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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시가 아니다
이승훈
한양대 교수로 직장을 옮긴 1980년대 초 밤이면 김일성 이 자신의 집을 폭파하겠다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지붕 위엔 낯선 비행기가 떠 있다고 편지를 보낸 제자가 있었 다 춘천교육대학을 중퇴하고 결혼에 실패한 그는 대학 시 절 서울 집으로 간다며 철길을 계속 걸어간 적이 있지 어 느 날은 그의 시집을 영국에서 출판하게 되었으니 선생님 이 평론을 쓰셔야 한다는 편지도 보냈다
그 무렵엔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연구실 문을 열고 웬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나이는 서른 정도 나를 보더니 대뜸 선생님이 불쌍해요 그가 한 말이다 잠바 차림에 무 언가 들고 있었다 그는 전라도 광주에서 시를 공부하는 청년으로 선생님 생각이 나서 도시락을 싸 왔다며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풀었다 그때 조교들이 들어와 그는 조교들과 함께 나갔지 1980년대 초엔 왜 이런 일들이 많 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이 시는 이승훈 시인의『이것은 시가 아니다』라는 시집에 실린 시...(?)입니다.^^ 이승훈 시인은 수업 시간에도 몇 번 언급이 됐었는데요.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다 이런 형식으로 쓰여져 있어요. 저는 이런 시를 별로 본 적이 없어서 아주 낯설었습니다. 정말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또 생각해 보게 되네요. 시집 뒤쪽에 이 시에 대해서 쓴 글이 실려 있는데요.
이것은 시가 아니다. 그러나 시지에 발표되었기 때문에 시로 대접받는다. 휴지통에 넣으면 휴지가 되고 편지로 보내면 편지가 되고 일기로 쓰면 일기가 되고 정신과 의사의 노트에 적으면 병력이 된다. 도대체 시는 어디 있는가? 내가 이런 제목을 달아 시지에 발표한 것은 도대체 당신들이 생각하는 시는 뭐요? 시는 과연 어디 있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정신병의 세계를 그대로 옮긴 것은 이젠 우리 시도 이런 세계를 제대로 수용하고 공부하면서 광기에 대한 새로운 사유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예술은 광기를 먹고 산다. 미치지 않은 시인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정신도 육체도 멀쩡한 시인들은 가짜다. 김소월, 이상, 김수영을 생각하자. 그러니까 광기의 이성에 대해 사유하고 이성의 광기에 대해 사유하자.
그 중 한 부분입니다. 이 외에도 시집에 실린 시들이나 글을 보면 이승훈 시인이 시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 읽어보신 분은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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