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3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같은 詩라도 행과 연 구분에 따라 감상 차이 있다...
2016년 02월 20일 05시 16분  조회:4500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에서 행과 구분을 굉장히 중요시하게 여기는데 어떤 때는

한 편의 시가 여러 편의 시집에 실리면서 연과 행 구분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례를 들면 <<쉬>>(문인수), 이 시가 그러한데 시가 좋아 여러 시집 여기 저기에 실렸지요.

출간된 시집들을 서로 대조해보면...

 

그런데 인터넷에 떠다니는 시도 아니고 시집마다 행과 연 구분이

달라 참 혼란스럽더군요.

 

그래서 문인수 시인에게 메일로 문의를 했었는데 문인수 시인은

나희덕 편을 정본으로 삼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이 시는 조선일보가 연재한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중 43편에 들어 있는데 저는 조선일보에 실린 시의

형식이 가장 좋은 것 같더군요.

 

한번 보세요. 시에서 행과 연 구분에 따라 감상의 차이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시는지를...

 

 

 

쉬/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
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었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
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
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
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 쉬 -「쉬」, 문학동네, 2006년
-반경환 명시1,2 제1권 102쪽

-제49회 現代文學賞수상시집. 2004. 현대문학
-도종환, 안도현 시인이 추천한 <국립공원 시인의 집>에 비치 돼 있는
시집(자연속에서 읽는 한 편의 시) 제2편 25쪽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
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
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
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나희덕 시인이 엮은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에 실린 시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104쪽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중 43』(조선일보 연재, 2008)
-출처 : 조선일보 입력 : 2008.02.26 00:12 / 수정 : 2008.02.28 11:12

 

----------------------------------

흐르는 물
검색을 해보니 문인수 시인의 그 유명한 시 '쉬' 가 올려져 있지 않네요. 나희덕 시인이 엮은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에 실린 시를 원본으로 삼고 싶으시다니까 참고로 했으면 좋겠네요. 09.09.08 18:30


답글 | 묘묘
연을 구분한 것은 그렇다쳐도 산문시의 행들은 올리시는 분들의 게시표현에 따라 변한 듯 싶네요. 연은 후에 나누었더라도 행갈이를 달리 했다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만...... 09.09.08 18:32


답글 ┗ 흐르는 물 나희덕 편에는 결구인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한 연 한 행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4연의 마지막 행으로 되어 있으니 게시표현하고는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09.09.08 18:42

묘묘
시인의 시 한편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정확성을 찾아본다는 일도 참 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09.09.08 18:50


답글
제4막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이부분을 한 연 한 행으로 하지 않고 4연의 마지막행으로 쓰인 것까지 문인수 시인이 동의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군요... 09.09.08 18:50

 

답글 ┗ 흐르는 물
나가려다 다시 한번 보고 갑니다. 나희덕 편 제가 옮긴 것은 글자 한 자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따로 멜로 보내드리겠습니다. 09.09.08 19:09

 

흐르는 물
한 편의 시를 행, 연이 구분이 안 된 시와 구분이 다른 시로 읽어보니까 <조선일보가 연재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43편]>의 시가 가장 자연스럽게 읽혀지네요. 개인적으로도 이 시를 원본으로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09.09.08 22:10

------------------------

[문인수]쉬 (시집 '쉬!'14쪽의 경우)|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

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

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

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따에 붙들어매

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

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 시집 <쉬!> (문학동네/ 2006.1.27 초판본)

 

 

* 시집의 판형 관계로 이렇게 된 것임을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시원/ 허시것다아'나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식으로 행갈이를 할 필요는 없으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를 1연 한행으로,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를 4연 한 행으로

한 것은 이 시의 구조상 꼭 지켜져야할 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연 구분 없이 4행으로 된 시지만 행을 연으로 간주하면)

특히 마지막 연의 한 행은 길게 한 호흡을 쉬고 내뱉는 말로서 이 시의 핵심 문장인바

3연에 붙여 쓰는 것은 시 본래의 의미와 맛을 훼손하는 처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젊고 순하게 생긴 여성시인이 그렇게 인용한 것을 두고 면전에서 까칠하게 대꾸하기 힘들었던

시인이 대수롭지않은 듯 좋게 얘기해서 그걸 정본으로 삼겠다 한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낭송용 원고로서는 그게 유용할 수는 있을테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마지막 부분은 연행 구분을 해야 옳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시의 제목이  '쉬'로 되어 있고, 시집의 제목도 '쉬!'로 되어 있음을 참고 바랍니다.

