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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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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녀류시인 - 설도
2016년 11월 07일 00시 11분  조회:3831  추천:0  작성자: 죽림
‘마음을 함께 한 님과는 맺어지지 못한 채, 공연히 풀매듭만 짓고 있네요(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설도(薛濤)의 『봄날의 소망(春望詞)』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부르는 가곡 중 ‘동심초(同心草)’라는 노래가 있다. 모두 알다시피 가사는 다음과 같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 안서 김억의 동심초 가사, 1200년 전 중국 설도 작품 

그동안 믿고 마음을 주고받은 임과 일이 잘 안 풀릴 때 혼자만 애타하면서 그 마음을 주변의 소소한 사물에 의탁하여 푸는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가곡은 당나라 때 지금의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에 살던 여류시인 설도(薛濤)가 지은 5언 절구 『봄날의 소망(春望詞)』 제3수를 현대시인인 안서(岸曙) 김억(金億)이 번역하고 김성태가 작곡한 노래다. 우선 시 4수 전체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봄날의 소망(春望詞) 

花開不同賞, 꽃이 피어도 같이 즐길 이 없고 
花落不同悲. 꽃이 져도 함께 슬퍼할 이 없네. 
欲問相思處, 묻고 싶어라. 그리운 님 계신 곳 
花開花落時. 꽃 피고 꽃 지는 시절에. 

攬草結同心, 풀 뜯어 같은 마음 매듭을 지어 
將以遺知音. 임에게 보내려 마음먹다가 
春愁正斷絶, 사무친 그리움 잦아들 때에 
春鳥復哀吟. 봄새들이 다시 애달피 우네. 

風花日將老, 꽃잎은 바람에 나날이 시들어 가고 
佳期猶渺渺. 만날 기약 아직 아득하기만 한데 
不結同心人, 마음을 함께 한 님과는 맺어지지 못한 채 
空結同心草. 공연히 풀매듭만 짓고 있네요. 

那堪花滿枝, 어찌하나, 가지가지 피어난 저 꽃 
翻作兩相思. 괴로워라, 서로 서로 그리움 되어 
玉箸垂朝鏡, 아침 거울에 눈물이 떨어지는데 
春風知不知. 봄바람은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석]
▶欲問, 묻고자 하다, 알고 싶다. 
▶相思, 그리워하다. 그리운 님, 相思處는 그리운 님이 계신 곳. 
▶攬, 잡아매다, 손에 쥐다. 
▶將以, 장차 그로써. 
▶遺, 주다, 보내다. 
▶春愁, 봄의 근심, 이성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佳期, 좋은 기약, 만날 날. 
▶結同心人, 마음을 함께한 님과 맺어지다. 
▶堪, 할 만하다. 견디다, 감당하다. 
▶玉箸, 옥으로 만든 젓가락처럼 흘러내리는 눈물, 눈물. 
청두(成都) 왕장러우(望江樓) 공원에 있는 설도 좌상(坐像)
이 시를 지은 설도(768-832)는 자가 홍도(洪度)로 본래 지금의 시안(西安)에 해당하는 장안(長安) 사람이다. 아버지 설운(薛鄖)은 조정의 관료로 있었는데 학식이 연박(淵博·넓고 깊음)하여 어렸을 때부터 설도에게 글을 읽히고 시문을 짓게 하였다. 설도의 미래 운명과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즉 부녀가 집 정원에 앉아 오동나무를 바라보고 있다가 아버지가 먼저 한 구 읊었다. 
‘마당에 있는 오랜 오동나무 한 그루, 줄기가 구름 속까지 치솟았구나(庭除一古桐, 聳干入雲中).’ 
그러자 설도가 대구를 달았는데 이러하였다. 
‘가지는 남과 북에서 오는 새를 맞고, 잎은 오가는 바람을 보내는구나(枝迎南北鳥, 葉送往來風).’ 
부친은 이 대구를 듣고 그 재주를 기뻐하면서도 이 시구가 딸의 ‘동서남북으로 오가는 손님들을 맞고 보내는’ 운명이 예견되는 것 같아서 걱정을 했다고 한다. 

◆부친 폄적 뒤 별세…악기(樂妓)의 운명으로 

얼마 후 부친이 권력자의 비위를 거슬러 쓰촨 청두로 폄적(貶謫·벼슬을 떨어뜨리고 귀양 보냄)하게 되자 온 가족이 함께 이사를 왔는데 또 몇 년 되지 않아 설도 나이 14세에 아버지가 풍토병에 걸려 죽게 된다. 16세 되던 해 모친을 봉양하고 가사를 꾸리기 위해 음률을 잘 이해하고 언사(言辭)를 지혜롭게 풀며, 시부(詩賦)에 뛰어난 능력으로 인하여 예견된 운명처럼 설도는 결국 악기(樂妓: 노래를 부르는 고급 기생, 수청은 들지 않아도 되었다고 한다)로 적(籍)을 올리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의 뛰어난 시적 재능은 785년 사천절도사로 온 위고(韋臯)의 눈에 들어 공문을 작성하고 장서를 관장하는 교서(校書)라는 벼슬자리를 추천받게 되고 사람들로부터 많은 중시를 받게 된다. 그는 평생 위고 이래 총 11명의 절도사로부터 불려 다니며 많은 시문을 짓게 된다. 설도는 곧 시단에 널리 이름이 나 백거이(白居易), 원진(元稹), 두목(杜牧) 등 당시 명망 있던 시인들과 많은 시적 교류를 했다. 현재도 원진 및 백거이와 주고받은 많은 창화시(唱和詩)가 남아 있다. 설도는 느낀 바 있어 나중에 돈을 내고 악기의 적에서 탈퇴하여 자유롭게 살게 된다. 

◆ 백거이 원진 두목 등 당대 최고 시인들과 교류 

설도 41세 때 시작된 10세 이상 아래인 원진과의 늦사랑이 천고에 전해지고 있다. 원진은 설도와 많은 연정의 시를 주고받는데, 그녀를 한나라 때 사마상여(司馬相如)와 짝을 이룬 탁문군(卓文君)에 비유하기도 했다. 
(좌) 원진이 설도에게 써준 연애 시와 설도가 시를 쓰고 있는 모습. (우) 설도가 설도전(薛濤箋·시를 적는 붉은색 종이)을 만드는 모습.
◆ 사마상여와 탁문군의 별난 사랑 

만년에 설도는 청두 서쪽 완화계(浣花溪) 시냇가에 살며 음시루(吟詩樓)를 짓고 시를 읊으며 지냈다. 당시 쓰촨 지방에는 종이문화가 발전하였는데, 설도는 시를 운치 있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소나무 꽃무늬를 새겨 넣은 붉고 고운 색종이를 직접 제작하여 시인들과 시를 주고받으니 그것이 당시 유명해져 ‘설도전(薛濤箋)’으로 불리웠다. 원진은 쓰촨으로 발령이 났을 때, 한때 설도와 깊은 정을 나누었지만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자 떠나가고 만다. 원진의 여성 편력과 풍류 끼에 대해 소문을 듣지만, 설도는 일편단심 원진을 기다리니 헤어진 지 10년이 지나서도 원진을 사모하는 시를 남길 정도였다. 결국 맺지 못할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만년에는 대나무밭 속에서 검은 색 여도사복을 입고 수도하는 자세로 살다가 세상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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