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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절대 관념이나 정서의 노예가 아니다...
2017년 07월 24일 03시 17분  조회:1914  추천:0  작성자: 죽림

미적 거리


1. 거리와 감상미학

(1) 거리의 현상학: 사건에 대한 개입도의 차이, 즉 심리적 거리의 문제

Jose Ortega Y. Gasset(오르테가)의 예화

한 저명인사의 임종을 지켜본 사람들

1) 아내 : 남편의 죽음을 자신 내부에서 체험, 즉 사건의 '일부'가 됨. 사건과 인격이 일체가 됨.
2) 담당의사 : 직업적 양심의 면, 인격적 심정 면에서 사건을 인식. 사건에 일부 '개입'함.
3) 신문기자 : 직업상의 의무로 사건을 '관찰'함. 감정적 관여가 아니라 방관의 입장. 명문으로 기사화에 관심이 있음.
4) 화가(우연히 들름) : 죽음의 '장면'을 볼 뿐, '사건'은 관심 밖임. 단지 외재적 시각적 현상에만 관심을 둠.

(2) 심리적 거리(Psychic distance)

E. Bullough(Psychic Distance as a Factor in Art and Aethetic Principle)의 설명

심리적 거리란 미적 관조의 대상과 이 대상의 미적 호소로부터 감상자 자신을 분리시킴으로써,
즉 실제적 욕구나 목적으로부터 그 대상을 분리시킴으로써 획득된다.


2. 거리와 창작미학

(1) 양식적 상상력

"시 자체는 여러 가지 예술적 장치(리듬, 어조, 이미지, 형태)와 시어에 의해 독자가 그 시를 심미적으로 향수하도록, 즉 감상에 필요한 어떤 거리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하나의 암시적인 방향체계를 마련한다."
        --다이치(D. Daiches)

- 시인은 관념이나 정서의 노예가 아니다. 이 위험한 재료를 다스리는 인간이다.
- 시의 내용이 되는 정서나 사상은 형식과 융합되어 <형식화된 정서>나 <형식화된 사상>이 되어야 한다.
- 양식적 상상력(stylistic imagination) : 대상을 형식화하고 대상으로부터 심리적 거리를 두도록 하는 작용하는 상상력  - 휠라이트
- 언어는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이다. 따라서 내적 표현적 충동과 외적 시형식 사이의 '알력'은 시인이 창작과정에서 불가피 겪게 되는 일이다.
  * 율격을 맞추기 위해 단어를 바꿔야 되는 경우

* 미술작품을 바라볼 때에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 액자 안의 것만을 시야에 받아들여야 한다.
  - 거리가 부족하면, 세부는 보지만 전체는 보지 못한다.
    * 우리가 지구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거리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2) 부족한 거리조정과 지나친 거리조정

부족한 거리조정(underdistancing) : 제재에 대한 시인의 심리적 거리가 아주 짧은 경우. 시인이 감정을 양식화하지 않고 직접 발화하는 절규의 형태. 즉 시의 감상성(感傷性)이다. 1920년대 한국의 감상적 낭만시가 대표적이다.

오 괴로운 나의 넋이여!
머리에서 발톱까지
불순한 너의 짓밟음이여!
광명의 한낮을 암흑의 한밤으로
바꾸어 사는, 오, 나의 슬픔!
돌아가거라. 밤의 나라로,
오, 불순하 나의 피!
-- 김형원, <불순한 피> 중에서

**감정적 거리는 제재와 언술 사이의 시간적 거리에 비례한다. 즉 시간이 흐를수록 제재에 대한 객관적 입장이 강화된다

지나친 거리조정(overdistancing) : 제재에 대하여 지나친 심리적 거리를 둘 경우, 즉 제재에 대해 시인이 냉담한 태도를 말한다. 관념적인 시, 분열적인 시가 될 수 있다.

고즌 므스 일로 퓌며서 쉬이 디고
플은 어이하야 프르는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손 바회 뿐인가 하노라
-- 윤선도, <오우가> 중에서

거리조정이 잘 된 경우 : 경험적 자아를 억제한 고전주의적 절제의 미학에 입각하여 주지적 태도를 보일 경우(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 정지용, <유리창> 중에서

**이 시의 제재는 "아들을 잃은 슬픔"이다. 이러한 제재는 거리조정을 부족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시는 그러한 감정을 절제하고 승화시켜 예술적으로 완성감이 있는 시편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때 제재에 직접적 상관이 없는 독자들도 감동과 예술적 공감을 가지게 된다.
**유사한 경우로 김현승의 <눈물>이 있다. 이 작품도 아들을 잃은 슬픔이 제재가 되는데, 이를 종교적 심성으로 승화시켰다.

