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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한때 ‘비닐봉지 메시’가 축구계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가난한 마을에 살던 다섯 살 무르타자 아흐마디 어린이가 하늘색 비닐봉지로 리오넬 메시의 유니폼을 만들어 입은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보며 좋아하던 아흐마디는 유니폼을 사 입을 돈이 없는 열악한 환경 탓에 대신 비닐봉지를 입고 공을 차며 꿈을 키웠던 바 있다. 이 같은 사연은 많은 이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아흐마디는 유니세프를 통해 메시의 친필 사인이 담긴 유니폼과 뽈 등을 받았을 뿐만아니라 지난번에 "축구꿈나무"소년과 진짜 메시와의 만남으로 인하여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데 K리그에도 이와 비슷한 사연이 있어 눈길을 모은다. 바로 ‘매직펜 김동찬’이다. 사연도, 나이도, 스토리도 비슷하다. 대전 시티즌을 좋아하는 다섯 살 김명범 어린이는 팀 간판 공격수 김동찬 유니폼이 너무도 갖고 싶었지만, 마찬가지로 대전의 열성팬인 아버지로선 이미 다른 유니폼이 많다고 판단해 이 소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동찬의 유니폼을 입고 싶던 이 어린이의 열망은 누구도 꺾을 수 없었다. 결국 다섯 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일반 티셔츠에 매직으로 정성껏 김동찬의 이름과 백넘버 10번을 마킹(?)했다.
집에 돌아와 이를 보게 된 아버지는 이 같은 재미있는 사연을 자신의 개인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렸다. 그런데 마침 대전 구단이 우연히 이를 알게 됐다.
대전의 한 프런트는 <베스트 일레븐(b11)>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은 감동적 사연을 가진 팬들을 위해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지난 8월 14일 홈 강원 FC전에 당사자인 어린이에게만 비밀로 하고 그 가족을 초대했다”라고 말했다. 대전은 하프 타임을 통해 이 어린이의 사연과 사진을 소개했다. 이뿐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이 사실을 알게 된 김동찬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 새 유니폼을 직접 선물했다.
매직펜으로 서툴게 그렸던 소박한 꿈을 드디어 이룬 이 어린이는 “대전을 위해 많은 골을 넣어 주는 김동찬 선수가 너무 좋아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현재 11골로 챌린지 득점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김동찬은 이날 황인범의 결승골을 도우며 팀의 3연승 고공 행진을 이끌었다. 비닐봉지 메시처럼 꿈을 포기하지 않고 매직펜으로 자신의 등번호를 그렸을 어린 소년 앞에서, 김동찬이 다시 한 번 영웅이 됐음은 물론이다.
글=안영준 기자
사진=대전 시티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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