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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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냐?(jin과 kim)
2010년 07월 16일 10시 03분  조회:6085  추천:30  작성자: 김정룡


JIN과 KIM


1990년대 초반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있었던 일이다.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삼일 묵고 마포소재 가든호텔에 옮기게 된다는 소식을 한국 업무거래처 분들에게 알렸다. 그 시절은 지금과 달리 한국도 통신이 발달해 있지 않아 매우 불편했다. 하여 한국 분들이 호텔카운터에 전화해서 나의 룸 번호를 체크하고 나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한국 분들이 나의 성을 KIM라고 말하니 호텔 측에선 그런 손님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하긴 나의 성은 한국식으로는 KIM이지만 나는 분명히 중국공민이기에 중국식으로 JIN이기 때문에 KIM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오늘 날 느닷없이 그때 일을 들먹이는 이유는 JIN과 KIM을 갖고 우리조선족이 흔히 안고 있는 문제, 나는 누구냐? 는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풀이를 하기 위함이다.

조선족은 분명히 'JIN'이지 ‘KIM’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인은 조선족을 동족이란 차원에서 ‘KIM’으로 인식하고 만약 한국이 중국과 축구경기를 하는데 중국을 응원한다면 몹시 서운해 한다. 관건문제는 한국인은 조선족을 재미 혹은 재일교포의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을 뿐 왜 ‘KIM’이 아닌 ‘JIN’이 되었는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은 재미 혹은 재일교포와 질적으로 다르다. 재미 혹은 재일교포는 이미 달리고 있는 그 나라 열차에 무임승차한 것이나 다름없다. 무슨 말이냐? 조선족은 만주시절부터 그 땅에 가서 토지를 개척하여 생계를 유지해왔고 중국공산당에 충성하면서 항일도 하고 국민당과도 싸우고 신중국 건설에 피와 땀을 이바지해 왔고 귀중한 목숨까지 바쳐왔다. 또 이런 맥락으로 항미원조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중국사회주의건립과 건설에 직접 자신의 몫을 해왔기 때문에 중국에서 공민권을 얻고 주인의식으로 살아올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재일교포의 경우 수십 년 열도에서 살았어도 국적은 여전히 한반도이기 때문에 거주국에 대한 애정이 조선족에 비해 발바닥에도 못 미친다. 그들은 거주국에 대한 애정이 결핍되어 있어 만약 한국과 일본이 축구경기를 할 경우 당연히 한국을 응원한다. 이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서 40여 년 동안 냉전시대를 걸치면서 고국인 한국과의 문이 닫혀 있었던 것이 조선족으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애정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양모가 잘 길러준 아이한테 생모가 갑자기 나타나 “너 누구 편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질문자가 상식이 없다고 비난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한국 사이 조선족의 문제는 이 사례와 같다고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이렇듯 ‘JIN’으로 무난하게 살아오던 조선족이 한국 문이 열리기 시작해서 ‘JIN’과 ‘KIM’ 사이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 나는 도대체 ‘JIN’이냐? 아니면 ‘KIM’이냐? 예전에는 중국과 한국이 축구경기를 하면 거의 백 프로 중국을 응원하던 데로부터 점차 한국을 응원하는 수가 늘어가는 추세였다. 요즘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중국을 응원할 수도 있고 한국을 응원할 수도 있다. 헌데 이것은 조선족의 개개인의 취향문제만은 아니다. 조선족이 한국을 응원하면 중국이 서운해 하고 중국을 응원하면 한국이 서운해 한다.

어찌되었든 한 인간이 자기 소속된 공동체에 애정을 갖고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세상을 살아간다면 그 인간은 행복하다. 그렇지 못한 인간은 불행하다.

