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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왕상에는 량식이 충족했다. 중앙산채를 중심으로해서 팔괘진을 이룬 주위의 여덟 개 산채에서 서쪽의 하나만이 식당이고 그 외의 일곱 개는 산채마다에 면적이 똑 같은 량식고 한칸과 마사한칸씩 좌우량켠에 붙어있고 중간의 3칸은 류자들의 거실로 되어있었다. 어느 산채에든 창고에는 량식마대가 차곡차곡 재여 있었다. 류자들은 흉풍을 모르다나니 여직 한번도 배를 골아본적이라곤 없었거니와 식량이 넉넉하다보니 해마다 곡주를 마음껏 고와서 마음껏 마시였다.
한데 지난해는 절기관계로 약담배농사가 거의나 황이되다싶히했다. 하여 위삼포는 올해들어 밀산의 송곰보를 노린건데 첫공격에서 그만 실패했다. 그랬다하여 맥을 놓거나 손을 뗄 위삼포가 아니였다. 한번 뺀 칼은 피를 보아야 했고 쟁반밟아 깃대꽂은 기와가마는 꼭 털어내야 한다는 위삼포였다.
《송곰보는 지금도 의연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건드리기 어렵습니다. 제생각에는 늦줄을 주었다가 시기를 다시잡는것이 좋암즉합니다.》
민호는 직접 밀산에 세축갔다와서 자기의 의견을 내놓았다.
《아마도 그럴수밖에. 이 일은 공력을 더 넣어얄것 같아.》
위삼포는 한번 실패하고나서 정신차리게 되는지라 실패한 원인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을 규명하기 전에는 절대 행동하지 않으리라 맘먹으면서 민호의 의견을 채납하는 한편 그더러 묘동기간이 되기전에 송지주가원의 상세한 지도를 한 장 그려내했다.
그것은 범의 굴에 들어가 자는 범의 수염을 뽑아오는거나 다를바가 없지만 위삼포의 지엄한 명령이니 우선 그렇게 하리라 대답해놓고 보는 수 밖에 없었다.
염왕산정찰대에 원래 7명의 류자가 있었는데 민호는 차챈더로 승급하자 즉시 자기와 갈라져있기를 원치않는 왕견과 하진국을 끌어다 인원을 보충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까지 해서 인원이 모두 10명으로 되었는데 그만하면 실력이 괜찮은 셈이였다.
어느날 민호는 류자 3명을 보상, 넝마주이, 피혁장사로 가장해서 장기적으로 내놓아 송곰보의 변경된 무력과 배치정황을 탐지해오도록 하고 자기는 직접 밀산에 나타나지 않았다. 향란의 말과같이 차챈더라해서 모든 정찰을 꼭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야되는건 아니다. 관건적인 때 나서면 되는것이다.
어느날 오전. 위삼포는 사량팔주를 불러 회의를 열고 가을철에 밀산을 내놓고 먼저 다른곳의 기와가마를 마슬 자기의 타산을 내놓으면서 굳이 여러사람의 의견을 들으려했다. 염왕산의 모든 대사가 그의 의사에 따라 집행되여온것만은 사실이다. 한데 위삼포가 왜서 굳이 다른사람의 의견을 듣자고하는걸가? 이럼으로써 그가 전번의 실패에서 주관독단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 되고 그것은 또한 민주를 충분히 발양하려는 그의 의도로도 되는게 아닐가. 그가 그렇게 함으로서 실패로 인하여 야기되였던 사량팔주의 불만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것이다.
민호는 속으로 너는 실로 지모가 있는 두령이구나 했다.
회의가 방금끝나자 후근사양실의 장령감이 위용강을 찾아와 알리였다.
《위포토우 가보슈. 말이 아마두 안되겠수자.》
결장염에 걸린지 오랜 위삼포의 말이 약을 써도 치료되지 않고 여위여가더니 이젠 제 수명을 다하는 모양이다.
《내 가보지요.》
위용강은 장령감을 따라 마사로 갔다.
말못하는 짐승이건만 주인을 아는지 눈물을 지으며 머리를 주억거렸다. 자기를 어떻게 해서든 구해달라고 애걸하는것 같았다.
가슴저렸다. 위용강은 여윈말의 이마를 쓰다듬어주었다. 여러해나 그를 잔등에 태우고 관동일판을 주릅잡으면서 용맹을 부렸고 사선을 함께 넘나들었던 애마건만 이제는 더 어쩌는 수 었었다.
위용강은 장령감한테 시켰다.
《북골루 끌고가시우. 소문내지 말구.》
북골은 산채의 북쪽에 있는, 류자들의 말이 죽으면 버리는 함지박같은 말북망산이다.