(3) 성실성과 실존적 장르

- 서정시는 실존적(existential) 장르이다.
    cf. 서사양식, 극양식은 허구적 인물창조
- 공자의 <사무사>론. 톨스토이의 예술론(개성론)
- 경험적 자아와 시적 자아를 동일시하는 태도
- 19세기 낭만파의 <투사론>

- 현대적 시관은 이러한 성실성에 대해 부정적(몰개성론)
- 경험적 자아와 시적 자아의 동일시에 부정적
- 동일성의 고백적, 자전적 스타일 자체가 책략이며, 탈을 반영한 것이다.
- 극단적으로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그가 전혀 느끼지 않은 것을 강렬하고 풍부하게 표현한다.
내면적 거리(G. Poulet)

(4) 객관적 상관물과 시인의 두 얼굴

**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s)은 T.S. Eliot의 표현임.
- 시는 정서로부터의 해방이 아니고, 정서로부터의 도피이며,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 
- 엘리어트는 "현대문명사회를 구원하는 길은 가톨리시즘이다" 주장
- 경험적 자아= 고통 받는 인간(Man who suffers) not 창조하는 자아
- 이러한 경험적 자아에 대한 혐오와 불안에서 기인한 것 - 몰개성론
- 경험적 자아를 억제하고 정화하는 것, 참다운 자기 희생 강조 - 몰개성론으로 발전

"예술의 형태로 정서를 표현하는 유일의 방법은 '객관적 상관물'을 발견하는 데 있다. 환언하면, 특수한 정서의 공식이 되고, 독자에게 똑같은 정서를 환기하게 되는 일련의 사물, 상황, 사건이다."

3. 거리의 표현기법

(1) 서열의 역전

인간적 시점: 사물에 대하여 서열의 질서를 부여
인간->생물->무기물
비인간적 시점: 이 서열의 역전, 현실과의 심리적 거리를 최대한으로 팽창시킴

인간들 속에서
인간들에 밟히며
잠을 깬다.
숲 속에서 바다가 잠을 깨듯이
젊고 튼튼한 상수리나무가
서 있는 것을 본다.
남의 속도 모르고 새들이
금빛 깃을 치고 있다.
--김춘수, <처용> 전문

화자의 인간에 대한 혐오감과 상수리나무에 대한 애정 표현한 작품(비인간적 시점)
비인간화의 기법: 이미지들의 느닷없는 결합(몽따쥬, 콜라쥬, 자동기술법, 데빼이즈망, 병치)

몽따쥬: 편집은 프랑스어로 "montage"라고도 한다. 몽타쥬란 사진술에서는 사진합성법, 합성사진을 의미하며, 움직이는 영화나,비디오에서는 영상들을 "구성한다""쌓아올린다""조립한다"등의 뜻으로 이 용어를 사용한다. 어원은 여러 가지의 영상을 한 화면 내에 짜 넣는다는 사진용어였으나, 쿨레쇼브, 프도프킨, 에이젠쉬쩨인등의 러시아 형식주의 감독들에 의해 영화에 도입되면서 쇼트들의 조합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다른 예술작품 처럼 어떤 사상이나 관념, 감정등이 하나의 화면구성 뿐 만 아니라 몇 개의 연속된 쇼트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실험한 것이 몽타쥬이론이다.
몽따쥬 그림의 예

콜라쥬: 프.collage. "붙이다"는 뜻의 coller로부터 유래). 1912년 이후 미술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종이, 돌, 쇠조각 등 이물질을 그림에 붙이는 것을 의미한다. 1950년 이후 유행한다. 비슷한 말로 몽타쥐(montage)라는 말도 사용된다. 음악에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음악들이나 소음(말, 기계소리, 자연의 소리)들을 재료로 사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1960-70년대에 많이 사용되었다. 짐머만, 베리오, 카겔, 베리오, 슈니트케 등의 작품에 나타난다.
콜라쥬 그림의 예
데뻬이즈망: 우연적인 두 단어가 접근되는 지점 즉 두 개의 전도체 사이에서 발생되는 전위차(電位差)의 작용에 의한 이미지의 광채(lumiere d'image)를 추구하는 초현실주의 시의 미학을 데뻬이즈망(depaysement)이라고 하는바, 이 수법을 보다 효과적으로 살리는 방법으로 ‘아시체 놀이(Le cadavre-exquis)’가 있다. ‘아시체놀이’는 1925년 빠리의 사또오 가(街) 54번지 고색창연한 집에서 생겨났다. 그것은 유희의 일종으로 먼저 글을 쓴 몇 마디 말을, 각 요소가 가능한 역설적 형태로 충돌하도록 결합시켜, 처음부터 조리(條理)를 벗어난 인간의 전달행위가 최대한의 모험을 기록하는 정신에까지 달할 수 있는 유희다. 누구나 협력 혹은 예비적 협력을 바랄 수 없는 상태에서, 여러 명의 참가자에게 한 문장씩 돌아가며 쓰게 하는 종이 접기 놀이로서, 이 놀이에서 최초로 얻은 문장에서 취해진 것이 “우아한//시체는//새 포도주를//마실 것이다(Le cadavre-exquis-boira-le vin nouveau)”였다.

