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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과 에이츠
2015년 07월 17일 20시 53분  조회:4502  추천:0  작성자: 죽림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 시는 소월시의 -Esprit- 정수(精髓)로, 이별의 슬픔을 인종(忍從)의 의지력으로

극복해 내는 여인을 시적 자아로 하여 전통적 정한(情恨)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이 정한의 세계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가시리>, <서경별곡(西京別曲)>, <아리랑>으로 계승되어

면면히 흘러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 정서와 그 맥을 같이한다.

4연 12행의 간결한 시 형식 속에는 한 여인의 임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희생, 그리고 체념과 극기(克己)의 정신이 함께 용해되어 승화된 지순한 사랑으로 나타난다

즉, 떠나는 임을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겠다는 동양적인 체념과,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는 임이지만, 그를 위해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는 절대적 사랑,

임의 '가시는 걸음 걸음'이 꽃을 '사뿐히 즈려 밟'을 때, 이별의 슬픔을 도리어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비애,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유교적 휴머니즘 그리고 그 아픔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고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는 인고(忍苦) 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진달래꽃'이다.

이 '진달래꽃'은 단순히 '영변 약산'에 피어 있는 어느 꽃이 아니라,

헌신적인 사랑을 표상하기 위하여 선택된 시적 자아의 분신이다.

다시 말해, '진달래꽃'은 시적 자아의 아름답고 강렬한 사랑의 표상이요,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슬픔이며,

끝까지 임에게 자신을 헌신하려는 정성과 순종의 상징이기도 하다.

본인의 시  <진달래>에서도  산이 앓은 열병의  열꽃처럼  피어난 분홍빛 정념이라  표현했듯이 또한  붉고 아름다운 자기 희생적 사랑이며 전통적 소재로서, '한'과 '슬픈 사랑'의 매개물이다

떠나는 임을 위해 꽃을 뿌리는 행위가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까닭은 임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시적 자아의 사랑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꽃을 뿌리는 행위의 표면적 의미는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산화공덕(散華功德)' ― 임이 가시는 길에 꽃을 뿌려 임의 앞날을 영화롭게 한다는 '축복'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임을 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강한 만류의 뜻이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이 시는 그저 이별을 노래하는 단순한 차원의 것이 아니라, 이별이라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존재론의 문제로도 확대해 볼 수 있다.

이별의 고통을  임에게도 전달하려는  모순된 내면의식의 표현인 것 이다 

소월은 '진달래꽃'의 개화와 낙화를 사랑의 피어남과 떨어짐, 즉 만남과 이별이라는 원리로 설정함으로써 마침내 사랑의 본질을 깨달은 그는 더 나아가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생성과 소멸의 인생의 의미를 깊이 인식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본인의  시 <진달래>에서  산이 열병을 앓으며 긴 날을 기다려온 것은  딱 한번 꽃을 피우려는 절정의 몸떨림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숱한 만남과 이별을  즉 피어남과  떨어짐을  겪어 왔지만  산은 아무런 기억도 하지 않고 절정의 한순간만을 위해 존재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버림받은 여인과 떠나는 남성 간에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이 초점을 이루는 설화적 모티프 를 원형(原型)으로 하고 있는 이 시는 여성 편향(女性偏向)의 '드리오리다'·'뿌리오리다'·'가시옵소서'·'흘리오리다' 등의 종지형을 의도적으로 각 연마다 사용함으로써 더욱 애절하고 간절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표면적 의미와는 달리  피맺힌 슬픔을 극복하려는  시적 자아의 몸부림이 느껴지는  반어적  역설적 표현이다 

그러나 피학적(被虐的)이던 시적 자아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는 마지막 시행과, '걸음 걸음'·'즈려 밟고 가시옵소서'에서 나타나듯이 그저 눈물만 보이며 인종하는 나약한 여성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떠나는 남성이 밟고 가는 '진달래꽃' 한 송이 한 송이는 바로 여성 시적 자아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그가 꽃을 밟을 때마다 자신이 가학자(加虐者)임을 스스로 확인해야 하는 것을 아는 시적 자아는

그러한 고도의 치밀한 시적 장치를 통해 떠나는 사랑을 붙잡아두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별의 고통을 감수하려는  순종의 전통적 여인상뒤에는  사랑의 독기를 품은 여인의 향기가 같이 있는것이다

이런 야누스적인  여인의 정감의 깊이를  함축하고 있는  고이 보내드리드리우리다,아름 따다 가실길에  뿌리우리다,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등의  시어를 통해 이별이라는 상황에  안타까운  대처가    <서경별곡>의  적극적으로 이별을 거부하는 활달한  고려여인과는 대조를 이룬다고 볼 수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다  하지만  정한(情恨)의 정서는 단순 정서라기보다는

복합 정서에 가깝다고 볼 수있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상황이지만,그립고 슬픈 정서가 주정서지만 

아름다웠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은  기쁨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시의 정서적 흐름은  체념과 축복(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산화공덕)   그리고 희생(짓밟힌 꽃,즈려밟고등)을 거쳐  절제 극기 승화라는 고도의 정서로 흘러 마무리된다

비록 자기를 배반하고 떠나가는 사람일지라도 변함없이 사랑하겠다는 극기로 승화된 자기희생의 지순한 사랑의 모습이다

전통적이고 여성적이며 역설적 애상적인  소월의 <진달래꽃>과 현대적이고 남성적이며

역동적인 본인의 <진달래>에서  공통점을 굳이 밝히고 마무리 하자면  꽃의 개화와 낙화를

사랑의 피어남과 떨어짐으로  만남과 이별이라는 우주적 원리로 설정하여

사랑의 본질을 깨달은  태어남과 죽음까지 확장하여  생성과 소멸이라는 인생의 의미를 깊이 인식한 것으로 생각할 수있게 한다

 

그리고  덧 붙여  영국의   월리엄 버틀러 에이츠의  과  김소월의  진달래꽃 정서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너무 흡사하여  말미에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 (꿈)

 

                       월리엄 버틀러 에이츠

 

내게  금빛 은빛으로 수 놓인

 

하늘의 천이 있다면

 

밤과 낮의 어스름으로 물들인

 

파랗고  희부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허나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꿈을 그대 발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에이츠가 금빛 은빛 화려한 "하늘의 천"을 못 주는 대신 자신의  소중한  꿈을  사랑하는 임에게 바치는 모습이

비록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함께 축복의 마음으로 진달래꽃을  아름따다 가시는 임 ,사랑하는 임

발아래 까는 모습이  서로 비슷해 보인다

이미지의 표절이니   소월이 진달래꽃 쓰기전에  이시를 읽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정말 중요한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최고의 것을 주고 싶어 한다는것

가장 낮은 자세,희생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꿈이나마 그대 위해  깔아드리고 싶은 비단 한조각  소망하는 금요일   숙제가 많아  쫒기는 마음으로

두서 없이 글 올린다~~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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