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그것이 알고싶다] - "떡국"?...
2018년 02월 20일 01시 20분  조회:3775  추천:0  작성자: 죽림
[ESC]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설음식은 역시 떡국. 떡에 따라 국물에 따라 종류도 많지요. 가래떡도 조랭이떡도 좋아요. (일본은 찰떡을 넣는대요) 멸치국물도 고깃국도 맛있죠. 저는 사골국물을 좋아해요. 달걀 지단과 김을 얹은 뽀얀 조랭이떡국을 생각하니 군침이 흐르네요.

 

뼈를 우려낸 국물 가운데 저는 제주에서 맛본 ‘접짝뼈국’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접짝뼈”라는 돼지의 뼈(이 뼈가 어느 부위인지는 사람마다 말이 달라요)를 푹 끓인 다음 입이 쩍쩍 들러붙을 만큼 걸쭉하게 메밀가루를 풀어 먹지요. 접짝뼈국 한 그릇이면 제주의 겨울바람도 튕겨낼 것처럼 든든합니다.

 

그런데 뼈를 먹는 일을 불편해하는 문화도 있어요. 다음은 만화와 영화로 유명한 신 ‘토르’가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입니다.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토르는 두 마리 염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여행합니다. 토르는 천하무적의 신인데 어째서 맹수가 아니라 염소와 함께 다닐까요? 배고플 때 잡아먹을 수 있거든요. 깨끗이 발라먹은 다음 가죽 위에 뼈를 모으고 망치를 휘두르면 염소들이 살아난대요. (어차피 다음에 다시 먹히겠지만요.)

 

한번은 토르가 가난한 농부의 집에 묵었어요. 얻어먹기는커녕 먹을 것을 나눠줘야 할 상황이었죠. 토르는 염소를 잡아 농부 가족과 함께 먹었습니다. 그런데 농부의 아들 티알피가 염소의 다리뼈를 분질러 골수를 빨아먹었어요. 살아난 염소가 다리를 절자, 토르는 화를 내며 티알피를 몸종으로 데려갔대요.

 

신화의 세계에서 뼈는 부활과 관계가 있나 봅니다. 다음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들려주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예요. 인간들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들소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기네 살을 내줬대요. 그 대신 우두머리 들소가 인간 소녀를 아내로 데려갔지요. 소녀의 아버지가 몰래 딸을 만나러 갔다가 소떼에게 들켜 흔적도 없이 짓밟혀 죽습니다. 우두머리 들소는 매정하게 쏘아붙였어요. “너희도 우리 가족을 이렇게 죽였지.”

 

서럽게 울던 소녀는 우물가에서 아버지의 등뼈 한 조각을 발견했어요. 소녀는 뼈 위에 담요를 덮고 마법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되살아났대요. 들소들은 깜짝 놀랐어요. “우리를 죽였을 때도 이렇게 해주지 않겠는가?” 이후로 동물들은 ‘자기들의 피가 대지로 돌아가면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기꺼이 죽임을 당했다’고 신화는 전합니다.

 