데뻬이즈망 미술작품의 예 

한국시의 Tension에 관한 연구(이건청): 주지하는 대로 인간적인 시점을 배제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이미지들의 느닷없는 결합이며 데뻬이즈망depaysement은 슐레알리스트들에 의해 실험된 후 현대 예술 전반에 두루 쓰이는 표현 기법이 되었다. 데뻬이즈망은 기존의 의미를 버리고 전혀 새로운 의미를 지니도록 의미론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시에 있어서의 데뻬이즈망은 상식적이고 타성적인 연상 작용을 과감히 거부하고 발견적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창작에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한 편의 시 속에서 데뻬이즈망의 효과가 고조되어 나타나게 되는 경우는 비유, 상징, 알레고리 등 여러부면을 들 수 있을 것이고, 또한 한 편의 시에서 제목과 본문 작품사에에서도 발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자는 작품 창작상에 활용될 수 있는 데뻬이즈망 효과와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긴장의 양상들을 고찰해보려 한다. 

자동기술법(automatism): 

초현실주의자들은 논리적 사고 이전에 있는 혼돈 상태 또는 논리적 사고를 벗어난 모든 의식 상태, 이를테면 원시인들의 신화, 꿈과 환상, 광기, 불가사의, 정신병 환자들의 환각 증세 같은 것들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들은 진리와 오류, 꿈과 현실, 이성과 광기라는 전래의  구별이 부질없다 하면서 정신병 의사들이 말하는 과대망상증, 정신분열증, 히스테리 등의 현상을 연구했다. 그리고 프로이드의 선례에 따라 꿈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연상작용을 기록하려 했다. 그들이 사용한 '자동기술법'은 계시적인 무질서 속에서 부조리함이나 부적절함에 전혀 개의치 않고 해방된 의식 속에 쌓이는 문장들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다.
"말이건 글이건 아니면 그 어떤 수단에 의해서건 사고의 진정한 작용을 표현하려는 심리적 자동현상, 이성의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고, 미학적이거나 도덕적인 어떤 규약에도 얽매이지 않는 사고의 받아쓰기이다." 

(2) 소외기법

낯설게하기(defamiliarization) : 러시아형식주의자들의 예술 원칙
일상언어, 규범문법의 파괴, 전통 율격, 전통 미적 규범 파괴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 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 나는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느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소.
--이상, <꽃나무> 전문
이 시에서의 낯설게하기 현상들;
- 띄어쓰기 무시
- 문장과 문장 사이의 논리성 결여
- 꽃나무와 화자 연결의 유추

몽따쥬 수법(모더니즘시의) :
-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폭력적으로 결합시키는 방법. 소외 기법의 일종이다.
- 같은 시공간에 존재할 수 없는 사물들의 결합. 원래의 장소에서 사물 추방

바다 밑에는
항문과 질과
그런 것들의 새끼들과
하나님이 한 분만 계시더라
--김춘수, <해파리> 일부

비인간화는 현실로부터 심리적 거리를 최대로 팽창시킨 예술방법
화자의 인간적 감정 철저하게 배제, 객관적 상관물 사용
화자와 진술하는 대상 사이에 확연한 거리(객관성의 어조)

(3) 구조와 반구조

구조: 문학과 현실을 구분하는 경계선.(시작-중간-끝 vs 일상의 산만함)

기승전결의 구조(시상 전개의 전통적인 구조화, 시조의 대표적 구성법)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는 바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선하면 아니 올셰라

셜온 님 보내옵노니
가시는 듯 도셔오쇼셔
--고려속요 <가시리>

결말맺기의 구조화는 '목적론적 세계관'과 연관됨.
봉함체(enveloped style: 수미쌍관 의장법)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대표적

