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술> 시모음
2016년 12월 11일 23시 30분  조회:2343  추천:0  작성자: 죽림
<술 시 모음> 

+ 낮술

이러면
안 되는데
(김상배·시인, 1958-)


+ 술 

도발적인 년, 
사내들이 꼼짝없이 감전되고 말아 
목젖을 애무할 때 
아찔한 쾌감 짜릿짜릿 고조되거든 
그 맛에 흐물흐물 녹아 
낙주가는 쓸개를, 관주가는 췌장을, 
폐주가는 간을 바쳐 사랑하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애첩인 거야 

발칙한 년, 
이름도 향기도 수만 가지 
성질이 얼마나 더러운지 
사내들의 간을 다 빼먹지 
간만 빼먹나 
수틀리면 쓸개도 구멍내고 
췌장까지 서슴없이 파먹으며 좋아하지 

고얀 년, 
제멋대로라니까 
고약한 비법에 걸려든 사내들 
도대체 물릴 줄 몰라 
땅거미 울면 진저리나게 그리워 
쓸개와 췌장과 간을 싸들고 맨발로 달려가지 

그런데 문제는 글쎄 
사내들만 사로잡는 게 아니야 
십 수년 전 
벼랑길에서 나도 말려들어 
레즈비언 사이가 되었지 뭐야 
췌장을 맛있게 갉아먹는 
눈물을 아는 년, 얼마나 인간적인지 몰라 
가면을 벗지 않는 오물통 세상엔 
그년보다 솔직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거든 
췌장을 다 먹어치운 뒤 날 내동댕이치면 
끊어진 다리 누구와 건너지? 
(유영금·시인, 1957-)


+ 반성·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김영승·시인, 1959-)


+ 아주 조금

나는 술을 즐기지만
아주 조금으로 만족한다.
한자리 앉아서 막걸리 한잔.

취해서 주정부리 모른다.
한잔만의 기분으로
두세 시간 간다.

아침 여섯 시,
해장을 하는데
이 통쾌감(痛快感)! 구름 타다.
(천상병·시인, 1930-1993) 


+ 술잔

누군가를 위하여 
가슴을 비우고 태어난 
술잔. 

외로운 이의 슬픔이건 
즐거운 이의 축배이건 
마음 맞는 사람끼리 마주앉아서 
오순도순 주고받는 잔. 

이승의 소금기 절인 가슴 
목이 마른 갈증 
가시 달린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실수록 붉게만 타오르는 
너는 장미였다네. 

그 누구와의 만남이든 
비워서 베푸는 자리 
비울수록 하늘하늘 나부끼는 
꽃이었다네. 
(진의하·시인, 전북 남원 출생)


+ 취한 사람

취한 사람은 
사랑이 보이는 사람

술에 취하건
사랑에 취하건
취한 사람은 
제 세상이 보이는 사람

입으로는 이 세상
다 버렸다고 하면서도
눈으로는 이 세상
다 움켜진 사람

깨어나지 말아야지.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사랑에 취한 사람은 사랑에서
깨어나지 말아야지.
(이생진·시인, 1929-)


+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술을 찾아서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마시는 소주맛 
땀 흘리고 마시던 시원한 맥주맛 좋아했는데 
최근 근사한 분위기에 와인까지 좋아했다
하지만 새벽이면 머리가 아팠다

소주에 콜라 타서 마시는 여자와 
소주에 맥주에 타서 마시는 남자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났다가 
평생을 약속하게 되었다 

술잔을 입에 대는 순간 
그 느낌이 좋아
술을 좋아하는 사람 
사랑도 뜨겁게 할 줄 알까 

서로 술잔 권하는 시간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 알게 되었다
술 중에서 가장 달콤한 술이 
입술인 줄 알게 된 후부터이다
(안국훈·과학자 시인, 1956-) 


+ 술잔과 입술 사이 

눈빛이 통하는 술잔끼리 
건배를 한다

나를 꾹꾹 눌려 담은 잔을 
건네면
마음 철철 넘치는 잔이 
되돌아온다 

단숨에 들이키는 마음 한 잔.

오가는 눈길이
가슴에 불씨를 지핀다

입술 붉은 술잔 
짜릿한 입술이 내 입술에
와 닿는다
(우애자·시인)


+ 아버지와 막걸리 

아버지는 주당이셨다. 
술 한 말을 지고는 못 가도 
단숨에 마시고는 간다는 분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주조장에선 
언제나 한 양푼의 막걸리는 공짜이었다. 

읍내 주조장에서 막걸리를 드시고 
아버지는 단숨에 시오리 길을 달려 
집이 바라보이는 저수지 앞에서 
쓰러져 주무시곤 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보시고 어머니는 
"저 화상! 내 속 태우려고 
꼭 집이 보이는데 와서 쓰려져 자지! 
내 속이 터진다! 터져!" 
하시고 악다구니를 쓰셨다. 

풍채 좋으신 아버지를 동네 형들이 
리어카에 모시고 와서 
사랑방에 옮겨 놓으면 
어머니는 북어를 두드리며 
원정을 하셔도 꼭 술국을 끓여주셨다. 

