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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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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 놈! 어떻게 요런 시를 다 썼을깜?!..."
2016년 12월 11일 23시 57분  조회:2587  추천:0  작성자: 죽림
5. 시인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서 보여주는 것이 시인이다. 그래서 시인은 다른 사람들 보다 눈이 두 개가 더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뒤를 볼 수 있게 뒤통수에 눈이 하나 더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마음의 눈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다른 사람들이 못보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찾아내서 보여줄 수가 있다.
 
비를 막다가
막다가 망가져버린
우산이
길가에 버려져있다
 
소낙비 오던 날
나를 감싸 안고
온몸으로 비를 막아주던
 
할머니 가슴뼈처럼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우산이
길가에 버려져있다
 
신천희 동시 -『우산이야기』전문
 
이 시처럼 뼈대만 남은 우산에서 앙상한 할머니의 가슴뼈를 찾아내는 것이 시인의 또 다른 하나의 눈이다.
 
우산에 대한 시를 한 편 더 예를 들어보자.
 
우산은 내가
누굴
좋아하고 미워하는지
다 알고 있다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쓰면
내 어깨가
젖도록 기울고
 
미워하는
친구와 같이 쓰면
그 친구
어깨가 젖게 기운다
 
신천희 동시 -『우산은 알고 있다』전문
 
이 시처럼 우산이 기울어지는 방향에 따라 변하는 감정을 읽어내는 것 또한 시인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눈인 마음의 눈이다.
 
그 이외에도 기울어져가는 집을 받쳐놓은 작대기를 보고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를 연상해낸다든가, 깜빡깜빡 거리는 스타트 전구를 보고 가물가물 거리는 할머니의 기억력을 연상해 내는 것. 할머니의 방귀냄새를 맡고 시든 꽃에도 향기가 있다는 것을 찾아내는 등, 다른 사람보다 더 가진 두 개의 눈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내 보여주는 것이 시인의 사명인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내서 보여주되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카타르시스를 주며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슬픔을 전해서 눈물을 쏟게 만들거나, 기발한 발상으로 무릎을 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감동을 주거나 재미를 주거나 뭔가 한 가지는 충족을 시켜주는 카타르시스를 주어야한다.
 
그래서 동료시인들이나 독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얻어먹는 시인이 훌륭한 시인이다. “썩을 놈! 어떻게 요런 시를 다 썼을까?”
 
시를 읽은 사람들이 전율을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환장하게 만들어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욕을 먹는 시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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