현대시는 개방형식을 지향하며, 결말맺기의 수단들이 점점 극소화하는 현상을 보임
모더니즘의 실험시에서는 '반결말' '반구조'의 경향을 보임
문학과 인생의 전통적 경계선이 붕괴됨을 반영 -> 시적 리얼리즘 지향과 연관
-장경린, <라면은 퉁퉁>이 대표적

(4) 서술시와 묘사시

서술시(narrative poem): 이야기를 노래한 것. 이야기시.
장르개념(서정, 서사)이 아니라 형식개념이다.
행위에 의해서 시적 긴장이 창조되고, 그 행위의 이야기가 객관적 상관물이 되는 것
살아 있는 실제의 인간 포괄(배제의 원리가 아님)
인간의 행위나 생생한 삶의 모습에 의해 인간적 의미나 감정을 표현(인간적 시점)
이야기는 줄거리를 통해 인물과 사전 재현(모방적 양식)
화자와 대상(사건) 사이의 거리 확립(객관성의 양식)
화자가 청중에게 전달하고 보고하는 양식(보고의 목소리)

한국시가의 전통이었음(공무도하가, 처용가, 헌화가, 서동요, 쌍화점, 만전춘, 정읍사, 사설시조
근대시의 서사시들이나 백석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음.
70년대: 현대시의 장시화와 결부되고, 민중문학을 표방.
서정주의 <질마재신화>도 서술시의 의도를 지닌 것.

서술시는 시의 난해성 극복 장치
서술시는 리얼리티 확보의 가능성을 열어줌
서술시의 결과 장시화(신춘문예 당선작들을 보라!)

서술시 vs 묘사시 (문체 차이, 제재 차이)

묘사시: 대상과 대상의 특질을 다룸. 이미지가 지배소.
30년대 모더니즘 시에서 찾아볼 수 있음(회화시, 사물시 형태로)
정밀한 묘사를 통해서 대상과 거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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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야  ―박덕규(1958∼ )

입원하러 가기 전날 밤
갚아야 할 빚을 다 적어 놓아야겠다고
몰래 스마트폰 빛을 밝히며 책상 앞에 앉았다가
서랍에서 발견한
십 년 전 낙서.
그 시절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리며
배를 움켜쥐고 쓴.
하느님,
제가 일 잘 하는 사람인 줄 알고
빨리 불러 일 시키실 작정을 하시면 곤란해요.
하느님,
아직 처리할 게 많아요.
제발 빚 좀 다 갚고 가게 해 주세요.
하느님, 아니 하나님이라도 좋아
제발 십 년만 더 살게 해 주세요.
 
 

 

상태가 위중하건 그렇지 않건 수술을 받는 건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 전날 밤, 식구들 모르게 책상 앞에 앉는 화자. 혹시 잘못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비장한 마음으로 그가 적으려는 것은 ‘갚아야 할 빚’의 목록이다. 종이를 찾으려 서랍을 뒤적이다가 ‘발견한/십 년 전 낙서’, ‘하느님, 아직 처리할 게 많아요./제발 빚 좀 다 갚고 가게 해 주세요’! 제가 중병에 걸린 것만 같았던 그때 화자는 모든 신을 향해 애걸했었다. 그러니 ‘제발 십 년만 더 살게 해 주세요’! 무사히 수술을 마친 뒤에 화자는 십 년 세월에도 달라진 게 없는 저 자신을 씁쓸한 미소로 돌아본다. 막다른 상황에 처하면 우리는 신을 부르고 맹세한다. 이 고비만 넘기게 된다면 새로 태어난 듯 살리라고. 그 맹세를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화자에게 이후 ‘십 년만 더’ 주어지면 충분할까?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묘비명을 이리 남겼단다. ‘어영부영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게 사실이라면 재능을 활짝 펼치며 명예와 부를 누리다 95세에 세상을 뜬 사람이 ‘어영부영’했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제 삶은 늘 짧게 느껴지고 제 죽음은 언제라도 이른 법.

매우 공감이 가는 시다. 나도 삶을 정리할 시간 없이 죽을 것 같은 병세로 입원한 적이 있다. 뜻밖에도 죽는 게 무섭지 않았다. 나 없이 남겨질 세 고양이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고 못 갚은 빚이 무겁게 마음을 짓누를 뿐이었다. 죽기 전에 기껏 빚 걱정이나 하다니 인생 누추하다고? 소크라테스도 닭 한 마리를 갚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지. 빚을 많이 진 사람에게는 죽음의 공포도 사치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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