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강은교(1945~ )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사랑은 대상을 ‘나’의 프리즘에 가두지 않고 풀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침묵하면서 꽃과 하늘과 무덤을 놔 주는 일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붙잡기―놓아 주기 사이에 고통스러운 사랑의 변증법이 있다. 그래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내 앞이 아니라 나의 배후에 있으므로 놓아 줘야 한다. 그게 사랑의 방정식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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