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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싱숭생숭 詩 한꼭지]-나는 아침에게...
2016년 04월 05일 08시 59분  조회:4884  추천:0  작성자: 죽림
나는 아침에게 젖을 물린다
- 석연경(1968~ )


기사 이미지
봄빛으로 당신은 내게 옵니다

홰친홰친 붕붕대며 봄 말을 걸고

욜랑욜랑 나폴거리며 봄 춤을 춥니다

그런 당신 맞이하는 나는

흡사 향긋한 바람입니다

나는 순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워져서

열락의 가슴 드러내고

천지에 초유를 먹입니다

미리내 노래 부르며 자궁 속 꽃들은

어머니의 강 따라 향기 뿜으며

천지 가득 피어납니다

( … )






봄은 정지된 것을 움직이게 하고, 고여 있던 것을 흐르게 한다. 사물은 대지(大地)인 어머니의 젖 냄새를 맡고 잠 깬 애벌레처럼 “홰친홰친” “욜랑욜랑” 까불기 시작한다. 오직 순하고 부드럽고 아름답기만 한 어머니는 “초유”를 먹여 만물을 살린다. 이 살림의 힘으로 꽃들이 피어난다. 부디 이 못 말리는 에너지가 늘 우리를 밀고 갔으면.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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