《나 원, 에에....》
오랜 말구완에 시들하지도 않은지 장령감은 아까와 혀를 찼다.
마침 장평이 와서 그는 그보고 함께 말을 끓어가자했다.
《나도가지.》
가지 않을것같던 위용강이 그들을 따라갔다. 그리고는 북산골에 당도하자 친히 제손으로 말대가리에 탄알을 쏴놓고 돌아왔다.
소춘매가 이 일을 알고는 아무렴 제말을 제손으로 어떻게 죽이느냐며 그를 감정없고 지독하다며 나무렸다.
《왜 이리두 귀찮게 구는거요.》
그러잖아 제손으로 말을 죽이고나서 애상(哀傷)에 마음괴롭던 위용강은 발로 문을 쾅 차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진사해가 장평한테서 위용강의 말이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일부러 위안하러 오다가 마침 집안에서 나오는 위용강과 맞띄였다.
《위포토우 거 참안됐수.》
《내 말이 잘못됐는데 거기서 안돼할거야 뭔가.》
안해한테 비난듣고 결나던참이라 위용강은 퉁명스레 내뱉었다.
진사해는 속으로 야 이 못난녀석아 시어미역증에 개배때기찬다구 말잃은 분풀이를 누구하고하는거냐 하면서도 입정을 계속놀려 입발린 위안을 했다.
《병이 고황에 들어 고치지도 못하는 말인데, 있어도 구실을 못하는 말인데, 그깟거 없어진들 뭘하나, 아까울게 뭔가. 새걸 하나 얻으면 되잖아.》
위용강은 그냥 역증냈다.
《그걸 누구는 모르는가 젠장!》
진사해는 그만 입을 다물어버렸다. 불쾌한지 그의 게뚜더기상이 더 보기 흉하게 이그러진다. 이녀석이 오늘은 왜 나하고 이러는걸가 하고 그의 그 가느다래진 눈은 유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때 위용강의 가슴속에서는 말의 죽음에 대한 애달픔이 아니라 그에 대한 증오가 괴여오르고있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야 이 개같은 자식아, 네녀석이 서은괴를 추겨서 돼지대갈깝지를 발퀐다지 깝지발라치울놈같으니. 그러구는 여적지 내한테 붙어 놀았어. 이제 또 나를 어째볼테냐. 네녀석은 진짜 여우보다 더 교활하구 엉큼한 놈이였어 하고 욕했다. 그러다 그는 또 아니다, 내가 갑작스레 굴지말아야겠구나 눈치채게는 말아야지 그냥 친한것처럼 하라잖았는가 부명을 어기지 말아야지 했다.
산채에 주인잃은 말이 여러필있었다. 죽은 포토우 담추의 말도 있었는데 그 말 역시 가라말이였거니와 원주인을 닮아서인지 설깔이 매우사납고 용맹했다. 전에 그 말을 욕심낸적이 있었던 위용강은 탈말이 없게되자 그 말을 가지였다.
이틑날이다. 위용강이 새 가라말을 타보느라 밖에 끌고 나와 원래 자기말의 안장을 지우는데 후근사양실에서 술을 마시고 거나해진 진사해가 유유히 나타나 거들어주었다.
《허허 이놈이 과연 룡마는 룡마로다! 인제 다시금 비슷한 제주인을 만났다구 짝짝궁을 치겠구나.》
위용강은 일부러 넌덕부리는 그의 심기를 맟춰줬다.
《아니 그게 뭐 애기라구 짝짝꿍을 치겠소.》
《그, 그런가. 하하하....》
진사해는 소리내여 웃고는 허리굽혀 땅에 떨군 채찍을 쥐여주면서 입을 다시열었다.
《옛어, 솔소자(채찍)야 던지지 말아야지. 아무리 용한 기사래두 가질건 다 가져야 해. 그래야 재간을 부리는거아니요. 안그렇소. 자 한번 본때를 보여보라구!》
이 자식이 별스레 아첨을 하네. 위용강은 그가 주는 채찍을 받으면서 속으로 뇌였다. 이제는 그의 어떠한 호의도 밉게보였던거다.내가 이런놈을 친구로 사귀여왔으니 눈은 있어도 눈망울이 없었지.
《이놈뛰거라!》
위용강은 말을 달려 중앙산채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숱한류자들이 그의 마상재주를 구경하자고 달려 나왔다.
