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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돌"과 "한복"을 넘어서 우주를 보여주다...
2017년 02월 18일 22시 47분  조회:2559  추천:0  작성자: 죽림
 
얼마전 김영건시인이 펴낸 시집 《물결이 구겨지고 펴지는 리유》를 읽으면서 시의 아름다운 이미지세계에 매료됐다.

오늘 그중에서 주옥같은 시 “한복”과 “매돌”을 골라서 독자들과 함께 읽으면서 시의 깊은 내부에로 려행 가보려고 한다.

“노을 끌어다 천을 짜고/ 공작 모셔다 인연 맺고/ 둥근달 낚아 사랑 수놓고/ 록수를 길어다가 어깨를 세웠습니다// 오천년 세월의 응어리/ 녹이고 다려/ 마침내 피워낸/ 찬란한 우리 한복// 순정의 물결 그림 한 폭! -시 ‘한복’ 전문”

시인은 한복을 그림 한폭이고 더우기 순정의 물결이라고 한다. 록수를 길어다가 어깨를 세운 한복이다. 그랬으니 그 어깨선이 얼마나 아름다울가. 어깨선이 물처럼 부드럽고 투명하고 조용하고 도도하고 황홀하다. 어깨가 축 처진 사람은 곧 무너질것 같고 후줄근하다. 한복은 어깨가 처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한복은 노을을 끌어다가 천을 짜고 둥근달을 낚아다가 수를 놓았다. 그래서 한복을 입은 이를 보면 황홀한 노을을 마주하는 기분이고 달을 만져보는 느낌이다. 그 한복을 차려입은 가리마를 반듯하게 낸 우리 민족의 어여쁜 녀인이 보이고 그들이 넋을 담고 추는 춤사위도 보인다. 벼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백의 민족도 보이고 상모춤을 신나게 추는 우리 민족의 나그네도 보인다. 인간의 눈물이 보이고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는 시이다.

사랑해서 결혼하는 날 맞절하는 신랑신부가 입은 한복과 신부의 유난히 빨간 볼연지가 보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슬그머니 웃는 신랑도 보인다. 마당에서 귀여운 망아지마냥 뛰노는 칠색저고리 받쳐입은 어린 아이들도 보이고 하얀 한복을 정갈하게 처려입은 인자한 할머니와 뒤짐을 진 점잖은 이웃집 할아버지도 볼수 있다.

오천년 세월의 응어리를 녹이고 다린 민족의 이주력사가 영화화면처럼 눈앞에 쭉 펼쳐지게 하는 시가 바로 “한복”이다.

이처럼 “한복”이 지닌 매력은 무수한 이미지를 순간에 밀려오게 만드는것이라 하면 시 “매돌”은 다른 매력을 지닌 시다. “돌밭에서 하얀 세월 기여나왔다”는 창의적인 언어와 내용으로 시 매돌의 첫구절을 연다. 서두부터 색다르고 만만치 않다. 매돌이라는 사물에 시인이 어떤 이미지를 그려넣어가는지 우리 한번 흥미진진하게 들여다 보자.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월속 눈물의 강물 굽이쳐 가고 엄마의 눈물어린 꿈이 파도쳐 갔고 아이의 눈망울에 붉은 저녁이 익어 슬픈 그림자 흔들며 돌아서고 할아버지 하얀 기침소리 노란 옛말 하얀 모국어로 사립문가 하얀 향기로 피여올랐다…”

아이의 눈망울속 저녁과 할아버지의 기침소리와 옛말과 사립문가 모국어는 시인의 필끝에서 붉은 저녁 하얀 기침소리 노란 옛말로 색상을 머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월속에서 예쁜 장면으로 장식된다. 매돌은 활화산이 설설 끓던 천지주변에 사는 사람들 가슴에서 쇠물로 흐르다가 진붉은 진달래를 피워내고 이내 강물과 조약돌의 쟁쟁한 노래로 살다가 온돌방에 석가래 틀고 앉아 빙빙 돌아가는 향수(乡愁)로 된다. 마지막 련에서 매돌과 함께 바다에서 온것들이 돌아가고 땅에서 생명들이 부활하고 우리가 돌고 베옷과 흰 넋이 돈다. 오천년 화려한 무궁화가 어진이의 하얀 마음과 하얀 평안과 하얀 전설로 빙글빙글 돈다고 하고 찬란한 옛말속에 매돌이 하얗게 앉아 돌아간다고 한다.

하나의 물체 매돌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내용을 담을수 있다는것에 그야말로 감탄을 하지 않을수 없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매돌과 함께 오천년의 우리 민족이 돌고 진달래와 무궁화도 와서 돌고 온돌방의 석가래가 돌고 그리고 바다와 륙지에서 온 생명이 돈다. 매돌은 이제 더는 매돌이 아니고 삶의 축이 되고 생명의 축이 된다. 시인의 상상은 놀라웁게도 오천년의 세월속을 왔다갔다 하고 바다에서 륙지에로 마구 주름 잡았다가 다시 베옷과 흰 넋과 어진이 하얀 마음과 평안과 전설의 중심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단순 두편의 시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으나 전반적으로 김영건의 시들에는 종횡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시인의 무한한 상상이 돋보인다.

