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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선집
2015년 07월 06일 22시 31분  조회:4012  추천:0  작성자: 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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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선집

<만주시인집>과 <재만조선시인집>

 

  <만주시인집>과 <재만조선시인집>은 우리 민족 문단이 형성되어 최초로 간행된 시선집들입니다. 처음 이 두 시선집 복사본을 읽는 저의 마음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 연구는 비록 저의 전문 연구분야는 아니지만 적어도 시를 보는 눈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오늘날의 우리 시선집마저 거기에 비견될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이었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1995년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지금 시선집을 편집한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시의 수준은 아직도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 더 이상 전개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만큼 저에게 큰 충격을 줄 정도로 상당히 좋은 시들이 많았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滿洲詩人集>은 康德九年(1942년) 9월 29일 第一協和俱樂部文化部에 의해 간행되었습니다. 먼저 편집자인 朴八陽이 쓴 「序」를 읽어보면 대략적인 편집 취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滿洲를 사랑하는 心情은 이땅 이 나라의 大氣를 呼吸하고 살아온 우리가 아니면 想像하기도 어려우리라. 남이야 무어라 하거나 滿洲는우리를 길러준 어머비요 사랑하여 안어준 안해이다.

  이 나라의 單調로운 퍼언한 地平線 紅柿가치 새빨간 저녁해 모양 새 업는 우리 部落의 土城, 머언 白楊나무숩 적은 개울물 하나 하잘것 업는 돌덩이, 흑덩이 하나하나에도 우리네 歷史와 傳說과 限업는 愛情이 속속드리 숨여잇다. 그뿐이랴. 우리는

   「거기서 새로운 言語를 배웟고

    새로운 行動을 배웟고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世界와

    새로운 肉體와를 어텃나니」

                    (咸亨洙氏「歸國」의 一節)

  그럼으로 이땅 이 나라의 自然과 사람은 完全히 愛撫하는 우리 肉體의 한 部分이다.

  長白靈峰의 품미를 의지하고 살은 우리요 黑龍長江의 울타리 안에서 살은 우리가 아닌가? 松花江언덕 杏花村에 情드리고 살고 海蘭江 白砂場에 옛이야기를 주으며 귀로 「오랑캐고개」의 傳說과 눈으로 「渤海古址 六宮의 남은 자최 주춧돌도 느근것」(尹海榮)을 듯고 보고 살어온 우리다.

  아아 滿洲땅! 꿈에도 못닛는 우리 故鄕 우리 나라가 안인가?

   「언제든지 고읍고 아름다운

    장미꼿 송이를 안고

    머ꠏꠏꠏㄴ 동산으로

    시들지 안는 세월을 차저 왓읍니다」

             (趙鶴來氏「滿洲에서」의 一節)

   「漆夜에 불빗 思慕하듯

    誠實하고 바른길 思慕케하소서

    깨끗한 空氣 呼吸하며

    健全한 生의塔 싸케 하소서」

             (張起善氏「새날의 祈願」의 一節)

  시들지 안는 歲月을 차저와서 健全한 生의 塔을 싸흐려는 우리들의 祈願이 이땅 이 나라의 한울과 별과 개울과 密林과 바람과 部落속에 서리여 잇는것을 이곳에 사는 사람으로 누가 是認하지 아니하랴?

  愛誦하지 아니할수 업는 이 한 卷의 冊子 “滿洲詩人集”이 上梓되는것은 滿洲朝鮮人 辛酸한 한世紀 살림에 잇서서 可謂 最初의 花壇에 핀 꼬치요 또 生活文化의 結實이니 이것이 주는바 無量한 感懷를 무엇으로 表示하랴?

  이에 깃쁨을 스스로 못이기여 敢히 拙筆을 들어 猥濫하게도 序에 代하는 所以다.

  널리 江湖에 推擧하야 마지 안는다.

  (康德九年六月二十五日 於新京 朴八陽識)

 

  이주민의 문학 즉 조선족 문학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충분히 인식한 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목차에 이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어 참고로 제시합니다. 시집답게 인사말도 행을 나누어 해놓았네요.

 

建國十週年을 마저 이 詩集을 刊行함에 際하야

    序文을 執筆해주신 朴八陽氏와

    玉稿를 惠送해주신 詩友諸兄과

    經費를 援助해주신 大山基行 江川龍祚 兩氏와

    出版의 便宜를 돌보아주신 安田觀祐 平川塋澈 宗方龍雄 諸氏와

    印刷로 犧牲을 돌보지 안흐신 靑山茂夫氏와

    아울러 勞苦를 아끼지 안흔 印刷所 松田秀吉氏 外 從業員諸兄과

    끈임업이 刊行을 督勵해주신 江湖諸賢에게

삼가 衷心으로 深謝의 意를 表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잘 아는 박팔양 시인 외에 나오는 이름들은 일본식 이름인데 그렇다고 이들이 꼭 일본인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이미 강압에 의해 창씨개명이 된 때였으니까요. 다수가 조선인일 가능성이 오히려 더 많겠지요. 글의 성격상 작품 전부를 소개할 수 없으므로 목차의 순서에 따라 제목들만 올려 놓습니다.

 

柳致環篇: 편지/歸故/哈爾濱道裡公園

尹海榮篇: 海蘭江/오랑캐고개/四季/渤海古址

申尙寶篇: 흑과갓치살갯소/沙漠/旅人宿/乞人

宋鐵利篇: 爐邊吟/도라지/북쪽하늘엔/追憶

趙鶴來篇: 驛/心紋/彷徨/滿洲에서

金朝奎篇: 少年一代記/*胡弓/室內

咸亨洙篇: 나의 神은/歸國/나는하나의/悲哀

張起善篇: 새날의 祈願/아츰/구름/꿈

蔡禎麟篇: 별/북으로간다/밤

千靑松篇: 先驅民/古畵

朴八陽篇: 季節의 幻像/사랑함

 

  보시는 바와 같이 11명 시인의 시 40편이 수록된 얄팍한 시선집입니다만 이것이 1942년에 간행된 우리 시집임을 감안하면 참으로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들 시인들 중에서 유치환, 윤해영, 김조규, 함형수, 박팔양 등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도 거론되는 인물들이지요.

