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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는 누가 쓰는가?
현대는 자동판매기 시대다. 시인도 돈만 넣으면 나오는(?) 자동판매기 속의 상품처럼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월간이든 계간이든 동인지든 잡지에 등단이라는 절차만 거치면 바로 시인이라는 호칭이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그 사람의 작품적인 역량과 시 정신이 얼마나 검증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한 사람의 시인이 탄생할 때 그 심사를 한 분의 시적 깊이와 시 정신을 가늠해 볼 뿐이다.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보며 축하를 하기보다는 아쉬워할 때가 더 많다. 작품이 좋고 나쁨을 떠나 적어도 오랜 습작의 흔적 정도는 찾아볼 수 있어야한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심사할 정도의 시인이라면 그 정도의 노력은 쉽게 구분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런 흔적도 찾아볼 수 없고 작품성마저도 수긍하기 힘든 시인을 마구 뽑아내는 분들을 볼 때마다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시를 쓰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나는 시를 쓰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시로 밥을 해결하는 시인도 드물지만 참 시인의 길이 그만큼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아빠는
운전을 할 줄 모르나 봐요
제자리에서
만날 붕붕거리기만 해요
엄마한테
심하게 잔소리 들은 날도
나 같으면 어디로
도망쳐버리고 싶을 텐데
제자리에서
마냥 붕붕거리고만 있어요
시끄럽기도 하지만
대기오염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시동을
그만 끄라고 해야겠어요
신천희 동시 -『아빠는 방귀대장』전문
예를 들어 이 시를 쓰면서 마지막 연에서 ‘제발 시동을 그만 끄라고 해야겠어요.’를 ‘제발 그만 시동을 끄라고 해야겠어요.’로 바꾸었다가 다시 ‘제발 시동을 그만’으로 바꾸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제발 시동을 그만’로 바꿨다가, 자다가 생각해보면 또 아닌 것 같아서 벌떡 일어나 ‘제발 그만 시동을’로 바꾸기를 반복한 것이다. 만약 부부가 같은 침대에서 자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안면방해 죄로 이혼당하고도 남을지 모른다.
이렇듯이 조사 하나, 시어 하나 때문에 까만 밤을 하얗게 새우기 일쑤인데 누구한테 시를 빚으라고 함부로 권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시를 쓰지 않고 살수만 있다면 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눈을 진정으로 좋아하면 얼어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 만이 산속 깊은 골짜기를 찾아들어가 숫눈의 황홀한 환희를 맛볼 수 있다. 그렇듯이 시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참 시인이 되고자한다면 굶어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시는 누가 쓰는가? 시는 국문학박사가 쓰는 것도 아니요, 국어교사가 쓰는 것도 아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시는 시인이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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