작은 물체 매돌이나 한복에서 시인이 말하고저 하는 내용은 깊이는 깊고 넓이는 가없다. 따라서 독자들에게 시인은 “매돌”과 “한복”을 넘어서 하얀 민족과 그 민족의 오천년 력사를 들려주고있고 더 나아가서 생명을 말하고 우주를 보여주고있다.

시인에게 있어 상상력은 생명이다. 한편의 시에 무수한 상상이 깃든 생생한 이미지를 곱게 담을수 있는 시가 가지는 매력 또한 살아숨쉬는 활어의 벅찬 생명력과 비슷하지 않을가? 김영건시인의 더 좋은시를 기대한다.



박춘월
연변일보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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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옹이 들려준 마을의 이왕지사
 2013-09-01 

화룡시가지와 50여킬로메터 떨어진 남평. 숭선, 로과, 용화와 더불어 화룡시 두만강연안의 네개 변경향진을 이루던 남평은 로과향의 일부 및 용화향이 편입되면서 지금의 남평진을 이루고있다. 남평촌은 진소재 마을이다.

남평진에 이르러 미리 대기하고있던 류호림부진장으로부터 남평촌의 년장자인 김태연로인을 소개받았다. 김태연로인(1924년 출생)은 구순을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자신이 듣고 겪은 력사사건들을 똑똑히 기억하고있었다.

“남평촌은 1918년에 건립되였는데 남평(南坪)지명은 강 건너에서 애타게 부르던 ‘남편’이 번져서 남평이 된것이라고 합니다. 어느해 여름 장마로 두만강물이 불어 농사하러 강을 건너왔던 남정들이 며칠을 두고 건너가지 못했답니다. 어마어마하게 불은 물을 사이에 두고 ‘우리 남편이 무사함둥?’하고 저쪽에서 안부를 물으면 ‘우리 로덕두 편안한가?’라고 강 이쪽에서도 애를 끓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강 건너는 ‘로덕’이요, 강 이쪽은 ‘남평’이란 지명을 갖게 되였다고 합니다.”

김태연로인은 남평촌 사람들은 자고로 교육을 중시했다고 자랑한다.

“내가 일곱살 때이니 아마도 1931년쯤 될겁니다. 남평촌에 향적으로 처음 향교가 들어섰는데 향교를 나온 사람들중 후날 교원이 되고 교장이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1970년대 중반 남평소학교는 전국에서도 이름이 뜨르르했습니다. 남평소학교 배구팀은 1973년, 1974년 련속 2년간 전 주 소학교 배구경기에서 1등을 따내고 연변을 대표하여 길림성 소학교배구경기에 참가하였는데 첫해에는 2등, 이듬해에는 1등을 따냈습니다. 남평촌은 또 허씨 3형제를 비롯해서 최룡관, 김응룡, 박장길 등 문인들과 중앙인민방송국의 박청죽, 김재호 등 아나운서들을 배출한 고장입니다.”

김태연로인은 한때 연변을 들썽이였던 “남평사건”에 대해서도 잘 기억하고있었다.

“광복초기인 1945년 8월, 화룡 청호촌의 대지주 문덕창이 잔여세력들로‘화룡현치안유지회’를 만들고 덕화촌의 손자옥이 ‘덕화치안대’를 만들었습니다. 11월초, 덕화촌의 박재권이 중공연변위원회의 지시하에 명륜학원교당에서 ‘덕화민주대동맹’설립식을 갖게 되였는데 손자옥이 이를 문덕창에게 알렸습니다. 문덕창은 ‘일본패잔병들이 남평에 모여 반란을 획책한다’고 쏘련군경비사령부에 거짓회보를 했습니다. 이에 중무장한 쏘련군 4명과 1명의 통역이 치안유지회의 10명 무장인원과 함께 명륜학원교당을 포위했는데 ‘민주대동맹’설립식이라는 로씨야어표어를 본 쏘련군인이 누구도 총을 쏘지 못하도록 명령했지만 ‘유지회’의 무장분자들이 무차별로 사격해 당장에서 9명을 살해했습니다. 3일후 연변경비사령부의 사령원 강신태가 명령을 내려 문덕창을 체포하고 ‘유지회’를 해산시켰는데 이 사건이 바로 유명한 ‘남평사건’의 시말입니다.”

취재를 마치니 점심때다. 중심거리에 나서니 한때 보따리장사군들로 장사진을 이루던 중심거리가 지금은 조선의 철광분을 싣고 오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먼지를 흩날린다. 우리의 한단락 력사도 어느 구석에서 저 먼지처럼 조용히 사라져버리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글·사진 김인덕 기자
연변일보 201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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