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문학 -> 발표된 작품 -> 수필
나의카테고리 : 수필作品
. 수필 .
공룡과 춤을
김 혁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의 주변은 공룡이 전성시대를 누리던 먼먼 쥬라기로 돌아간 듯 하다. 아이들의 놀이감은 물론 음식에도 공룡의 캐릭터가 새겨져 있고 공룡관련 백과전서와 그림책도 수두룩하다. 아동채널에서도 공룡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제일 인기다. 그런가하면 광고에서도 공룡이 곧잘 나온다.
딸애는 녀자애임에도 수공공작용 진흙을 가지고 장난할 때면 공룡을 즐겨 빚는다. 나도 가세하여 함께 공룡을 빚어 만들곤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만들어 낸 공룡이 서가의 책꽂이에 컴퓨터책상에 침실의 침대머리에 지어 주방의 싱크대우에 까지 놓여져 우리 집은 삽시간에 쥬라기와 현시대가 교차된 기묘한 풍경으로 변하였다. 그일 때문에 안해에게 집을 어지럽히지 말라는 경고를 듣기도 했고 몇몇 공룡은 결벽에 가까운 안해에게 의해 형체 없이 짓이겨져 휴지통에 버려지기도 했다.
머리를 쉬어볼 겸 대화방에 채팅 하러 들어서면 나는 공룡이란 ID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자 채팅 열성 자들이 한결같이 워매! 별 괴상한 ID 다 있네.하고 놀려주기도 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서 공룡을 재현한 영화는 둘도 없는 유흥의 성찬이였다. 할리우드의 거물급 명감독 스필버그가 만든 공룡영화 <<쥬라기공원>>, <<잃어버린 세계>>등과 일본에서 만든 <<고질라>>계렬, 한국에서 만든 <<용가리>>, 조선에서 만든 <<불가사리>> 등으로 공룡관련 영화는 디스크로 빠침없이 나에게 수장 되여 있다. 지난해에는 할리우드에서 2억 딸라를 투입, 3년간의 시간을 들여 제작한 컴퓨터디지털(數碼)영화 <<공룡>>이 영화 가를 놀래웠다. 그 예고소식을 영화잡지에서 본 뒤 나는 <<몽룡을 기다리는 춘향>>이처럼 일일이 여삼추로 영화의 개봉을 기다렸다. 해적판(盜版)이 나오자 남 먼저 사보았고 공개 상영되자 영화관을 찾아 시원한 광폭으로 다시 보았다. 요사이 DVD 정식 판이 나오자 또 한 개를 사들였다. 3D동화제작으로 된 핍진(逼眞)하기 그지없는 공룡이 화면을 가득 메우며 나오자 나는 세상에! 하고 딸애와 동조하여 환성을 질렀고 공룡이 혜성의 추락으로부터 황페해진 고향을 떠나 나중에 꿈속의 오아시스를 찾은 장면에 가서는 저도 모르게 눈확을 습윤하게 적시기도 했다.
나의 공룡에 대한 편집광(偏執狂)에 가까운 집착에 공룡을 덜 좋아하는 안해는 리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중에는 못말려!하고 풀럭 웃어주고 말았다. 그러했던 안해도 나중에는 우리의 취미에 옮아들어 우리와 함께 공룡영화를 경탄하면 보았고 함께 공룡 만들기 작업에 기꺼이 착수하기도 했다.
어디에서 공룡의 화석이 발견되면 그것이 이발 하나든 뼈 한 조각이든 나는 심히 격동되여 출근해서는 동료들과 한 옥타브 높은 소리로 이 위대한 발견에 대해 알리군 했다. 허나 그에 동감하는 사람은 없었다. 전날저녁 3차 4차 곤죽이 되게 술 마신 휘황한 전과. 하다못해 항간의 아무개와 아무개가 눈맞고 배맞았다는 소식이 그네들에게는 귀 구멍 보슴털이 바짝 일어설 솔깃한 소식일 뿐... 다행히 죽이 잘 맞는 시우인 Z군이 나처럼 공룡에 큰 취미를 보여 둘이 만나면 화제 거리를 만들곤 했고 공룡관련 영화디스크를 서로 빌려주기도 했다.
