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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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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아침 詩 두 잔 드이소잉]- 젖지않는 물/ 숟가락의 무게
2016년 03월 28일 06시 34분  조회:4740  추천:0  작성자: 죽림
젖지 않는 물
- 이향란(1962~)


기사 이미지
살면서 뜨겁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은 것은 오로지 사랑에 대한 것뿐이다. 단 한 번의 사랑이 나를 그렇게 가두었다. 길들였다. 이후 그 어떤 것에게도 뜨거움을 느낄 수가 없다. 불감의 나날 속에는 데인 추억만 우뚝 서있다. 그 추억에 검버섯이 피어도 싱싱하다. 청춘의 한 페이지가 거기에서 멈췄다. 하여 나는 더 이상 젖어들 수 없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에로스의 목적은 “더 큰 결속을 이루고 그것들을 서로 묶는 것”이다. 리비도(Libido·성본능)가 대상으로 완전히 전이되어 대상이 자아를 대체해 버릴 때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뜨거운 사랑에 데어 본 자는 안다. 그 다른 어떤 것으로도 리비도가 전이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아는 망각으로 사라지고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더 이상 젖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쩔쩔매는 것, 그게 사랑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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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일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밥을 먹기 위해서입니다. 여유 있는 생활, 삶의 보람 같은 것은 그다음이지요.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리는 따뜻한 밥 한 그릇…. 생각만 해도 위로가 되지 않나요? 시인은 묻습니다. 내 밥그릇만큼의 일을 해냈는지, 내 밥 챙기느라 남의 밥은 빼앗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그런 시인의 마음씨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밥벌이의 고귀함을 떠올리며 오늘도 집을 나섭니다.

박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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