위용강은 질주하는 말잔등에서 내리지 않고 여러 가지 동작을 피웠다. 누군가 던진 초모자를 쥐였고 허리굽혀 안해가 던진 명주수건도 채찍으로 걸어올렸다. 마치도 곡마단의 고예사모양으로 제몸을 이쪽 배 저쪽 배 엇바꿔 붙이면서 재롱을 부리기도했다. 몸이 건실하고 단단한 그의 행동은 그야말로 날래고도 용감했다.
《위포토우잘한다!》
류자들은 박수갈채를 올렸다.
《나는 언제 저렇게 할가.》
민호의 입에서는 은연중 부러움이 새여나왔다.
《련마하면 얼마든지 될걸요. 뽐창뿌리기도 배워냈을라니.》
함께 오빠의 마상재주를 보고있던 향란이가 하는 말이였다. 그녀는 제 오빠가 소시적부터 아버지한테서 말타는 것을 배웠다면서 그 재간을 고집센 이 여동생한테도 배워주었거니와 기마술이 좋은 사람만 보면 그와 시합하기를 즐겼노라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같이 꾸준히 련마해낸 기마술이기에 염왕산은 물론 바깥의 다른 어느 무리에도 아마 그를 당할 류자는 없을거라했다. 제 오빠를 자랑하느라 부는게 아니였다. 민호는 다른 류자들한테서도 그런 소리를 들은것이다. 그렇다. 애써련마하면야 안될게 있는가. 문제는 의력이 있느냐없느냐지. 민호는 자기도 승마술을 잘배우리라 맘먹었다.
위용강이 말타기를 끝내자 소춘매가 소래에다 물을 떠다 주면서 남편더러 땀난 얼굴을 씻으라하고는 자기도 기마술을 배워야겠다고 했다.
《배워야지. 배워야하오. 말탈줄도 모르구야 어떻게 살겠소.》
위용강은 각시보고 제 말을 내놓을테니 아무 때건 품을 들여 향란이한테서 부지런히 배우라했다. 그리고는 불쾌한 소리를 한마디했다.
《건데 장평이가 아까 어째 구리두 웃었소. 입을 손으로 막아가면서. 내꼴이 뭐가 그리두 우수웠길래?》
소춘매도 장평이 웃는것을 본 기억이 났다. 진사해가 귀에대고 무어라 소곤대니 그렇게 웃었던것이다. 사람이 웃는거야 별일이 아니잖는가. 자기는 그걸 별로 다르게보지 않았건만 남편은 노여워하고있다. 하여 소춘매는 의아쩍은 눈매로 남편을 다시봤다.
남편은 저녁을 먹고나서 각시보고 장평을 불러오라했다.
《장평 좀 와줘요. 우리 집 사람이 보자해요.》
장평은 무밋거리다가 따라왔다.
《이자식아, 넌 아까 내 말타는게 그리두 우습더냐?》
《아, 아니요.》
《건데 왜 입을 싸쥐고 그렇게두 웃었냐? 날 놀리느라구?》
《아, 아니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돼먹지 못하게 그자식하고 들어붙어서.》
《저 그건....》
장평이 해석하려했지만 위용강은 참을성없이 그의 말을 분질러버렸다.
《넌 그하구 좀 작작 붙어놀아라. 너무 꼴사나우면 좋은 일 없다. 알아들었냐?》
장평은 위용강의 손에서 풀려나오자 그길로 향란이를 찾아가 억울함을 하소했다.
향란이는 그보고 아직 내막을 잘 몰라서 그러는모양인데 분을 삭히거라 내가 이제 오랍을 찾아가 얘기할테니 너는 그냥 진사해와 붙어지내면서 제할 역이나 놀아라했다.
가을이 돌아왔다. 밀산의 송곰보장원을 다시습격할 준비가 아직도 되지 않았다. 하기에 깃대꽂은 새기와가마를 다시찾기로했다. 이번은 방향을 염왕산서쪽 수백리밖으로 정했다. 차챈더로 된 민호는 밀산에 장기적으로 잠복시킨 3명외의 인원 7명에서 한조는 3명으로 다른 두조는 2명씩 모두 세조를 만들어 각각 쟁반밟을 임무를 주어 산채를 내보면서 자기는 왕견과 한조가 되어 하루뒤늦게 산채를나갔다.
먼길이였다.
《어 좋다! 알까는 암탉같이 들어앉아있을라니 갑갑해 죽을지경이던데. 그래 이번 가는데는 어딘가?》
《쌍성쪽이요. 왕형은 거기로 가본적이 있소?》
《안가봤어. 내가 전에는 쟁반밟는 일을 그리안했으니까.》
《참 그랬다지.》
《말타구가려나. 거기는 기차타도될텐데.》
지도 한 장을 펼쳐놓았다. 할빈에서 남쪽으로 뻗은 철길우에 표시된 여러 정거장들 중에서 하나를 짚으면서 민호는 말했다.