 

  다음은 그 다음해인 康德九年(1943년) 10월 10일 間島省 延吉街 (株)藝文堂 發行으로 된 <在滿朝鮮詩人集>을 살펴 보겠습니다. 이 시집은 金朝奎가 편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의 <編者序>는 아무래도 金朝奎의 글이 되겠지요.

 

  建國 十週年의 聖典. 우리는 敬虔한 世紀의 奇蹟을 가지고 있다. 神恷와 計劃과 經綸, 그리고 生活, 이속에 道義의 나라 滿洲國의 建設이 있었고 그러므로 또한 우리들의 자랑도 크다.

  이 奇蹟과 자랑속에 뮤-즈도 자랐다. 不幸한 産聲을 울린 流浪의 夜宿으로볼어 거룩한 建設우에 絢爛한 花環을 걸기까지 二十年, 츤도라의 괴로운 旅程속에서도 우리 뮤-즈는 歷史的인 自己의 位相과 方向에 銳敏하기에 怠慢치 않었다. 이곳 大陸의 雄圖에서 一大浪漫을 創作하며 呼吸하는 거록한 情熱과 새로운 意慾―詞華集의 要求도 바로 여기에 있으며 우리는 이 微誠으로나마 빛난 建國十週年을 慶祝함과 아울러 大東亞新秋序文化建設에 參與하련다.

  化裝이 매끈치 못하다면 울든 凍土를 가르치겠다. 목소리가 거츨다면 密林과 平原을 보이겠다. 이제 不幸하였든 뮤-즈는 天衣를 입고 雪原우으로 도로이카를 달려도 좋을겄이다.

  南風이 불면 꽃씨를 뿌리겠노라

  눈이 나리면 설매에 무지개를 달겠노라

               壬午 여름, 編者 識.

 

  서문의 취지는 앞의 <만주시인집>에 나오는 박팔양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비록 더러 친일적 혹은 친만주국적인 문구들이 보이지만 일제의 검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액면 그대로만 이해해서는 안 될 줄 압니다.

  역시 수록 시인과 작품 목록을 제시해 보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金達鎭: 龍井/뜰/菊花/꼬아리 열매

金北原: 봄을 기다린다/看護婦/山/旗/그 넓은 드을에

金朝奎: 延吉驛 가는길/胡弓/밤의 倫理/葬列/南風

南勝景: 北滿素描/井蛙/奇童/海賊

李琇馨: 人間 나르시스/娼婦의 命令的 海洋圖/未明의 노래

李鶴城: 나의 노래/철쭉花/五月/落葉/별

李豪男: 신장노/애기와 코스모스/팽이와 팽이채/촌 정거장/葡萄 넝쿨

孫素熙: 밤車/어둠 속에서/失題

宋鐵利: 나의 노래가 담길/落鄕/五月

柳致環: 生命의 書/怒한 山/陰獸

趙鶴來: 流域/거리로 가는 마음/憧憬/街燈/春詞

千靑松: 드메/무덤/書堂

咸亨洙: 家族/化石의 고개/개아미와 같이/胡蝶夢

 

  이 시집에는 13명 시인의 작품 52편이 수록되었습니다. <만주시인집>보다는 시인 수나 작품 양적으로 조금 더 많은 셈이지요. 그리고 여기서 앞의 시집에 같이 수록된 시인 외에 김북원, 손소희 등도 한국문학사에 자주 거론되는 시인들이지요.

 

  그런데 세심한 독자들은 이 두 시집에 6명의 시인이 중복 수록되었음을 발견하였을 것입니다. 柳致環, 宋鐵利, 趙鶴來, 金朝奎, 咸亨洙, 千靑松이 그에 속하는데 작품은 김조규의 「胡弓」 외에는 모두 다른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두 시집에 수록된 시인은 모두 18명이 되고 작품은 91편 되는 셈이군요.

 

  이 정도의 시인과 작품이라면 당시 우리 시단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여기에는 한국 현대문학사에서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시인들도 여러 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우리 문학은 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셈이 된다 하겠습니다.

 

  이것은 시의 장르적 특성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두 시집의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당시 <만선일보>에 게재되었던 것인데 비록 소설가들 중에서도 당시 한국 문단에서 중견역할을 하던 이들이 상당 수 이주해왔었지만 소설의 창작 주기나 현실 반영의 특징들 때문에, 그리고 지면의 한계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진한 반면 시작품은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신문에 많은 양을 수용할 수가 있었고 또 현실 재현의 즉각성이라는 장르적 특징 때문에 좋은 시들이 많이 게재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요컨대 <만주시인집>과 <재만조선시인집>은 광복전 우리 시문학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시집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 시집들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들 중에서 <만선일보>나 다른 지면에 게재된 작품들도 좋은 작품들이 더러 있지만 이 두 시집이 대표성을 띤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쉬움은 이 두 시집에 시인들의 약력이 올라 있지 않은 것입니다. 다음에 소개하게 될 재만조선인작품집 <싹트는 大地>의 경우처럼 짧게나마 문인들의 약력을 올렸더라면 연구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말이죠. 앞으로 이 두 시집의 작품들이 우리 문학전집에 수록되어 새로 간행됨으로써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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