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난해시와 김수영
2016년 01월 01일 20시 38분  조회:4030  추천:1  작성자: 죽림

진정한 난해시를 위하여
─ 김수영에 관한 몇가지 단상


진이정

 

1

노란 꽃을 주세요. 금이 간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하얘져가는 꽃을
노란 꽃을 주세요. 넓어져가는 소란을
─ <꽃잎(二)> 부분

 

김수영이 일찍이 간파했듯이, 시의 대중성 따위는 진정한 시인이 걱정할 바가 아닐지도 모른다. 진정한 시인이었던 그는, 어느새 자신도 주체 못할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비록 사후의 일이지만,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해마다 번창하고 있으며, 문학에 입문하는 청년들의 손에는 으례 그의 두툼한 전집이 들려 있기 일쑤이다.
나는 지금 김수영의 성공을 질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격하고 때로는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어느새 김수영의 시는, 독자들에게 낯익은 그 무엇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그렇다면, 이제 그의 시는 더 이상 난해하지 않단 말인가. 읽기에 편한가.
나는 오래된 그의 시집을 다시 펴본다. 금이 간 노란 꽃이 내 망막 위에 흩날린다. 어렵다. 난해하다. 그의 시를 정독할수록 내 마음의 한구석에선 시끌시끌한 혼돈이 기승을 부린다. 바로 넓어져가는 소란이다.

 

 

2

김수영은 아직도 소수의 정예화된 독자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소수들 뒤에는 시인의 명성을 쫓는 꽤 많은 수의 부화뇌동 독자들이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그 부화뇌동 독자들의 수효가 김수영의 시를 예전보다 덜 난해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3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비뚤어지지 않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소음이 바로 들어오게
꽃을 찾기 전의 것을 잊어버리세요
  꽃의 글자가 다시 비뚤어지게
─ <꽃잎(二)> 부분

 

살아 있는 시인의 좋은 시는, 죽은 시인의 시조차 의미 있게 한다. 그것은 죽은 시인을 찾기 전의 일이기도 하다.

 

4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種苗商,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은 여자, 無識쟁이,
이 모든 無數한 反動이 좋다
─ <巨大한 뿌리> 부분

 

내가 발견한 김수영의 데페이즈망.
그가 말한 것처럼 ‘이 무수한 반동’은 아직도 안성 유기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배열된 재료들의 성질과는 달리, 그 빛은 의외로 모던하고 난해하기조차 하다. 그의 당대에 신물나도록 볼 수 있었던 가짜 데페이즈망을, 그는 멋지게 뒤엎은 것이다.

 

5

나는 지금보다 시를 더 어렵게 쓰고 싶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자꾸 눈치가 뵌다.
나의 시는 아직도 ‘문학 이전’에 있는 듯싶다.

 

6

시집이 너무 많이 팔려서 문제이다.
전문적인 시집조차도 재판 삼판 찍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엘리어트의 우려를 빌리자면, 혹 우리 시인들이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새로운 일을 하고 있기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것, 그들에게 낯익은 것을 포장만 새롭게 해서 공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라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생전의 김수영은, 자신의 시를 제대로 해독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지금 우리가 진정 걱정해야 할 것은, 창조적인 시를 제대로 간파할 능력이 있는
소수의 명민한 독자들이 존재하느냐, 바로 그 점일 터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43 이승훈 시모음 2015-07-18 0 4297
642 <자본주의> 시모음 2015-07-18 0 4221
641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2015-07-18 0 4342
640 김소월과 에이츠 2015-07-17 0 4546
639 좋은 시를 쓰는 王道 // 령혼을 노크해주는 글 2015-07-15 0 4481
638 표절과 령혼 2015-07-15 0 4434
637 표절은 작가자신의 령혼을 죽이는 자살행위... 표절은 독자들의 령혼을 죽이는 타살행위... 2015-07-15 0 4164
636 김억과 김소월 2015-07-14 0 5273
635 윤동주와 일본 시인 // 시문학의 흐름 2015-07-12 0 5085
634 한국 최초의 자유시 2015-07-12 0 3785
633 新體詩 시인 - 최남선 / 자유시 선구자 - 주요한 2015-07-12 0 4817
632 하이퍼텍스트 詩 들여다보기/현대시의 흐름/바이런시인 시모음 2015-07-09 0 5177
631 <<死愛>> 2015-07-09 0 4765
630 어둠의 아이들과 햇빛의 아이들이... 2015-07-09 0 5185
629 그 누구나 시의 전파자가 되는 날을 위하여... 2015-07-08 0 4015
628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인 2015-07-06 0 4218
627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선집 2015-07-06 0 4028
626 <<풀보다 먼저 눕고 먼저 울고 먼저 일어서는>> -"국민시인" 2015-07-05 0 4712
625 윤동주와 정지용, 리륙사와 로신 // <<향수>>와 <<추억>> 2015-07-04 0 6053
624 두 시인의 마음속 "고향"은...? 2015-07-04 0 4136
623 다시 알아보는 시인 백석 2015-07-04 0 4282
622 <소주> 시모음 / 김소월시인과 담배, 술, 진달래꽃 2015-07-04 0 5159
621 포스트/모더니즘시론의 력사 2015-07-04 0 4271
620 2015년 7월 4일자 한국 중앙일보 윤동주 시한편 등고해설 2015-07-04 0 4386
619 다시 알아보는 시인 조기천 2015-07-03 0 4864
618 전쟁과 화폐살포작전 / 짧은 시 모음 2015-07-03 0 5016
617 항상 취해 있으라... 2015-07-03 0 4379
616 <지렁이> 시모음 2015-07-01 0 4405
615 미친 시문학도와 싸구려 커피 2015-06-30 0 4263
614 체 게바라 시모음 2015-06-28 0 4475
613 파블로 네루다 시모음 2015-06-28 0 4417
612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시모음 2015-06-27 0 4903
611 <夏至> 시모음 2015-06-22 0 4190
610 시를 설사하듯 쓰기와 시를 느린보로 쓰기와 좋은 시 다섯편 남기기 2015-06-22 0 4624
609 연변 작가계렬 취재 1 2015-06-22 0 4434
608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2015-06-22 0 4721
607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2015-06-22 0 4166
606 리임원 시집 출간 2015-06-21 0 4090
605 李仁老 漢詩 2015-06-20 0 6328
604 녀성詩 어디까지 왔나ㅠ... 2015-06-19 0 3782
‹처음  이전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