《이게 바로 쌍성이요.》
《대단히 멀구만. 먼저 말타구가다가 기차를 갈아타야잖아.》
《멀다해서 기차를 타? 그렇다면 가마마스러 갈때도 모두 말을 타고 가다가 기차를 갈아타야겠구만. 그 많은 말을 건사해줄 마사가 어디에 있다오?》
《오, 하하하.... 그래 그럴수야 없지.》
왕견은 이번에 기차타고 신선놀음하자던게 틀렸다면서 웃었다.
염왕산에는 군대의 작전지휘부못잖게 온 관동땅을 그린 커다란 지도 한 장과 구역들을 그린 자그마한 지도들이 숱해있었는데 그런 지도마다에는 륙로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 지도가 출판사에서 출판하여 공개발행되고있는 지도에 비해 다른점이라면 국도외에도 인체의 모세혈관모양으로 얼기설기 수없이 뻗은 그 많은 길들이 거의다 그려진 그거다. 지어는 산속에 난 어떤 오솔길까지도 표기되여 있었다. 놀라운 이 걸작은 위삼포의 선대로부터 차챈더의 공력과 알심을 숱해들여 만들어진것이였다.
민호는 이번걸음에 장차 염왕산류자들의 발자국이 새로 찍히게 될 길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주어진 시일은 10일간이였다.
둘은 쌍성에 거의이르러 산간에서 인가를 하나 만났다. 여기도 마을마다 련방대가 조직되여 토비의 침입을 막고있는 통에 행동이 과연 불편했다. 시장기가 드는지라 그들은 말도 쉬울 겸 그 외딴집에 들리였다.
늙은 량주가 양봉을 하고 있었다.
《어디메서 오는 손님들이요?》
령감이 객들이 행색이 어딘가 달라보였던지 눈을 쪼프리며 묻는 말이였다.
《멀리서 오는 행객이우다. 지나가는 걸음이지요. 갖고떠난 걸 다 먹고 말도 배를 골았는데 좀 돌봐줄 수 없겠습니까?》
민호는 사정하면서 우선 돈부터 내놨다.
《허 이거, 무슨 이렇게 까지야... 》
주인령감은 이게 웬 떡이냐고 눈이 둥그래갖고 보다가 못이기는 척 받아넣는것이였다.
그닥 알뜰치 못한 로파가 저들이 아침에 먹다 남긴 수수밥을 질그릇에 담겨있는 그채로 내놓고 파와 된장을 주면서 먹으라했다. 왕견이 그것을 보더니만 눈알을 굴리였다.
《아니이게 뭐유. 돼지나 먹일 이따윌 그래 우릴 먹으라구 내놓는단말이요? 사람을 대체 어떻게 보구서 이모양이요. 돈을 좀 보오. 저그만치 오원각수란말이요. 령감네 저까짓 벌통몇개루 이만한 돈 벌기나하면서 이러우. 참 너무하는구만. 쩨쩨하게서리.... 싫소 우린 안먹겠소. 새밥하오. 채도 좀 먹음직하게서리 해야하오.》
민호가 참으라 눈짓했건만 왕견은 듣지 않고 할 말을 다했다. 《우리 돈은 뭐 가랑잎인가. 얼씨덩 말을 듣소. 안그랬다간....》
손님이 확실히 유다른지라 늙은내외는 겁을 집어먹고 찍소리못했다. 새밥을 하고 달걀도 몇 개 지졌다.
그들이 타고 온 말이 내다보이는 산비탈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민호가 주인과 물어봤다.
《령감님, 여기서 쌍성까지 얼마나 멈니까?》
《질러가면 삼십리고 둘러가면 오십리도 넘습네다.》
《거기 제일잘사는 부자집이 뉘집입니까?》
《행사업이라구 허는 분입지요.》
《령감은 그분을 잘압니까?》
《전에 같이살았으니 우리야 그네하구 구면입지유.》
《식솔이 몇이나됩니까?》
《로부모 아직 다 살아있구 큰아들 작은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에 이것저것 다해 식솔이 모두 스믈다섯하구 거기다 부리는 종까지 다섯해서.... 건데 손님 그건 왜 캐묻소?》
령감은 그제야 눈치가 달랐던지 말을 하다말고 낯색이 변했다.
《그 집을 한번 가보자고 그럽니다. 들어갈 수 있겠지요?》
민호가 령감이 묻는 말은 마이동풍으로 흘러버리면서 집요하게 캐물으니 령감은 주저주저하다가 헐수 할수 없는지 알려준다.
