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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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마음의 문명
2010년 05월 28일 17시 18분  조회:4377  추천:23  작성자: 김정룡



공자가 중화민족에 대한 기여(貢獻)는 마음의 문명을 심어준 것이다.



《중국인의 정신》의 저자 고홍명은 인간타입과 문명의 본질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리들이 어떤 문명을 평가하는데 있어 최종적으로 물어야 할 문제는 거대한 도시나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 또는 넓고 평탄한 도로 등을 건설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름답고 편리한 농기구나 정밀하고 실용적인 도구, 기구, 용기 등을 충분히 제조할 수 있는지에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대학의 설립이나 예술작품의 창조와 과학의 발명에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문명을 평가할 경우 우리는 어떤 타입의 남성과 여성을 양성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사실 한 문명이 빚어낸 인간 유형은 그 문명의 본질과 개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 문명의 영혼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명에 처한 남녀가 사용한 언어도 그들의 본질과 개성 그리고 영혼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문명에 대한 개념이 복잡하나 여기서 말하는 문명은 종교이다. 철학, 과학, 예술, 문학 등이 종교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에 종교야말로 문명의 총체적인 개념이라 볼 수 있다. 특히 한 민족과 한 지역의 인간들의 타입을 결정짓는 요소는 종교이다. 이를테면 유태인, 서구인, 아랍인, 인도인, 중국인의 타입을 결정지은 요소는 각각 유태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교와 도교이다.

그런데 유교와 도교 외의 다른 세계적인 종교들은 처음부터 종교로 출발한 경우가 많은데 비해 유교와 도교는 처음에는 하나의 학설로 출발했다가 3~400년이란 긴 시간을 거친 후 비로서 종교로 자리매김 되었었다. 이로서 알 수 있듯이 중국에는 본래 서구인의 머리에 박힌 초자연적인 신에 열광하는 그러한 종교개념이 없었다. 왜냐하면 유교와 도교가 종교역할을 충분히 했기 때문이다.

그럼 유교란 도대체 무엇이며 공자는 중화민족에 무엇을 기여했는가에 대해 살펴보자.

유교를 일명 예교라고도 하는데 공자가 유교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공자 이전에 유(儒)가 이미 있었다. 그것은 요, 순, 탕, 문, 무, 주공을 계보로 내려온 유이다. 헌데 주공까지의 유는 법규, 제도, 풍속, 문화 등 제방면에서 너무도 딱딱해서 두뇌로만 받아들여 삶을 영위하는 종교였다. 쉽게 말해서 중국인의 마음과 영혼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종교였다. 이리하여 춘추시대에 이르러 중국인은 낡은 두뇌의 문명을 지킬 것과 새로운 맘의 문명을 갈망하는 양자택일의 갈등을 빚게 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서주가 무너지고 천하가 혼란을 겪으면서 제자백가가 탄생하는 시기였다.

당시 노자는 기존의 문명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버리라고 호소했다. 이와 반대로 공자는 기존의 문명을 버리지 말고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문명을 재건하자고 호소했다. 공자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후세 사람들이 그를 복고주의자라고 몰아붙였는데, 이는 공자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

공자는 주공의 혼인이란 가정을 나라와 연관시켜 국과 가가 합쳐진 개념인 ‘국가’의 관념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예와 의를 겸비하게하고, 조상숭배를 근간으로 하는 제사제도를 완벽하게 함과 동시에 이를 천자에 대한 충성에 이르게 하고, 부모에 대한 효와 노인에 대한 공경을 강조하고, 인의예지신이 겸비된 인간이 되는 군자의 도를 제시했으며, 대의명분을 지켜 사회질서에 따를 것을 호소함과 아울러 이 모든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우량시민이 되기를 호소했다.

공자는 또 군자의 도는 부부생활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서 부부, 부모자식, 형제, 친척, 친구, 나아가서 모든 사회구성원은 맘(정:情)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을 호소했다.

공자는 이러한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으로 중국인의 인간타입을 형성시켰다. 따라서 중국인의 인간타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곧 ‘온화함’이다. 고홍명은 저서《중국인의 정신》에서 중국인의 ‘온화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정한 중국인은 간혹 거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하지는 않다. 간혹 못생긴 느낌이 없진 않지만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로 추하지는 않다. 간혹 덤벙거려 비속함이 없진 않지만 방자하거나 오만하지는 않다. 간혹 무딘 면이 없진 않지만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미련하지는 않다. 간혹 성격이 원만하고 영리한 면이 없진 않지만 남을 해칠 정도로 사악하지는 않다. 진정한 중국인의 마음이나 품행에 나타나는 결점이나 흠집을 굳이 말한다 해도 그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점은 없다. 중국의 구식학교에서 성가신 사람을 발견하기란 매우 어려운데 설령 그 사람이 사회의 최하위 계층에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공자가 중국인의 인간타입을 형성시키는데 지대한 기여를 했기 때문에 성인으로 추앙받았다. 헌데 세계에서 공자처럼 수없이 ‘죽었다가 부활’하는 것을 반복한 성인이 없다. 처음으로 진시황에게 죽었다가, 한나라 때 경학통치가 확립됨에 따라 공자가 최고권좌에 올랐고, 수당시기에 불교의 흥기에 의해 공자는 찬밥신세로 되었다가, 남송의 주희에 의해 다시 부활했고, 청나라의 이탁오(李卓吾)에게 공격을 받았고, 19세기말 20세기 초에는 유교는 사람을 잡아먹는 물건이라고 벼락 맞았고, 문화혁명기간에는 공자가 철저히 타도되었다. 개혁개방 이후 1980년대부터 공자가 되살아나기 시작해서 현재는 공자가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한때 딱딱했던 두뇌의 문명이 중국인의 적성에 맞지 않아 마음의 문명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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