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해”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너를 기다릴 수 있어”라는 고백이고 다짐이다. 사랑에 빠진 자는 늘 기다린다. 사랑해서 기다리는 게 아니다. 기다리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다. 기다림에의 종속은 사랑의 유력한 징표다. 그토록 사랑하건만 기다림은 종종 모든 것을 지연시킨다. 기다림이 키스와 애무와 교합의 설렘을 뒤로 미룬다. 공허를 품은 기다림이 이 사랑을 살찌게 만들지만 어떤 경우엔 사랑을 마르게 하고 파멸로 이끈다. 기다림이 파멸적인 것은 욕망을 냉각시키고 존재 자체를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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