《무장쥔 사람 열둘이나 지키구있수다.》
《거 아주 잘아는구먼요. 좀 더 상세하게 그걸 알려줄수 없겠습니까?》
《자네들은 그러니까....》
령감은 이쪽 둘이 어떤 사람이라는것을 짐작하고 무서워 부들부들 떨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걸 이젠 알겠지요. 그러니까.... 령감님 절대 해치지는 않을테니까 안심하고 묻는거나 제대로 알려주시오.》
령감은 자기가 알고있는것은 방금 알려준것 뿐이라면서 더 말하지 않으려했다.
민호는 겁을 집어먹고 그냥 떨어대는 그를 구슬렸다.
《령감은 우리한테 알려주지 말아았어야하는걸 이미 적잖게 토설했수다. 돈받고 밥까지 해먹였겠다 관가에서 알면야 에누리없이 통비범으로 처분을 할겁니다. 안그렇습니까. 건데두 이제 입을 닫아걸어서야 무슨 작용이 있겠습니까. 참 생각도 아둔하지.》
령감은 들어보니 과연 그런지라 하는 수 없이 몇가지 아는것을 더 알려주었다. 그래도 제 눈으로 보고 그것을 확인해야했다. 민호는 그의 앞에다 돈 10원을 더 내놓으면서 당부했다.
《우가 거기로 갔다가 래일지나 모레쯤 돌아올것이니 그지간 말이나 잘 건사했다가 주시오. 그렇게 할 수 있겠지요?》
《그럽지유. 그럽지유.》
당부를 거절했다가는 당장 어떤 변을 치를 지 몰라 령감은 말을 곰상히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거기를 떠나면서 왕견이 한마디 그루박았다.
《령감알아둬. 련방대에 보고만 하면 사돈의 팔촌까지 도룩을 낼테야. 들었는가.》
정찰을 해보니 쌍성부자집 하나는 치기 힘들것 같지 않았다. 한데 성내에 주둔하고있는 관병이 많아서 300명이 아니라 3000명갖고도 우선 성내로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쌍성에서 기차를 잡아타고 얼마가량 길을 줄이여 양봉하는 령감집으로 돌아온 그들은 점심을 해달라해서 먹고는 말을 타고 귀로에 올랐다.
돌아가는 길은 올때의 그 길이 아니였다.
저녁켠이 다 되여 갈 무렵에 그들은 행동거지가 일반백성들과는 달라보이는 사나이 다섯을 길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자들은 당나귀 두 마리를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째째한 녀석들이구나.》
왕견이 일부러 앞배에 찬 권총이 드러나게 하느라 겉옷섭을 헤쳐놓았다.
거리가 썩 가가와지자 민호가 말을 세우고 먼저 말을 걸었다.
《보보영두.》
한자가 두손을 모아 류자식의 인사를 하면서 캐물었다.
《선마만?》
《첨마만.》
《팔굽을 눌러라.》
《불을 꺼라.》
《리마인이구나. 어디사람들이냐?》
《우린 염왕산이다.》
《어이구!》
저쪽 다섯은 저마끔 주먹을 다시쥐며 작별인사를 했다.
좀 더 가니 자그마한 산아래에 인가가 기껏해야 30여호푼한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이놈의 계모점(농촌)에는 기와가마도 안뵈이는구만. 곤해죽겠는데 우리 들려서 눈이나 붙여볼가.》
민호가 의견을 내놓으니 왕건은 벌씬 웃는다.
《그러면야 작히나 좋아서. 내야 두손들어 찬성이지. 아까부터 눈까풀이 사돈정하자고드는데.》
매사불여 튼튼이라고 만일의 경우 몸을 쉽게빼기 위해서는 어느 류자나 마을에 들려 눌러있을 때는 대개 다 길가에 있는 집을 선택해서 들군한다. 영왕산의 두 류자는 그 마을에 이르자 길맨끝머리에 있는 집에 들리였다. 물론 누구나 토비를 제집에 재우기를 싫어했다. 하지만 돈만 뿌려주면 해결이 되는 때가 그래도 많았다.백성들은 관부의 단속도 무서워하고 토비의 위협도 무서워했던것이다. 똑같은 무서움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은 결국 련방대의 규률보다 돈이 유혹하는 쪽으로 마음이 더 쏠리고 마는것이다.
《우리 염왕산은 엽때껏 밀고자를 가만둔적이 없었어.》
왕견이 알아들으라고 내던지니 집주인은
《거야 의례 그래얍지요. 우리도 압니다.》
하면서 보초까지 서주겠으니 그들을 마음놓고 자라했다.
