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늘 예민한 촉수로 훌륭한 시를 빚기 위해 정진해야...
1.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빚는다
글은 그리는 것이고 그림은 쓰는 것이다. 어떤 글을 읽으면 그 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그래서 글은 그린다고 한다. 또 어떤 그림을 보면 그 속에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래서 그림은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듯이 시는 쓰는 것이 아니라 송편을 빚듯 빚는 것이다. 송편을 빚기 위해서는 밀가루반죽부터 준비해야한다. 그 밀가루반죽을 주무르면서 어떤 속을 넣을까 궁리한다. 밤을 넣으면 밤 맛이 나는 송편이 되고, 깨를 넣으면 깨 맛이 나는 송편이 된다. 여기에서 밀가루반죽은 소재요, 속은 주제인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시도 어떤 소재를 오랜 시간 주무르고 주물러서 주제를 넣어 빚어내는 것이다.
2. 촉수를 예민하게 세운다
시인은 하등동물이다. 그래서 하등동물처럼 글감을 찾아내는 촉수가 있다. 굶어죽지 않으려면 그 촉수를 늘 글감이라는 먹이를 찾기 위해 더듬거려야 한다. 촉수로 찾아낼 수 있는 먹잇감은 그리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촉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먹잇감을 놓치면 또 언제 먹잇감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때와 장소가 따로 없다. 일을 하거나, 똥을 누거나,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촉수는 어김없이 먹잇감을 찾기 위해 곤두서 있어야한다.
말을
쓸데없이 너무 많이 해서
가끔
오해 살 일도 생기지만
그래도 나는
당당히 말하는 입이 좋다
아무 관계도
없는 척 가만히 있다가
뒤에서
말 만드는 똥구멍은 싫다
신천희 동시 -『방귀는 싫어』전문
손님이 왔는데 하도 방귀를 뀌기에 착상한 시다. 시인은 생리현상이라는 방귀조차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신발은
싸가지가 좀 없다
주인이 있을 땐
공손한 척 하다가
주인이 자리를
비우기가 무섭게
한 짝은 이쪽
한 짝은 저쪽으로
주인 닮아
금방 빠딱선을 탄다
신천희 동시 -『싸가지』전문
벗어놓은 신발을 보고 착상한 시다. 신발을 벗어놓은 걸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대충은 알 수 있다. 시인이기에 흐트러진 신발을 보고 촉수를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인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감을 찾기 위해 촉수 움직이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글감이 나타나기만 하면 두꺼비가 파리를 낚아채듯 순식간에 싹 낚아챌 준비가 항상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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