 

 

-------------------

혼란스러워 문인수 시인한테 문의 했더니 이렇게 답장이 왔더군요.

...

 

 

죄송합니다. 제 시에 이만한 성의를 보여주어서 감사합니다.

 

"따 = 땅"이 맞습니다. 이북어일 뿐만 아니라 일부 고어체 문장에서도 '따'를 볼 수 있습니다.

시의 리듬이나 읽는 맛이 나은 것 같아 일부러 '따'로 하였던 겁니다.

 

발표 당시, 그리고 시집에도 연구분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회에 이 시를 낭송하면서 편의상 연구분을 해보았더니

읽기도, 의미 파악도 훨씬 낫습디다.

그래, 나희덕 편 그 책자에 실린 것을 앞으로 '원본'으로 삼기로 작정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관심, 거듭 고맙습니다. 건필하십시오.

 

-문인수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83 詩는 아름다운 우리 말의 보물창고 2016-01-08 0 4844
882 관념어와 상투어는 詩를 죽인다... 2016-01-08 1 4690
881 詩짓기에서 자기나름의 펌프질을 해라... 2016-01-08 0 4112
880 詩의 初心 닦기 2016-01-08 0 4251
879 詩는 인류가 남긴 최고의 문화예술 2016-01-08 0 4108
878 아마추어 詩人들 고쳐야 할 시작법 2016-01-08 0 4872
877 詩를 찾아가는 아홉 갈개 道 2016-01-08 0 4260
876 詩와 아름다운 우리 말의 숨결 2016-01-08 0 4763
875 詩는 사슴 따라 놀고, 칡범 따라 놀아야... 2016-01-08 0 4132
874 시짓기는 퇴고작업의 연속... 2016-01-08 0 3940
873 시짓기는 初心으로... 2016-01-08 0 4411
872 좋은 詩의 조건 - 10가지 2016-01-08 0 5627
871 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방법 2016-01-08 0 5754
870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1 2016-01-08 0 4809
869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2 2016-01-08 0 5957
868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3 2016-01-08 0 5507
867 시인 천상병과 그 사랑의 궤적 - 하늘에서 다시 만나면 큰소리 칠거예요... 2016-01-07 0 4960
866 시인 천상병 옛집, 생면부지 오지澳地마을로 이사하기까지... 2016-01-07 0 5457
865 시인 김소월과 그 사랑의 궤적 2016-01-07 0 7688
864 시인 李箱과 그 사랑의 궤적 - 금홍, 연심, 변동림..."레몬 향기 맡고 싶소..." 2016-01-07 0 8678
863 시인 유치환과 그 사랑의 궤적 -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 - " 내 죽어 바위가 되리라" 2016-01-06 0 7645
862 <<왜 사냐건 / 웃지요>> - 月坡와 李白 2016-01-06 0 5060
861 詩는 무력하기에 위대한것... 내가 詩가 된다는것... 2016-01-06 0 4469
860 시인 백석과 그 사랑의 궤적... "千億이 白石의 詩 한줄만 못해. 다시 태여나면 나도 詩 쓸거야..." 2016-01-05 0 10026
859 윤동주시인 선배와 그 후배 2016-01-05 0 4976
858 詩人을 만드는 9가지 비망록 2016-01-05 0 3978
857 그림은 읽는 것, 詩는 보는 것... 2016-01-05 0 4101
856 저항의 시인 - 윤동주 2016-01-05 0 4294
855 비움의 시인 - 김관식 2016-01-05 0 4705
854 꽃(花)의 시인 - 김춘수 2016-01-05 0 5289
853 문제의 시인 - 이상 2016-01-05 0 4743
852 혼백의 시인 - 서정주 2016-01-05 0 4351
851 永遠의 시인 - 구상 2016-01-05 0 4281
850 고독의 시인 - 김현승 2016-01-05 0 4928
849 저항의 시인 - 김수영 2016-01-05 0 4519
848 순수의 시인 - 김종삼 2016-01-05 0 4512
847 생명의 시인 - 유치환 2016-01-05 0 4531
846 안개의 시인 - 기형도 2016-01-05 0 4388
845 허무의 시인 - 이형기 2016-01-05 0 5136
844 동시와 박목월 2016-01-05 0 3923
‹처음  이전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