말은 듣기좋다만 과연 이 집에서 마음놓고 잘수 있을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주인사나이도 아낙네도 눈에서는 어딘가 적의에 찬 불안과 경계하는 빛이 번득였던것이다. 민호는 경각성을 높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밥을 먹고나니 식곤증이 몰리는데다 졸음까지 와서 눈이 맡붙고있었다.
이런때 집주인이 입을 열고 한가지 일을 불쑥 물어왔다.
《낮에 온건 어느패였소? 집집이 말끔히 뒤지더구만. 보다싶히 우리가 뭐있다구 그렇게 한심한 짓을 한다오?.》
민호는 정신을 펄쩍차렸다.
《어디서 온 패랍니까?》
《건 모르지. 물어보지 않았으니. 저들의 말루는 오룡당이라 하는것 같더구만.》
《오룡당? 가마있자, 그게 그럼 아까 당나귀몰고 가던치들 아니여? 다섯이였으니까.》
《옳아, 바로 그녀석들이야.》
민호도 왕견도 어렵잖게 짚었다.
주인이 눈이 둥그래지면서 그들을 번갈아보았다. 민호는 오다가 그자들을 만났노라했다. 집주인은 입을 다시열고 물었다.
《당나귀 몇마립디까?》
《두마리.》
《그럼 그게 맞구만. 두 마리지. 그것들이 두부방의 당나귀를 두 마리 다 몰고갔소. 그 집에서는 이젠 뭘루서 두부콩을 간단말이요. 남의 명줄을 끊는거나 다름없지. 한심하지!》
《왕형, 가기오!》
민호는 자리를 차고 벌떡일어났다.
《어디루가잔말인가?》
《멀리루 빼기전에 덜미잡아야지. 구도관자!》
둘은 함께 올 때 만났던 자들이 간 방향으로 말을 달리였다. 그리하여 서쪽으로 약 30여리가량되는, 낮에 그들이 경유한바 있는 한 마을에서 그자들을 찾아냈다. 다섯은 한 농가에 들어 셈평좋게 한창 술을 퍼마시고있는 중이였다.
민호가 낮에 말을 걸던 자와 보자고했다. 저켠은 목을 빼들고 이켠을 보다가 들었던 술사발을 내려놓으면서 올곧지 않은 투로 무슨일이냐고했다.
민호는 엄한 낯색을 지으면서 물었다.
《너희들은 낮에 뉘집의 당나귀를 몰아왔냐?》
《건 알아서 뭘해?》
상대방의 말이 입끝에서 끝나기 바쁘게 왕건이 마치도 두억시니같이 두눈을 부릅뜨면서 성을 벌컥냈다.
《자식, 돼먹지 못하게 뉘앞에서 말본새가 그래? 이분이 우리네 일곱째나리야.》
일곱째나리라는 소리에 저쪽은 감히 더 덤벼들지 못했다.
민호는 왕견을 달래는척 하면서 말했다.
《자, 자, 밸을 참소. 형제끼린데 잘못된 일이야 서로 좋두룩해야지 안그렇소. 그리구 거기서두 그렇지, 이분 삼촌의 걸 다 뺏어오다니 원. 당나귀를 말이요. 정말 철없이 노네.》
《저....》
오룡당의 도장수녀석은 이들이 염왕산패라는 것을 이미아는지라 겁을 집어먹고 감히 아무말이나 내뱉지 못했다.
민호는 한발나서면서 위협적인 투로 압력을 가했다.
《어쩔텐가?》
《저...》
민호는 한 대 쥐여박기라도할것 처럼 우뚤거리는 왕견을 참소 참아 하고 눌러놓고는 어조를 부드럽게 바꾸어 당신들도 모르고 한 짓을텐데 더 문책하지 않을테니 당나귀만 내놓으라 그러면 뒷끝을 달지 않으리라했다.
다섯떨거지 비도는 염왕산이 온 관동땅치고 제일무섭고 드센 마적떼임을 잘 아는지라 분한대로 당나귀를 내놓았다.
당나귀를 찾아줬더니 두부방에서는 너무너무 고마워 어쩔바를 몰라했다. 이틑날 아침에 두부방에서는 닭잡고 술상을 차려 두사람께 올리였다. 그러면서 주인은 당장 시집가게 된 방년의 딸을 곱게 단장시켜 들여보내여 술을 붓게했다. 주인이 여기는 아직 련방대가 없고 경찰도 없으니 안심하라 집사람과 친척이 파수를 서줄테니 하루이틀쯤은 묵어가도 된다면서 극구 만류했다.