지난겨울 중국에 갔을 때 연변라디오 <이 밤을 함께 합니다>를 청취한 적이 있다. 한 여인의 사연이다. 부부가 함께 한국에 와서 수년간 열심히 노력해 연길에 번듯한 아파트를 마련하고도 충분히 먹고 살만한 돈을 저금해놓았다. 천당 같던 가정생활이 남편의 잘못으로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했다. 남편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귀가 벌쭉해 연변에 온 한국인 00사장한테 동업한다는 명목으로 있는 돈을 몽땅 사기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친척과 친구들의 돈까지 빌려 밀어 넣어 빚 구렁에 빠지게 되었다. 한데도 남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졸부가 되는 꿈을 버리지 못해 아내가 “나 어쩌면 좋아요?”라는 요지로 방송국에 사연을 신청했던 것이다. 청취자의 조언목소리가 울린다. “그 동무 아직도 과학발전관을 수립하지 못하고 ······” 나는 피씩 웃음이 나왔다. 한 개인이 사기당해도 과학발전관을 들먹이다니?

남아공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요즘 새삼스럽게 그 청취자의 조언목소리가 자꾸 나의 귀전을 맴돈다. 아울러 그 분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자신의 소속 공동체의 이념이든 사상이든 맘속으로 받들고 정신지주가 되어 그 흐름에 따라 희로애락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 분에 비해 재한조선족의 경우 ‘JIN’도 아니고 ‘KIM’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삶인가?

남아공월드컵 때 한국이 16강 진출이냐, 탈락이냐를 결정짓는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새벽 3:30에 열렸다. 한국인은 밤잠을 자지 않고 경기를 관람하고 함성을 질렀다. 8강 탈락이 결정되는 순간에는 선수와 함께 울었다. 이에 비해 조선족은 한국이 이기면 좋고 지면 기분이 좋지 않는 감정은 있으나 정작 한국인과 같은 마음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울고 웃는 희로애락은 없었다. 조선족이 집결해 살고 있는 동네는 조용했고 한국인 속에 끼어 살고 있는 동네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물론 태극기를 보면 눈시울이 젖어나고 애국가를 들으면 가슴이 울먹거린다는 개별적인 열성한국사랑에 빠진 조선족을 빼고 하는 말이다.

따라서 나는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보았다. 중국이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다고 우리가 한족들처럼 진심으로 서운해 할까? 그렇다면 한국응원도 그저 흐지부지하고 중국응원도 내심으로 우러나는 감정이 아니라면 우리는 도대체 누구냐? 는 것이다. ‘JIN’도 아니고 ‘KIM’도 아닌 어느 공동체에도 진심으로 귀속되지 못한 인간무리의 삶은 정말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느냐? 참으로 불행하다. 마치 이젠 우리재한조선족의 삶도 어쩌면 돈벌이에만 신경을 도사리는 재일교포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재일교포는 한국응원이라는 정신적인 삶이 있지만 우리재한조선족은 그러한 정신적인 삶마저 없으니 그들에 비해 더 비참하다고 말해도 어폐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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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9 ]

