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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멸종위기동물, 남의 일이 아니다...
2018년 02월 18일 23시 49분  조회:5602  추천:0  작성자: 죽림

팜유 농장·밀렵에..
보르네오섬 오랑우탄 16년 동안 15만마리 감소

김기범 기자  2018.02.18. 
 
 

[경향신문] ㆍ멸종 위기 ‘인간의 사촌’

생존과 멸종 사이…갈림길에 서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오랑우탄이 철로 위에 앉아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 오랑우탄 14만8500개체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제공

영화 <혹성탈출>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인원 가운데 리더인 침팬지 시저의 오른팔로서 어린 유인원들을 가르치는 스승 역할을 맡은 유인원이 있다. 모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오랑우탄이다. 서커스단에서 수화를 배운 모리스는 유인원 무리 중에서도 지혜로운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 속 유인원들은 인간이 만든 약품으로 인해 지능이 발달하면서 언어를 습득한 것이지만 모리스처럼 수화를 배운 오랑우탄은 현실에서도 존재했다. 미국 테네시대학에서 기르다가 지난해 39살에 죽은 찬텍이라는 오랑우탄은 수화를 배워 약 150가지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인간에 가장 가까운 포유류인 유인원 중에서도 지능이 높은 편인 오랑우탄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이들을 야생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존에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던 오랑우탄 감소 이유인 ‘팜유 농장’ 증가 외에 밀렵과 불법거래 등이 개체 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와 영국 리버풀존무어스대학 진화인류학 및 고생태연구센터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 오랑우탄 14만8500개체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의 논문을 지난 15일자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게재했다. 커런트바이올로지는 국제학술지 ‘셀(Cell)’이 격월로 발행하는 생물학 전문 학술지이다. 모두 38개의 연구기관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보르네오섬 내의 3만6555개 오랑우탄 서식지를 확인한 끝에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오랑우탄의 주요 서식지 가운데 가장 개체 수가 많은 서부 슈와네르(schwaner)에서는 16년 동안 4만2700개체가 줄어들어 2015년 현재 4만700개체만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로 개체 수가 많은 동부 슈와네르에서는 2만100개체가 줄어들어 1만6800개체만 남은 것으로 추산했다. 세번째로 개체 수가 많은 카랑간에서는 8200개체가 감소해 9000개체만 남은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진은 2050년이 되면 서부 슈와네르에는 3만1100개체, 동부 슈와네르에는 1만4700개체, 카랑간에는 6100개체만이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이 앞으로도 오랑우탄의 개체 수가 급감할 우려가 크다고 본 것은 오랑우탄이 숲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오랑우탄은 생애의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보낸다.

연구진은 또 모두 64개의 오랑우탄 무리 가운데 38개 무리에만 100개체 이상의 새로운 오랑우탄이 태어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오랑우탄 무리가 계속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다.

오랑우탄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인 유인원이다. 야생 상태에서 절멸되기 직전 단계라는 의미다. 유인원은 영장류 가운데 원숭이와는 구분되는 포유류 동물로 인간과 다른 유인원들은 대략 1000만년에서 500만년 전 공통조상으로부터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확인된 유인원은 침팬지, 보노보, 보르네오오랑우탄, 수마트라오랑우탄, 서부고릴라, 동부고릴라 등이다.

열대우림 자리에 들어선 산업시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조성한 산업시설의 모습.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제공

연구진은 오랑우탄 수가 줄어드는 원인으로 팜유 농장, 고무나무 농장을 만들고, 광물과 종이를 얻기 위한 열대우림 파괴 등을 꼽았다. 특히 동남아시아 열대우림 파괴와 야생동물 급감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팜유는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 라면 등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들 다수에 들어있고, 화장품, 세제, 비누, 바이오연료에도 들어가는 원료다. 소비자들이 팜유를 피하면서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오랑우탄의 급감을 선진국 사람들이 모른 척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은 타당할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여기에 지역 주민들의 오랑우탄 멸종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무관심을 넘어선 밀렵과 오랑우탄 도살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가장 많은 수의 오랑우탄이 사라진 지역은 숲이 완전히 없어진 곳이 아니라 자연상태가 유지된 숲 또는 일부만 벌목이 진행된 숲이었다.

막스플랑크연구소 마리아 보이트는 “오랑우탄 개체 수의 감소는 열대우림이 파괴되거나 산업적인 농경지역으로 바뀐 지역에서 극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오랑우탄 개체 수가 더 많이 줄어든 곳은 여전히 밀림이 유지되고 있는 곳이었다”고 밝혔다. 숲이 파괴돼 개체가 줄어드는 데다 숲이 남은 곳에서는 인간이 농업 방해 등을 이유로 밀렵하면서 더 빨리 줄어들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주의 한 호수에서 130여발의 총탄이 몸에 박힌 오랑우탄이 주민들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중상을 입은 채 발견된 이 오랑우탄의 몸에는 총상뿐 아니라 흉기에 맞은 상처도 있었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만에 죽었다. 이 섬에서는 1월에도 목이 잘리고 난자당한 오랑우탄 사체가 발견됐고, 경찰이 고무농장 노동자 두 명을 오랑우탄 도살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랑우탄 보호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살한 이들을 처벌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이 오랑우탄을 단순히 농업에 방해되는 동물로 간주해 도살하는 것인지, 문화·역사적인 배경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는 아직 진행된 바 없다.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르네오섬의 원시림 16만㎢에 살고 있는 오랑우탄의 수는 5만7350개체 정도다. 밀림 100㎢당 서식하고 있는 오랑우탄은 13~47개체 정도로 추산된다. 2004년 조사결과의 100㎢당 45~76개체보다 2분의 1 내지 3분의 1로 줄어든 수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르네오섬에 지난해 현재 42개의 오랑우탄 개체군이 있지만 빠르면 100년 후에는 18개 개체군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보르네오섬의 오랑우탄 수가 1973년에는 28만8500마리 정도였다고 추산하고 있다.

오랑우탄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인원들은 서식지 파괴, 밀렵 등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놓인 상태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이미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신종 오랑우탄이 발견되기도 했다. 발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수도 있는 비운의 종인 셈이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등의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기존의 오랑우탄과는 완전히 다른 종인 타파눌리오랑우탄 약 800개체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북쪽 고지대에만 사는 이 오랑우탄은 기존의 오랑우탄보다 먼저 아시아 본토에서 건너온 오랑우탄으로 추정된다. 이 발견은 지난해 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혁신성과’ 10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리버풀존무어스대학 진화인류학 및 고생태학연구센터 서지 위츠 교수는 “오랑우탄은 숲이 벌목되고, 농장으로 바뀐 곳에서 적응할 수도 있겠지만 사냥당하는 것은 당해내지 못한다”며 “숲을 더 이상 파괴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물론 오랑우탄을 죽이지 않도록 주민 등을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랑우탄 멸종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교육하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주민들이 왜 오랑우탄을 죽이는지 연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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