민호는 왕견이 곤해죽겠다며 나누우니 하는 수 없이 그러면 하루 푹쉬고 래일아침 일찍이 떠나기로했다.
그집의 딸년이 세수물을 떠온다 발씻을 물을 떠온다 담배를 말아준다 불을 붙여준다 시중드느라 맴돌았다. 그녀가 하도 극진히 구는지라 민호도 왕견도 다소 이상스럽다했는데 아니나다를가 두부방주인은 저녁술상을 차리더니 민호앞에 말을 꺼내놓는것이였다.
《내 한가지 물어봅세. 자네들 록림객은 장가두 안가는가?》
《그건 왜 묻습니까?》
《은공을 다르게는 갚을 방법없네. 보아하니 내 딸이 아마 자네한테 맘을 주는것 같은데 데려가게. 그러면 나도 시름놓겠어.》
《감사하오만 그건 안됩니다. 외부의 녀인은 일절 입산을 허락잖는 제도가 있으니까요.》
민호는 이러면서 보상받자고 한 일도 아니니 다시말을 꺼내지도말라했다.
술상을 물리고 이제는 자려고 하는데 처녀가 다시나타났다.
민호는 그녀보고 말했다.
《밤이 깊었는데 아가씨도 이젠 그만 돌아가 자지.》
그랬더니 왕견이 이 바보야 주는떡도 안먹으려나고 마뜩잖아 하는 눈매로 찔 갈겨보고는 가래짝같은 손을 내밀어 처녀의 나근한 손목을 덥석잡는것이였다.
《새기올라오라구. 이눔의 허리가 시쿰한데 좀 안마를 해줘.》
아무튼 범행(梵行)이야 하지 못할 위인이 아닌가. 이 도척아 지랄이 나거든 어디 실컷 해보거라. 민호는 피해 밖으로 나왔다.
이리하여 이 고장에는 <두부방당나귀전설>이 생겨났다.
위삼포는 민호의 정찰보고를 받고나서 쌍성의 부호를 털려던 계획을 포기하고말았다. 대신 쟁반밟으러 나갔던 다른 두조는 다가 들부실만한 기와가마를 찾아냈던것이다. 하여 위삼포는 깃대꽂은 기와가마 셋중에서 두 개를 성공적으로 털고 나머지 하나는 이듬해의 계획에 넣어버다. 그러면서도 그는 전부터 맘먹고있은 송곰보를 털 계획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묘동시간을 며칠늦추면서까지 밀산토호인 그를 털어 볼 궁리를 했다.
민호는 위삼포가 300여명의 류자를 휘동하여 번개식으로 염왕산서쪽의 기와가마 두 개를 들부시는 사이에 자기가 직접 정탐에 나서서 밀산 송곰보장원의 무력배치를 확정하여 위삼포가 요구하는 지도를 원만히 그려냈다.
위삼포는 이젠 모든 준비가 다되였다고 인정되자 황소등이 얼어터진다는 북만의 엄동설한이 시작된 12월중순께 자신이 직접 300명인마를 끌고 염왕산을 나와 제2차의 밀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노력을 들여 주밀하게 꾸미노라 한 일이 어떻게 된 판국인지 이번에도 대방이 미리알고 준비를 했다가 반격하는 통에 이쪽에서는 이번에도 피동에 빠지고알았다. 게다가 저쪽은 련방대와 경찰까지 동원해 협공하니 말이 아니였다.
이쪽은 그런대로 배겨내는데 이제 날이 밝으면 무슨꼴이 될 지 모른다. 호상련락이 되여 근처의 계서, 적도와 목릉의 련방대 그리고 관병까지 동원되여 포위망을 형성하고있으니 염왕산류자 300여명은 진퇴량난에 빠져 헤매치다가 일망타진이 되고말지 모른다. 유일한 길은 한시급히 포위를 뚫고 달아나는 것 뿐이였다.
《두령님, 뒤는 제가 맡겠습니다. 》
민호는 자진해나섰다.
《자네들 몇이서 당해낼만한가?》
《념려마시오. 힘껏 방법을 댈텝니다.》
차챈더가 지형에 익숙해서 자신있어하니 위삼포는 동의했다.
민호는 자기의 정찰대를 지휘하여 위삼포의 퇴각을 엄호했다.
