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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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학의 반대파수용
2010년 08월 17일 11시 14분  조회:6036  추천:21  작성자: 김정룡


김문학의 반대파수용



지금 나의 손에 한국인 강원석씨가 김문학현상을 둘러싼 贊反양론 내용의 글들을 묶어 편찬한 한 권의 책(도서출판 한일문화교류센터, 2003, 출판)이 있다. 책표지는 <발전을 위한 비판>이란 큰 글과 “한국, 중국, 일본의 지성 김문학 읽기”란 작은 글로 되어 있다.

편자는 서문의 마지막대목을 다음과 같은 말로 장식하였다. ‘김문학의 경계를 넘어선 글쓰기는 글로벌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 한국 지식인에게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늘 편가르기나 좌우로 갈라서 서로를 공격하기에만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지식인들에게 이는 또 하나의 신선한 이정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리는 자신의 아이텐티, 정체성만을 강조하는데 열중하고 익숙해져 있으나 정작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세계의 일원으로서 세계 문명에 동참하고 공존하려는 의식은 미약하다. 고유성, 정체성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세계인으로서의 공존적 동참이라는 화두에 대해 많이 고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이 대목을 우리조선족사회에 추천하고 싶다.

편자가 김문학 선생과 책 출간 의향을 밝혔을 때 그는 “자신에 대해 좋게 평가한 글만이 아니라 비판하고 비난, 폄하하는 글들까지도 모두 실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메뉴 속에서 독자들이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편자는 그의 이 제안에 “여기서 나는 김문학의 관용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여 홍용암의 <노신과 김문학의 비교>, 김관웅의 <김문학의 毒書비판>, 윤해연의 <《중국 조선족 대 개조론》유감> 등 세 편이 제2부 안티 김문학에 수록되었다.

김문학을 비판하는 글 중에 ‘친일분자’ ‘일본우익세력의 주구’ ‘매국노’ ‘만고의 역적’ 등 태산보다 더 크고 무거운 고깔모자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지고 일어설 수 없는 그런 무시무시한 어구들이 담겨 있는 글들을 서슴없이 실으라 했다.

조선족지식인들은 자신(공동체와 개인을 포함)을 비판하는 글을 절대 용납 못한다. 그들은 자신을 고상한 존재로 여기고 아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문학현상에서 그를 죽이기에 앞장선 다수가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 비해 김문학은 자신을 비판하는 글들을 실으라는 용기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해 아주 대범하다. 아울러 비판자들에 대해 종래로 반박을 제기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주변사람들이 그에게 “왜 반박을 내놓지 않는가?”고 하면 그는 “싸움할 상대가 아닌 사람들한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괜히 정력을 저차원의 소모전에 허비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그 시간 있으면 책 한 페이지 더 읽고 글 한 편 더 쓰는 게 났다.”는 말로 웃어넘겼다.

김문학현상에 있어서 남영전 사장을 비롯해 일명 안쪽 지식인들의 다수는 지지파인 반면 연변을 중심으로 반대파가 형성되었다. 근데 흥미로운 것은 연변사회 및 전체 조선족사회지식인 중 권위 인물이었던 정판룡 교수는 “이 글 때문에 장백산 잡지가 성공했다.”고 잡지에서 말씀하셨고, 조선족문인사회 최고 어른인 김학철 선생은 연변에서 하도 김문학을 공격하니까 “김문학은 우리의 희망이고 귀재.”라 했고 “집중포격을 자제하라”고 커버하려 노력하였다. 이 두 큰 어른 외에도 지지자들이 꽤나 있었다.

두 어른이 지지하고 나설 정도면 김문학의 작품이 어느 정도 가치가 높다는 뜻이지만 반대파들의 입장에서 보면 김문학의 <개조론>이 형편없는 글 같지 않은 글인데 두 어른이 노년에 하신 실언으로 보였을 것이다.

조선족유사이래 김문학의 <개조론>이 실로 큰 폭탄이었다. 아울러 그의 작품에 일부 오류도 있을 수 있다. ‘신의 영역’에 ‘폭탄’을 던져놓았으니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시끌벅적하게 들끓은 것은 정상이다.

문제는 토론문화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민족은 토론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풍토 속에서 살아왔고 현재도 그렇게 살고 있다. 어찌 보면 회색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흑과 백만 주장하는 민족이고 더욱이 연변사회풍토는 흑백론리가 심하다. 문화대혁명 가장 선두에 서서 대국혁명에 목숨 걸었던 경험도 있고 해서 혁명분자 아니면 반혁명분자만 있을 뿐이란 인식밖에 없다. 제 삼의 인물은 있을 수 없다는 흑백론리에 물젖어왔기 때문에 반대파들은 무조건 김문학을 반동으로 몰아왔다. 아니 반동도 보통 반동이 아니다. 심지어 이완용에 비견될 정도의 반동이다(홍용암의 <노신과 김문학의 비교>에서 등장한 어법).

승자와 패자가 없는 싸움을 피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아울러 반대파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정신은 고귀하다.

한편 조선족사회 최고 지식인으로 꼽히는 분들이 먼 바다 건너에 있는 자신들과 신분이 다른 분과 시야비야 사이버전쟁을 벌이는 현상을 보고 필자는 맘이 착잡해 났다. 비중이 있는 인물일수록 자신을 보호하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 선택이 상대가 누구이든 이전투구식의 싸움이 아니라 此時無聲勝有聲으로 대처하는 것이 진리라 생각한다.

다른 조선족지식인이라면 자신을 평가하는 책에서 자신을 만고의 역적으로 모는 글이 실리면 신사옷차림에 똥물바가지를 집어쓴 기분이 들어 용납 못할 것이다. 그릇의 문제이다. 김문학 선생은 독을 약으로 여기고 자신이 이완용으로 비유될 만큼 큰 타격을 입었으나 그런 내용이 담긴 글을 실으라는 용기와 대범 및 관용정신을 취했다. 불필요한 체면치례에 물젖어 그릇이 작아진 조선족지식인들은 싫든 좋든 그의 이런 정신을 따라 배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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