9   작성자 : 푸른하늘
날자:2010-11-05 16:43:45
JIN과 KIM에 대하여 복잡하게 생각하고 어정쩡해하는데 기실 간단합니다. 우리 조선족들은 평소 일상용어에서 KIM으로 사용하였기에 한국 사람들도 같은 민족이니 KIM이라고 불러주는것이 상대방을 존중하는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족은 중국인이고 여권에 성함은 법적으로 중국말 표기로 등록하며 JIN으로 표기되기에 한국 호텔에서는 JIN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 호텔 사람이 손님을 모른다면 JIN으로 인식하는것이 맞습니다. 만약 그 호텔사람이 손님이 조선족인것을 알면서도 JIN으로 부른다면 실례입니다. 중국 연변 신분증에서도 조선말 글로는 '김'으로 적는데 지금 한국에서는 한글로 '진'으로 적는다니 같은 민족으로서 이상합니다.
8   작성자 : 푸른바다
날자:2010-11-05 15:49:47
JIN과 KIM에 대하여 복잡하게 생각하고 어정쩡해하는데 기실 간단합니다. 우리 조선족들은 평소 일상용어에서 KIM으로 사용하였기에 한국 사람들도 같은 민족이니 KIM이라고 불러주는것이 상대방을 존중하는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족은 중국인이고 여권에 성함은 법적으로 중국말 표기로 등록하며 JIN으로 표기되기에 한국 호텔에서는 JIN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 호텔 사람이 손님을 모른다면 JIN으로 인식하는것이 맞습니다. 만약 그 호텔사람이 손님이 조선족인것을 알면서도 JIN으로 부른다면 실례입니다.
7   작성자 : 두비장시
날자:2010-07-26 12:20:26
다른건 무식해서 모르겠는데 ... 축구이야기는 졸라 웃김 ... 스포츠에 정치나 다른 스포츠정신 이외의 옷을 입히는건 근대올림픽정신에 완죤 위배되는것임 ... 이런건 월드감이 확 트인 김쌤께서 더~썩 잘알것인디 ~ 섭섭함
6   작성자 : rena
날자:2010-07-23 21:30:01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다가 이름땜에 싱갱이질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글로 이름 적으면 안된다고 하길래,. 중국신분증까지 제시하면서 그대로 해달라고 요구해서 여권신분증 같이 복사해서 겨우 그대로 만들엇네요..,
5   작성자 : 살아있는글
날자:2010-07-17 10:36:06
살아있는 좋은 글입니다. "한강기적과 신바람"같은 문장은 중국의 국가급 잡지에도 실을만합니다. 늘 한국에 계신다면 한국의 경제 문화 교육 기술 경영 선거 부동산 복지 의료 정용 유치원 대학 신문 체육 축구 민속 다문화가정 중국 조선 일본 미국의 관계등 얼마든지 세계의 주목을 받을만한 문장을 써낼수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족노무일군들의 고충과 문제점은 한국정부에 반영하되 일부 조선족저자들처럼 외래어가 왜 많느냐 미국소고기 수입반대 노무현옹호 이명박반대 미군한반도주둔반대 사건에 대한 빈둥대기 같은 "트집쟁이""한치보기"시야는 한국에 있는 조선족동포들이 삼가하는것이 좋겠습니다. 중국문화와 한국문화를 잘 결부하되 세계적 시야에서 관찰하여야 걸작이 나오듯 너무 알아보기 힘든 중국문화와 문자기틀을 벗어나야합니다. 깊이 들어갔다가 가볍게 나오면서 다루어야 알아보기 쉬워진답니다. 깊은 철학사상이 깃들어 있지만 독자가 알아보기 쉬운 문장은 누구도 즐겨한답니다.
4   작성자 : 이동훈
날자:2010-07-17 05:22:11
김 선생님, 이 문제는 한국 법정에서도 여러 번 제기된 문제입니다. 한국에서는 법률적인 일에서도 한자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한글을 기준으로 하는데, 외국인들은 자국 이름의 한글발음에 따릅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동포이면 우리식 이름을 병기하든가, 아니면 한자로라도 표기해야 하는 게 모든 글을 쓰는 기본임에도 행정이 한글 기준이다 보니 어중간한 실수를 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문제들을 정식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나중에 메일로 드려 자세한 의논을 하겠습니다.
3   작성자 : 단합의 힘
날자:2010-07-16 15:47:24
전세계의 유대인이 이스라엘을 성원하고 화교들이 중국의 발전을 응원하듯이 전세계의 조선민족(한민족)들도 한결같이 단합하여 한국을 성원하고 통일된 반도국가가 독일처럼 강해져야 누가 우러러 볼것이다. 이같은 보이지않는 큰 도리를 깨닫지못하면 또 동족상잔의 비극이 나온다.
2   작성자 : 귀 띔
날자:2010-07-16 14:34:53
민족을 놓고 하는 얘기인데 자기민족을 사랑하지않는 인간은 타민족에 이미 동화되였고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하루빨리 동화되였으면 차라리 좋겠어요! 그러면 같은 민족이 아니고 타민족이라는 것을 벌써 알수있게 말이예요!
1   작성자 : 열린 세상
날자:2010-07-16 12:50:53
불행하디니요?중국국적을 가졌으면 중국인이고 한국국적을 가졌으면 한국인입니다 축구는 축구일따름이고 중국을 응원할수도 있고 한국을 응원할수도 있어요.중국이 싫으면 한국으로 국적 옮겨서 살면 될것이고 한국이 싫으면 중국 국적으로 살면 되는것은데 열린 세상에 살면서 찐인가 김인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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