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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 일본 녀고생들은 윤동주를 어떻게 볼가?...
2017년 11월 02일 22시 07분  조회:2174  추천:0  작성자: 죽림
일본 녀고생들 마음속의 윤동주
(ZOGLO) 2017년11월2일 

10월 31일 일본 키치죠녀자고등학교(吉祥女子高等学校)의 교론(教論)이며 국어교원인 하기와라 시게루(萩原 茂)선생의 강연을 듣게 되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녀시인 이바라기 노리코(茨城のり子)씨가 1986년에「한글려행」(ハングルへの旅)이라는 책에서 수상록 형식으로 윤동주에 대한 글을 썼다. 당시 치쿠마서점(筑摩書房) 현대문교과서 편집부가 윤동주시인을 널리 알릴 필요성을 느끼고 1990년 고중용 교과서에 이바라기 노리코씨의 글을 교재로 싣게 되였다. 그 때 교과서검정을 통과하기 위한 편집부의 노력은 대단한 것이였다고 전해진다.

강연에서 480페지나 되는 국어교과서의 많은 작품을 두고 교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이 키치죠녀자고등학교의 교학방침이라는것도 처음 들었다.

이날 강연을 통해 2016년 5월,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서시>, <아우의 인상화>, <쉽게 씌여진 시>를 선택하여 6시간에 걸쳐 수업에 도입한 하기와라선생의 교수경과를 들었고 마지막에 3명 녀고중학생들의 감상발표를 듣게 되였다.

녀고생들의 감상발표는 생각보다 너무 인상적이여서 여기에 옮겨보기로 한다.

*력사학과에서 배우기보다 국어학과에서 시를 통하여 직접적인 감정이나 상처를 느끼게 되였다. 너무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 윤동주가 오늘에 시를 쓸 수 있었으면 어떤 시가 태여 났을가… 너무 아깝다는 느낌이 든다.

강연회에서 감상발표를 하고 있는 일본 녀고생들

<아우의 인상화>에서 “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사람이 되지” 이 시구를 읽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윤동주는 동생 윤일주와 열살차이라고 들었다. 시를 쓴 시기에 열살도 채 안되였을 동생이 어떤 사람으로 되려 했을가. 사람, 나라도 이름도 가진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슬픈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나라와 나라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별을 없앨 수는 없을가?!

*독일과 유태인의 력사를 돌이켜보면서 생각했다. 윤동주가 유태인으로 태여나고 일본이 독일이였다면 오늘 어떻게 됐을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윤동주시인을 알고 우리 기억 속에 담는 일이다.

*<서시>를 읽고 윤동주의 처지를 생각해보았다. 언어를 빼앗긴 력사를 시라는 형식을 통해 자기 언어로 남긴 윤동주는 대단하다. 만일 내가 그런 차별을 받으며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윤동주는 조선인으로서 시인으로서의 사명감을 지니고 시라는 형식으로 시대에 저항했다. 윤동주의 분노의 상대가 우리 나라라는 데 대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서글픈 마음이다.

*<쉽게 씌여진 시>의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시구가 충격적이였다. 어두운 감정을 표현하고 나서 더욱 어두워졌을 윤동주의 감정세계와 식민지하의 조선인의 분개와 절망감이 무력함으로 표현되였을 것이다. 윤동주에게 있어서 시는 단지 시가 아니라 저항의 무기였을 것이다.

이날, 하기와라선생의 말도 인상적이였다.

학생들과의 만남이 우연인 것처럼 교재와의 만남도 우연이다. 모든 작품을 다 취급할 수 없는 현실하에서 37년간의 교학인생중 처음으로 윤동주의 작품을 취급하게 되였다. 학생들의 감상문은 하나하나 모두가 자기의 감정을 표달한 것으로서 가슴을 울리는 것이 많았다. 학생들의 감상을 들으면서 윤동주를 취급한 것이 너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힘이 어디까지인 줄은 확인할 수 없지만, 또 하나의 교재가 학생들한테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모르지만 민감한 문제인 이 교재를 학생들 앞에 정면적으로 부딪치도록 시도한 것은 한 교원으로서 영광스러운 과정이였다.

한시간이 좀 넘는 강연을 들으려고 신칸센을 타고 온 사람도 있었다. 윤동주의 시를 사랑하는 유명한 영화배우도 있었다. 좁은 공간에 모인 30여명의 일본인들을 보면서 문뜩 이런 생각을 하게 되였다.

고중 2학년, 10년이 지나면 세상을 짊어지고 갈 일본의 후세대들… 너무 장하고 이쁘다. 그리고 윤동주의 젊음과 순결의 시혼은 오래오래 이곳에 자리잡고 있으리라.

/길림신문 리홍매 일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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