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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은 갔어도 노래는 오늘도 가슴 설레이게 한다...
2016년 11월 10일 22시 28분  조회:3705  추천:0  작성자: 죽림

흥개호어부의 노래, 추억의 향기여!

                              김은철

   고희를 넘어선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여든이 눈앞이다. 나이를 먹으니 자연히 뼈마디들이 쑤셔나고 피곤히 몰려들면서 손가락하나 까딱하고 싶지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움직여야 건강에 좋다하여 나는 오전마다 사교무추러 다니군 한다. 사교무장에서 부르는 노래들은 모두 명곡들로서 춤추는 이들의 구미에 맞아 흥을 자아내고있다. 특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를 들을 때면 그 시절을 머리에 떠올리며 취하군 하는데 그 노래가 바로 “흥개호어부의 노래”이다. 춤을 추다가도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부르면 내 머리에는 언제나 인자한 모습의 리삼월선생님이 떠오르군 한다. 리삼월은 필명이고 본명은 리경희이다. 리경희선생님은 문학잡지 ”송화강’을 창건한 분이며 총편으로 수십년 분망히 보내왔으며 중국조선족시단의 대표적시인의 한분이시다. 흑룡강의 많은 시인 소설가들이 이 선생님의 배양과 지도를 받으면서 성장되였다. 필자 역시 중학시절부터 이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작품들을 발표하게 되였다.

이노래는 1977년 겨울 흑룡강성 해림현 북라고에서 고고성을 울렸다. 그때는 흑룡강조선문일보, 흘룡강조선민족출판사, 흑룡강조선말방송국등 세 단위가 륜번으로 작품창작모임을 자주 소집하였는바 그 시기가 흑룡강조선민족작품창작흥성기였다고 생각된다. 그번 모임에 성내의 이름있는 작곡가 리주일, 김양준, 리득송, 심상문등분들과 리삼월,리명재,박철준,강효삼,김동진,한병국등 시인들이 모두 모이였다. “흥개호어부의 노래”의 작곡자 림종원은 그때 20대의 음악애호가였는데 손풍금을 멋지게 다루었다. 시인들은 작사를 하느라, 작곡가들은 작곡을 하느라 모두들 바삐 보내고있었다. 그런데 남들은 몇수씩 써내는데 리삼월선생님은 오로지 한수의 가사만 손에 들고 속을 썩이고있었다.

“이봐, 난 아무래도 가사는 될것같지 않소. 시보담 무척 어렵단 말이요.”

리삼월선생이 가사도 잘쓰고 작곡도 잘하는 리명재선생을 보고하는 소리였다. 그러면서 “흥개호어부의 노래”초고를 리명재선생한테 보이면서 이렇게 쓰면 되겠느냐 하면서 의견을 청취하는것이였다. 리명재역시 중학시절부터 “송화강”에 시를 발표하면서 리삼월선생의 지도를 받아온 학생였던것이다. 그런데 그토록 겸손하게 리명재선생한테 가르침을 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선생님의 인품에 탄복하게 되였다. 아래사람이여도 허심하게 배우려는 선생님의 그 모습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흥개호어부의 노래”소리만 흘러나오면 머리에 선히 떠오른다. 선생님은 며칠동안 이 가사 한수만 붙들고 보고보고 또 보면서 반복적으로 다른 시인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이 가사를 완성하였다. 바로 이 가사에다 20대의 음악애호가 림종원이 곡을 붙혔는데 작사하신 리삼월선생님은 세상을 떠났어도 노래시는 남아 나의 가슴에 추억의 향기를 풍기고있다.

흥개호 파도소리 출렁출렁 들려오고

고기배 흰돛은 보기도 좋아라

노을이 물우에 붉게 비친다

그물을 늘여라 어서 늘여라

어야듸야 허기영차

고기배도 흥겨워서 파도에 실려 춤을 추누나 춤을 추누나.

 

갈매기 파도스쳐 춤을 추며 날아예고

어부들 힘내여 노를 저어라

파도를 헤치며 배는 달린다

그물을 당겨라 어서 당겨라

어야듸야 허기영차

만선의 기쁨싣고 고기배가 돌아오누나 돌아오누나.

 

이 가사의 내용을 보거나 형식을 보면 여느 가사와 별반 독특하다고 느껴지는것이 없다. 1절에서는 흥개호의 자연경물을 노래하면서 어부들의 흥겨운 심정을 표현하고있다.  2절에서도 여전히 흥개호의 자연경물과 어부들의 보람찬 로동장면, 로동의 희열을 표현하고있다. 형식을보면 직설적자연경물묘사로서 어부들의 보람찬 로동장면을 집접 혹은 간접으로 표현했을뿐이다. 언어도 아주 리해하기 쉬운 대중적언어이다. 그렇다면 선생은 무엇때문에 련며칠 이 가사 하나만 붙들고 보고보고 또 보면서 반복적으로 수개를 했을가? 그것도 중국조선족대표적시인의 호칭을 가지고있는 분이 말이다. 필자는 여기에 바로 진정한 시인으로서 예술작품을 보는 남다른 심중한 견해를 가지고있음을 알수있었다. 짤막한 한수의 가사라해도 그건 예술작품인것이다. 선생은 예술작품이라할진대 작품에 티끌하나 있어도 예술작품으로서는 손상이 가는 일이고 알고서는 그대로 넘길수 없는 문제로 본것이다. 하여 선생은 이 가사 한수를 쓰는데 넓은 범위에서부터 깊이 고려를 한것같다.