어느 해인가 동북의 한 박물관이 곁집 나이트클럽으로 인기된 화재를 입은 적 있다. 그 중에서 경악케 한 소식은 바로 그 박물관에 소장되였던 아세아 최대의 공룡전신화석이 몽땅 타버려 발 하나만 남았다는 것 이였다. 이름할 수 없는 애석함이 나의 가슴을 매운 겨울바람처럼 베며 스쳤다. 그 일을 두고 Z와 나는 술을 마셨고 몇 겁을 지나온 공룡의 또 한번의 죽음을 두고 애도의 잔을 들었다.
공룡에 관한 만화 한 폭을 보고 감흥만이 아닌 사색에 잠긴 적 있다. 인간처럼 배낭도 메고 도수안경도 걸고 한, 아마 발굴대원 같아보이 는 공룡들이 삽을 들고 어떤 화석을 발굴해 냈는데 골격으로 보아 틀림없이 인간의 화석이였다. 그 인간 화석을 공룡들이 잔뜩 사색 어린 얼굴을 하고 확대경으로 유심히 들여다보는 그런 만화였다. 인류가 생성하기전의 이 방대한 거물이 인류와 함께 마천루 숲에 어우러진 요즘의 진풍경은 또 하나의 사색을 우리게게 불러 준다. 왜 사람들은 그 누구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 공룡에게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걸 가? 놀이 감으로 만들고 영화인물로 내세우고 마른 화석 한 쪼박으로 감성 풍부한 가상도(假象圖)를 그려내고 지어 DNA기술로 진짜 공룡을 만들어 내려 시도까지 하는가?
공룡은 이미 6500만 년전에 이 땅덩어리에서 소실 되였다. 세계각지에서 심심찮게 나타나는 공룡화석을 두고 사람들은 간거하고도 위대한 발굴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또 놀이 감으로 책자로 영화로 만들어 우리신변에 재현 시키고 있다. 그 한 구 또 한 구의 창백한 공룡화석은 하나의 생동한 실체로 부활되여 우리의 생활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바로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구(懷舊)의 심리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극적인 추구가 아닐 가?
공룡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정신기탁으로 까지 승화 되였다. 공룡은 크다 공룡은 무섭다 공룡은 강대하다 이런 발상으로부터 인류가 생성하기 전에 먼저 지구를 제패했던 공룡에게 우리는 은연중 기탁을 가지게 되었고 공룡의 부활과 함께 우리의 정신기탁도 따라서 부활을 가져온 것이다. 더욱이 정신적 우상이 액틀 식으로 되었고 상투적이 되었던 우매에서 금방 깨여나 급속히 들이닥친 사회전환기의 홍수 앞에 어딘가 설둥해져 행동반경을 구하기 어려워하는 우리 앞에 리념이 강하고 교조적인 것보다는 쉽게 지어 유흥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기탁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의 눈에는 괴물처럼 보일는지 모르나 나는 오늘도 감흥에 넘쳐 공룡의 족속의 이름을 줄줄 외워낼 수 있다. 패왕룡, 익룡, 완룡, 검룡... 나에게 무진한 감흥과 환상과 사색을 주었던 사전(史前)의 동물을, 쥬라기와 백악기에 온 누리에서 혼자 살다 혼자간 의젓한 령물을...
언젠가 공룡을 두고 습작한 시 한 수가 있다. 내 시재(詩材)로는 이 세기의 령물에 대한 감회를 이루다 말할수 없어 로천명님의 유명한 <<사슴>>을 패러디한 시, 그 한 수의 시를 내가 좋아하는, 그대들이 좋아하는 공룡에게 드린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어제를 살다간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였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쥬라기의 화산을 바라본다...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