부지런히 달려와 곧 그 시점에서 
술이 올라와 취한다는 것을 
술을 전혀 못하시는 
어머니는 아시고 계셨을까? 
막걸리를 보면 언제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못 견디게 
그리워진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막걸리 
(우보 임인규·시인)


+ 아버지 우리 아버지 

아버지 벌판에서 돌아와 
소주를 마십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소주잔 속에 
수박 씨앗을 뿌리면서 
어머니가 말립니다 왜 그래요 여보 
그러면 떠내려간 것이 돌아오나요 기다려 봐요 
한번만 더 참아요 네 여보 

식물은 자라기 위해 
물과 햇빛과 공기가 필요한데, 
아버지 눈물도 흘리지 않으셨는데 
웬 눈물을 모아 마시나요 소주를 자주 마시나요 

이제 곧 수박이 열릴 거야 
기다려봐 
기다려보자 

멀리서 
빈 가슴만 남은 들판이 
온통 젖고 있었습니다 
아아 그런데 아버지의 소주잔 속에는 
수박넝쿨이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맑은 소주가 넘쳐 
우리들 가장 서러운 데를 적시는데 
등뒤에 홀로 벌판을 지고 
아버지는 소주를 마십니다 
(안도현·시인, 1961-)


+ 술 노래

술은 입으로 흘러들고 
사랑은 눈으로 흘러든다.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이것뿐. 
술잔을 입에 대면서 
내 그대를 바라보고 한숨짓는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아일랜드 시인, 1865-1939)


+ 서울막걸리

홀로 마시는
막걸리도 내게는
과분한 행복이지만

벗과 함께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더욱 황홀한 기쁨이다

나를 내 동무 삼아
집에서 혼자 따라 마시는
서울막걸리는 
왠지 쓸쓸한 우윳빛

하지만 벗과 눈빛 맞대고
서로의 잔에 수북히 부어주는 
서울막걸리는 
색깔부터 확 다르다

벗과 다정히 주고받는
투박한 술잔에 담긴
서울막걸리의 색깔은

남루한 분위기의 
희뿌연 술집 조명 아래에서도
왜 그리도 눈부신지

마치 사랑하는 여인의  
뽀얀 살결 같다
(정연복·시인, 1957-)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0 시의 초보자들이 개척해야 할 부분은 시를 극적으로 쓰는것... 2016-12-20 0 2746
49 시는 "부서진, 흩어진, 주인이 없는, 부르다가 죽은" 령혼찾기. 2016-12-19 0 2630
48 [시문학소사전] - 자동기술법과 의식의 흐름기법 2016-12-18 0 5970
47 [시문학소사전] - 자동기술법이란? 2016-12-18 0 4813
46 시의 기원은 노래... 2016-12-18 0 3819
45 시 = "최초의 궁리" + "가장 오래한 궁리" 2016-12-18 0 3586
44 [시문학소사전] - 중국 현대시 류파에 관하여 2016-12-16 0 2664
43 문학을 일상생활속에서 이어가는 삶은 아름답다... 2016-12-15 0 2312
42 시가 세상을 외면...??? 세상이 시를 외면...??? 2016-12-15 0 2862
41 문학은 싸구려 련애질의 방패가 옳다?... 아니다!... 2016-12-15 0 3973
40 소네트와 세익스피어 2016-12-14 0 3177
39 [시문학소사전] - 소네트란? 2016-12-14 0 4086
38 [시문학소사전] - 랑만주의란?... 2016-12-14 0 3762
37 영국 랑만주의 시인 - 퍼시 비시 셸리 2016-12-14 0 6217
36 신문기자 총편 출신 박문희선생 詩배우고 발표까지 하다... 2016-12-14 0 2382
35 글쓰기는 고역의 고역을 치루어야 좋은 작품이 탄생된다... 2016-12-13 0 2468
34 시는 "깨달음"의 "사고묶음"이여야... 2016-12-13 0 2529
33 이 책은 책이 아니다와 이 책은 보물창고다와의 시적미학 2016-12-12 0 2410
32 <농부> 시모음 2016-12-12 0 2596
31 시작은 시작으로서의 "남다른 시작의 길"을 모색해야... 2016-12-12 0 2536
30 시는 "나만의 스타일"로 쓰라... 2016-12-12 0 2476
29 시작은 모든 것이 늘 "치밀하고 + 치렬하게" 해야... 2016-12-12 0 2448
28 시작할 때 "화학조미료"같은 관념어 절대 "반입금지 명령"!... 2016-12-12 0 2679
27 시작할 때 스토리는 잇어지고 한가지 이야기만 하라... 2016-12-12 0 2683
26 "엉뚱한 생각" + "살짝 맛 간 시인" +... = 좋은 시 빚기 2016-12-12 0 2725
25 상상 + 더 깊은 상상...+... = 좋은 시 빚기 2016-12-12 0 2447
24 시는 류행가 가사가 옳다?... 아니다!... 2016-12-12 0 2371
23 시를 "감춤"과 "드러냄"의 사이에서 맛갈스레 빚어야... 2016-12-12 0 2214
22 시인은 늘 예민한 촉수로 훌륭한 시를 빚기 위해 정진해야... 2016-12-12 0 2379
21 시쓰기는 "참 나를 찾고자"하는 고행이다... 2016-12-12 0 2314
20 시인도 "완전무장"을 해야 좋은 시를 쓸수 있다... 2016-12-12 0 2414
19 "썩을 놈! 어떻게 요런 시를 다 썼을깜?!..." 2016-12-11 0 2618
18 시작은 "가장 쉬운 말로, 최대한 짧게, 가장 깊은 울림"으로... 2016-12-11 0 2367
17 누가 뭐라고 해도 시는 시인이 쓰는것... 2016-12-11 0 2460
16 참 시인 되자면... 2016-12-11 0 2480
15 시 "승무"를 삭히는데 3년이나 걸리다... 2016-12-11 0 2194
14 <술> 시모음 2016-12-11 0 2343
13 [시문학소사전] - 실존주의란?... 2016-12-11 0 4317
12 詩作 잘하기와 관찰 잘하기... 2016-12-10 0 2770
11 詩人은 관찰력과 상상력이 진부해서는 절대 안된다... 2016-12-09 0 2310
‹처음  이전 34 35 36 37 38 39 4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