필자도 그번 회의에 참석하여 “대채식현을 건설하자”는 노래를 내놓았다. 처음에는 성방송에서 합창으로 방송되였는데 대채란 말이 사라지자 노래의 수명도 끊기고 말았다. 지금 그노래를 보면 정치에 얽매인 한시기의 선전품이라는것이 너무나 확연히 알린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정치투쟁과 계급투쟁의 수요로부터 창작된 노래가 불리우고있는 실례가있다. 정치적수요와 개인숭배의 수요에 창작된 그런 노래들이 한시기 연변을 전국, 나아가 세계에 널리 선전하고 알리는데 혁혁한 공적을 쌓긴해도 그런 노래들을 우리 민족의 전통적음악과 대조해보면 그 운률이 우리 민족의 언어억양과 음악의 운률에 부합되지 않고 순 정치적구호의 운률임을 어렵지않게 가려낼수있다. 그런 노래들은 순 구호로서 지금 들으면 그런 노래속에서 고깔을 쓰고 투쟁을 받던 친인들의 처참한 모습들이 고스란히 눈앞에 나타난다. 하여 그런 노래를 들을 때면 그런 노래들이 한시기 계급의 적들로 몰리운 친인들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되였다는 격분에 듣기만 해도 칼날에 묻은 피를 보는듯 선뜻한 느낌이다. 그러니 문화운동기간에 남을 투쟁하는데 우쭐렁거리던 사람들이나 지금 그당시를 모르고있는 애숭이들이나 그런 구호식노래를 부르고있지 않느냐하는 느낌이다.

이런 각도에서 리삼월선생의 “흥개호어부의 노래” 이 가사를 보면 정치선전과 관련된 말마디는 한마디도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문화운동이 끝난지 몇해 안되는 때여서 문학작품에서 정치의 통치적지위는 여전히 굳건했다고 볼수있었다. 그리고 의연히 생산대집체로동이여서 혁명을 틀어쥐고 생산을 촉진하자는 구호가 드높던 시기였다. 흥개호어부들 역시 여기에 례외가 아니였다. 나같이 문학은 정치를 떠날수 없다는 관점에 푹 젖은 작자들은 여전히 한수의 가사를 쓰는데도 정치의 통치적지위를 고려하지 않을수 없었다. 하여 “대채식현을 건설하자”는 당시의 정치적형세를 고려하여 노래를 창작했는데 아닌게아니라 형세가 변하자 노래도 즉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리삼월선생은 벌써 정치와 문학간의 관계에 대하여 명철한 관점을 가지고있은것이 분명하다. 하기에 이 가사에서 정치적말마디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것다. 하여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이 노래는 명곡으로서 사람들에게 애창되고있는것이다.

가사 한편을 써도 심중하게 대하는 선생님의 자세와 요새 하루저녁에 몇수의 시나 가사를 써내는 다산시인들이나 다산작곡가들에 비기면 필자는 실로 깊이 생각하지 않을수 없다.

연변은 그 어느 문학잔르의 작품보다 노래가 대량 생산되는 고장이다. “생활안내신문”, ”해란강여울소리”, ”연변음악”, “연변방송국”등 정식간행물과 방송들, 그리고 그외에 비간행물들인 “민들레”,”아리랑”,”미인송”등 허다한 잡지에서 모두 창작되는 노래들을 싣고있다. 이렇게 놓고보면 연변을 노래공장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많은 노래들이 대중속에 불리우는것은 극히 적다. 작품이란 작자의 피와 살로된 자식인데 많은 작자들이 자식이 태여나자 울음한번 터뜨리지 못한자식을  매장해버리는격과 다름없다.

비록 대중들에게 불리우지 못하더라도 읽어보면 독서의 향기라도 느낄수 있는 가요라면 그런대로 음미를 할수있겠는데 지금 창작품중에는 독서의 향기마저 풍기지 못하는 가사 곡들이 너무 많다는 견해다. 한편의 가사라도 시간의 촉박을 받지말고 오래오래 두고 음미하면서 완결된 예술품으로 만드는것 그것이 리삼월선생의 예술작품을 대하는 자세라고 필자는 보고있다. “흥개호어부의 노래” 이 가사는 알기쉬운 우리 말로 어부들의 순수한 로동환경과 로동정서 그리고 로동의 희열을 정치선전의 구애를 조금도 받지 않고 깨끗하게 쓰고있다. 그리고 가사의 운률도 아주 자연스럽다. 하여 나어린 작곡자 림종원은 가사를 접하자 마자 가사에 어울리는 선률이 어렵지 않게 머리에 떠올라 이 노래를 창작했던것이다.

해림현 북라고에서 가곡창작모임이 있은지도 어언 38년이나 흘렀다. 그번 모임에서 “룡강노래집” 첫기가 출생했고 련이어 5~6집이나 되는 “룡강노래집”이 출판되였어도 지금 사람들의 입에 불리워지는 노래는 몇수가 아니다. “흥개호어부의 노래”는 흠잡을수 없는 명곡으로 되여 연변의 어느 무도장에서나 자주 불리운다.

하여 오늘도 나는 춤추러 무도장으로 간다. 시인은 갔지만 시인이 남긴 노래는 생기발랄한 기백과 즐거움으로 듣는이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그럴때면 나는 선생님의 인자한 인품과 한수의 가사에도 그토록 심혈을 기울려 쓰시는 창작자세에 감격하군한다. 그리고 진정한 예술작품의 향기에 취해 즐거웠던 그 시절 창작생활을 추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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