한데 주력이 다 퇴각하자 10명의 정찰대가 그만 저쪽의 포위에 들고말았다. 민호는 대방의 화력을 자기혼자에게 끌어 그들마저 구출하리라 맘먹었다. 그는 모제르권총 두자루를 갖고 있었다. 대방은 그를향해 밀집사격을 해왔다. 하지만 캄캄한 밤이라 그것은 그저 눈먼 란사에 불과했다. 민호는 어느 아름드리 고목뒤에 몸을 숨기고 간단없이 응사했다. 사격술을 부지런히 련마했더니 잘 써먹게 되었다. 민호는 두눈에 심지를 돋구고 주위를 살피다가 물체같은것이 얼뜬거리기만하면 한방씩 갈겨대군했다. 그랬더니 대방은 이켠의 실정을 도무지 파악해낼 재간이 없는지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날밝기를 기다렸다.
이러는 사이 9명 류자도 하나다친데 없이 제가끔 제 말을 찾아 타고 위삼포가 간쪽으로 퇴각해버렸다.
한데 민호만은 불행하게도 자기의 말이 있는데 까지 가서 말을 잃고말았다. 제길할, 이젠어쩌는가? 그는 눈먼 총알에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말이 죽어가는것을 보면서 거기를 마지막으로 벗어났다.
전날에 내리고 싸인 눈이 거의 무릅가지 올라왔다. 민호는 그런데를 기기도 하고 구을기도 하면서 겨우빠져나왔다. 말이 죽어서 이제는 산채로 돌아갈 일이 아득했다. 머고도 먼 길이다. 그래도 아무튼 돌아가야하는 길이였다.
동녘이 차츰 프름프름 밝아오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몸은 어느덧 밀산 썩 서쪽에 와 있었다. 그는 염왕산이 있는 서쪽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놓았다.
어느덧 날이 휘영청밝았고 미구하여 동녘에 붉은 해가 솟았다.
맵짠날씨였다. 하지만 골에다 푹신한 여우털모자쓰고 털가옷을 입어서 땀이 났다. 그리고 점점 맥이 진해가면서 다리는 저울추를 달아맨것 같이 점점 무거워졌다. 제길할 이러다간 산채로 들어가고말것 같지 않구나.
《쨔! 쨔! 쨔!》
쉬여갈가어쩔가 하는데 마침 저기 뒤에서 빈마차 한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살수가 나지는지라 민호는 안도의 숨이 나갔다.
그 마차에는 차몰이꾼하나뿐이였다. 민호는 마차가 가까이오자 내좀 타기오 한마디 던지고는 앉으라하건말건 올라앉았다.
《젊은이는 어디루 가게?》
《난 먼델갑니다. 이 마차 어디까지 갑니까?》
민호가 묻는 말에 나이 지긋한 차부는 채찍을 들어 앞을 가리키면서 자기는 저기 저 산넘에 있는 마을까지 간다고 알려주었다.
거기까지 가고는 또 걸어야한단말인가? 요행만난 마차득도 오래보지 못할것 같았다. 그러니 무슨 방법을 대야했다. 민호는 수레를 끌는 말이 욕심났다. 중도 사흘굶으면 딱정벌레를 잡아먹는다는데 뭘 볼게있는가.
말세필을 메운 마차는 가볍게 들추면서 내처달렸다. 이놈의 마차가 마을로 들어가기전에 내가 한필을 채야하는데.... 차가 산굽을 돌때 손쓰는게 좋을것 같았다. 민호가 이런 궁리를 하고있을 때였다. 공교롭게도 웬 말탄 녀석 둘이 앞에 나타나 총을 꼬나들면서 마차를 못가게 가로막았다. 둘이 작당을 한 떨거지 비도였다.
《누가 당쟈더냐?》
한자가 사나운 몰골로 물어왔다.
《내다, 어째그러냐?》
《너의 말을 좀 빌려야겠다.》
《너한테 총있지. 그것부터 내놔라.》
다른한자가 총끝을 민호쪽에 돌리면서 을러멧다.
민호는 품속에서 모젤을 한자루 꺼내여 옛다 갖겠거든 가져라면서 훌 던졌다. 두녀석은 번쩍거리는 권총을 보자 서로 먼저가지려고 말에서 뛰여 내려 달려갔다.
민호는 털가옷속에서 다른 모젤을 꺼내여 련방 땅! 땅! 갈겨 두놈다 쓸어눕혔다. 바보같은 녀석들, 눈깔펀히 뜨구서도 내가 무슨사람인걸 몰랐단말이냐. 민호는 마차에서 내려 던졌던 자기의 권총을 되주어 건사하면서 차부를 향해 말했다.
《놀래워안됐소. 본래는 내가 당신의 말을 욕심냈는데 저것들이 갖다바치는구만.》
민호는 말 한필은 타고 한필은 끌고 염왕산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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