이렇게 믿는 사람들 눈에는 우리처럼 뼛속까지 쪽쪽 빨아먹는 일은 지나쳐 보일 겁니다. 먹는 쪽이 먹어치우는 일에 바빠 먹히는 쪽이 되살아날 가능성까지 빼앗는 것 같으니까요. 반면 저는 기왕 목숨을 빼앗은 마당에 깨끗이 남김없이 먹어야 먹히는 쪽에 덜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쪽이고요. 어느 쪽 생각이 맞을까요? 애초에 맞고 틀리고가 있는 문제일까요? 다시 생각해 보니 목숨을 빼앗긴 쪽은 이리 먹히나 저리 먹히나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조선 후기의 <청성잡기>라는 책에는 엽기적인 떡국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세도가 집안에서 눈·코·입·귀에 팔다리까지 달린, 어린아이를 꼭 닮은 떡을 빚어 국을 끓였다나요. (오래 못 가 그 집이 망했다고는 하지만) 왜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불편할까요? 인간의 아이가 상징적으로나마 육식의 대상이 되어 부와 권력을 거머쥔 자의 밥상에 오르는 모습 때문일 겁니다. 먹히는 쪽이 되는 일은 즐겁지 않은 법이죠.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997 [그것이 알고싶다] - 초(秒)?... 2018-02-22 0 3219
1996 [동네방네] - 동계올림픽과 20년만에 공동 금메달 2018-02-22 0 5241
1995 [이런저런] - 올림픽과 "찰나"와 시간의 의미 2018-02-22 0 3353
1994 [그것이 알고싶다] - 올림픽과 "1000분의 1초"와 금메달 2018-02-22 0 3939
1993 [이모저모] - 올림픽과 "0.01초"와 "짧은 다리" 2018-02-22 0 3538
1992 [그것이 알고싶다] - 문화재보호, 남의 일 아니다... 2018-02-22 0 4894
1991 [그것이 알고싶다] - 지진, 남의 일 아니다... 2018-02-22 0 5679
1990 [이모저모] - 력사는 력사다...2 2018-02-21 0 3492
1989 [이모저모] - 력사는 력사다... 2018-02-21 0 5107
1988 [그때 그사람] - 중국 축구계에서 최은택감독을 잊을수 없다... 2018-02-21 0 3330
1987 [그것이 알고싶다] - "바위지도"?... 2018-02-21 0 5328
1986 [그것이 알고싶다] - 얼굴그림그리기와 아이들 심리... 2018-02-21 0 3529
1985 [쉼터] - 손 잃고 손을 그리는 사람, 발로 손을 그리는 사람... 2018-02-20 0 5890
1984 [동네방네] - 요지경이들 기상천외한 화장법 2018-02-20 0 5344
1983 중국 청나라 문인 - 원매(袁枚) 2018-02-20 0 5410
1982 [이런저런] - "가족려행용차" 한대 살가말가... 2018-02-20 0 4479
198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우리 연변지역에 늑대가 있는감?... 2018-02-20 0 4362
1980 [쉼터] - 30년 고민해 쓴 두 글자... 2018-02-20 0 5059
1979 [그것이 알고싶다] - "떡국"?... 2018-02-20 0 3775
1978 [그것이 알고싶다] - 올림픽과 이상기후와의 "전쟁"은 진행형... 2018-02-20 0 4848
1977 [그것이 알고싶다] - 록색...? 갈색...? 2018-02-20 0 5111
1976 [그것이 알고싶다] - 약, 약, 약...또... 2018-02-20 0 5757
1975 [그것이 알고싶다] - 약, 약, 약... 2018-02-20 0 4943
1974 [그것이 알고싶다] - 거미야, 나와 놀쟈... 2018-02-20 0 5430
1973 [쉼터] - 도마배암아, 나와 놀쟈... 2018-02-20 0 5027
1972 [그것이 알고싶다] - "신정"? 양력설, "구정"? 음력설, 춘절... 2018-02-20 0 5228
1971 [그것이 알고싶다] - 윤년?, 윤달?... 2018-02-20 0 5144
1970 [그것이 알고싶다] - 신화, 전설속에서 등장하는 동물들?... 2018-02-19 0 4422
196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독수리 서식,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2-19 0 5168
1968 [쉼터] - 오너라 봄아... 봄아 오너라... 2018-02-19 0 4896
196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자연서식환경,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2-19 0 4877
1966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도 "옥수수대들불축제"가 있었으면... 2018-02-19 0 4801
196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참대곰 때문에 웃고 우는 사람들 2018-02-19 0 4675
1964 [쉼터] - 어디 한번 "고래사냥" 떠나볼가... 2018-02-18 0 5246
196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멸종위기동물,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2-18 0 5494
1962 [토깨비방망이] - "똑" 잘라갔다... "뚝" 붙잡히다... 2018-02-18 0 3427
1961 [쉼터] - 최대한 "0"으로 살아가자... 2018-02-18 0 3351
1960 "아직 다섯수레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이 방에 들지 말라"... 2018-02-18 0 4887
1959 [이런저런] - 맹장 수술 받고도 썰매 타다니... 2018-02-18 0 5427
195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까치야, 까치야, 네가 "유해조"라고? 2018-02-15 0 4505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