟁이 어린이로 등장시키고 있으며 작자의 감수를 통해 동심을 잘 구현해주고 있다.
하얀 얼이 살아 숨쉬는 시
림금산시인의 동시들에는 “하얀 이미지”가 숨쉬고 있다. 그의 많은 동시들에는 민족의 하얀 얼이 내비치고 있으며 백의민족의 정서가 슴배여 있다.
동시 “성에꽃”을 보기로 하자.
지난밤 꿈결에/우리 할매/찾아오셨습니다//
하얀 머리/길게 풀고/하늘가신 우리 할매//
지난밤 나의/창가에 찾아오시여/숱한 꽃을 피우셨습니다//
간밤에 피여난/할매의 숨결/아침 창문에 가득 웃어줍니다
이 동시에서 시인은 창문에 핀 성에꽃을 “하얀 머리/길게 풀고/하늘가신 우리 할매”가 찾아와 피워주었다고 쓰고 있으며 그것을 “간밤에 피여난/할매의 숨결”이라고 읊조리고 있다.
동시 “고향집”에서 시인은 고향집을 “햇 벼짚으로 살짝 새이영 얹은 초가 샛노랗게 구워진 햇 감자”라고 묘사하고 있다. 시골의 고향집에 대한 절절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동시에서도 우리는 하얀 이미지를 찾아볼수 있다. 물론 동시에서 고향집을 “샛노랏게 구워진 햇 감자”로 묘사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 숨은 벼의 하얀 의미지, 노랗게 구워진 감자속의 하얀 이미지를 엿볼수 있다.
동시 “옛말”을 더 례로 들어보자.
“머리/ 하아얀/할아버지 한분이/옛말 하신다//파아란 고무신/하아얀 고무신//두만강/바다섬//철쪼망…//할아버지 한분이/ 옛말하시다가//그대로/북변에/하아얀 산이 되셨다.”
이 동시는 우리 민족의 성산 백두산을 쓰고 있다. 백설을 떠인 백두산의 모습을 “머리 하아얀 할아버지”로, 할아버지가 하시는 “하야얀 고무신”옛말, “북변의 하아얀 산”이 된 할아버지, 이 동시에는 “하야얀 이미지”로 가득차있다.
동시 “할머니(1)”에서도 우리 민족 “하얀 정서, 하얀 이미지”를 잘 창출해내고 있다.
내가 씻은 빨래는/왜서 희지 않을가/할머니 씻으면/하도나 희여서/눈이 부신다//
할머닌 흰머리 많아/빨래도 하얗게 하얗게/눈부실걸가
이 동시에서 보다시피 “희다, 희여서, 눈이 부시다, 흰머리, 하얗게, 눈부실걸가” 등 시어들에는 모두 “하얀 이미지”가 내포되여 있다.
이처럼 림금산시인의 동시에는 우리 민족의 하얀 숨결, 하얀 정서, 하얀 모습, 하얀 이미지가 서려있어 읊조리노라면 저도몰래, 고향애와 조상들에 대한 존경, 숭배의 감정이 흘러나온다.
미적향기 물씬 풍기는 시
림금산시인의 동시는 향기 풍기는 시, 아름다운 시로 이름찍을수 있다.
그의 동시들을 읽느라면 미적향수를 다분히 느낄수 있다. 보는듯이, 살아움직이는 시, 동심이 다분한 시로 될수 있고 미적향기 물씬 풍기는 동시들이다. 아래는 “엄마의 손”전문이다.
사랑이/ 찰랑이는 /손끝이다//
더움이/떨어지는/손가락이다//
불 지피면/봄날이 된다//
감자알 구우면/함박꽃처럼/터진다//
옥수수 삶으면/밥이 나와/흐드러진다//
밥 지으면/윤나고/국 끓이면/파도친다.
이 동시에서 시인은 “찰랑이는”, “떨어지는”, “지피면”, “구우면”, “삶으면”, “지으면” 등 동적인 시어로 엄마의 모성애가 “터진다”, “흐드러진다”, “파도친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 시를 읊노라면 실로 엄마의 모성애를 절감할수 있고 피부로 느낄수 있으며 가슴이 막 활랑인다.
동시 “불구경 가자”에서도 시인은 익은 가을, 활활 타는 가을의 모습을 예술적으로 그려주고 있다.
가을이 오면/온 마을에/불이 붙는다//
처마밑 고추타래서/일어난 불길은/마당앞 능금알을/빠알갛게 태우고/다락우에 옥수수도/노오랗게 굽는다//
마을을 지나/앞산더기 단풍나무에도/불길은 알차게/매달렸다.
가을이 온 마을의 모습을 “온 마을에 불이 붙는다”고 묘사하면서 “처마밑 고추타래서 일어난 불길은 마당앞 능금알을빠알갛게 태우고 다락우에 옥수수도 노오랗게 굽는다. 마을을 지나 앞산더기 단풍나무에도 불길은 알차게 매달렸다.”는 묘사는 실로 시야에, 가슴속에, 불타는 정서로 피여오르는 시구라고 할수 있다. “고추타래”, “불길”, “능금알”, “빠알갛게 태우고”, “노오랗게 굽는다”, “단풍나무”, “알차게 매달리다” 등 시어들에는 가을의 정열, 시인의 벅찬 정서가 흠뻑 젖어있다.
림금산시인은 이처럼 동시에 시적대상물에 대한 절절한 감수를 시인의 불타오르는 정서로 터지는, 피여오르는, 활활타는 시어로 예술적이미지로 승화시키고 있다.
총적으로 림금산시인은“작은것이 지니고 있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 발견과 례찬”을 통하여 자라나는 우리 후대들에게 좋은 심성을 심어주고 미적향수를 안겨주고 있다.
그의 동시는 독자들의 시야에 보이는 시로, 살아움직이는 시로, 동심이 퐁퐁 솟치는 시, 터치는 시, 활활 타오르는 시, 미적향기 물씬 풍기는 시로 안겨오고 있다.
2010년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