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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y Snyder
게리 스나이더는 미국의 시인이며 선불교도이며, 산악인, 환경운동가이며, 심층생태철학자이며, 비트운동의 설립회원이다. 미국의 계관시인인 로버트 하스(Robert Haas)는 스나이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나 도겐처럼 문학으로 윤리적 삶을 외치는 신성한 목소리‘라고 했다. ’시인의 임무는 숲을 지키는 것‘이라 한 말에서도 소로우와 스나이더의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게리 스나이더는 비트 운동의 소로우에 해당된다. 소로우와 마찬가지로 스나이더는 자신의 삶에 여유를 원했고, 인간이 욕심을 버리는 정도에 따라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소로우와 스나이더는 둘 다 야생 또는 야성(wilderness)을 귀중하게 생각했다. 여기서 야성은 때묻지않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로우가 '야성이 세상을 보존한다'고 생각했다면 스나이더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야성은 세상 자체'라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볼 때 자연은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 위험에 처한 것은 야성이다. 야성은 파괴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우리는 야성을 볼수없게 될지도 모른다.“
스나이더는 193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산이 많은 워싱턴 주에서 자라났던 그는 산을 사랑하여 17세에 이미 미국에서 높다는 산봉우리는 다 섭렵한 후였다. 오레곤 주 포틀랜드의 리드 대학에서 문학, 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인디애나 대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데이비스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동양언어학을 공부했다. 삼림경비원, 벌목원, 선원으로도 일했다. 마테호른 봉을 잭 케루액과 오르기도 했는데 이때 경험을 살려 케루액의 소설 ‘다르마를 찾는 백수(Dharma Bum)'에 스나이더가 신비한 시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케루액의 소설 ‘다르마를 찾는 백수(Dharma Bum)'>
1956년 일본으로 가 임제종의 선불교 공부를 하고, 경전과 불교서적을 연구 번역하였다. 10여년 동안 불교와 가까이 있었지만 그러나 출가는 하지 않았다. 1969년 미국으로 돌아온 후 평화와 환경운동에 헌신하며, 동양철학과 불교의 대중화에 공헌하였다. 또한 환경보호자들과 인디언 그룹과 어울려 야성의 삶을 실천하며 생태공동체를 주도하고 있다. 선시(禪詩)로 불리는 그의 시는 동양과 미국 인디언의 신화를 인간과 자연의 상생에 연결시킨 열린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스나이더가 일본의 선원에서 다년간을 보내며 의미있는 삶의 모델을 찾아본 동기는 동양을 탐욕적인 자아를 극복하고 내면의 힘에 집중하는 의지를 교육하는 현장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거북섬(Turtle Island)>
인간에게 유용한 가치만을 생태계에서 찾고 살리는 얕은 생태학과는 대조적으로 심층생태학은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본연의 내재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1982년 4월 로스앤젤레스 선원에서는 세계 최초의 심층생태학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를 주관한 것은 선불교도이며 생물학자인 마이클 소울(Michael Soule)이고, 이를 도운 것이 로버트 아잇켄 선사와 게리 스나이더였다. 그가 퓰리처 상을 수상한 시집 ‘거북섬(Turtle Island)'에 실린 ’헌신의 맹세‘ 중 한 귀절을 보자.
“모든 존재에게 .... 나는 헌신을 맹세하네 거북섬의 흙에게 나는 헌신을 맹세하네 그곳에 거하는 생명들에게 그리고 태양아래서 상의상존성 속에 서로를 관통하는 다양하지만 그러나 하나인 생태계에도 나는 헌신을 맹세하네.“
스나이더는 또한 시인이며 환경운동가인 웬델 베리(Wendell Berry)와도 가까운 친구이다. 두 시인은 지역과 마을이 인간에게 아주 귀중하다는 가치관을 공유한다.
“땅을 되살리기위해서는 사람이 그 지역에서 일을 해야 한다. 지역은 존중심을 가지고 다가온다면 누구나 다 환영한다. 한 지역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 지역에 정을 붙이는 것이다. 한 지역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지역사회를 이루고, 머지않아 문화를 키운다. 야성을 회복하는 것은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웬델 베리>
스나이더는 한산을 미국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또 2000년 9월에는 한국을 방문하여 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하기도 하고 또 법련사에서 생태와 불교에 대한 강연도 하였다. 스나이더의 '생명공동체' 회복 운동에 따르면, 생명은 생태계의 거대한 테두리 속에 식물, 동물, 미생물 등과 함께 생존해나가는 하나의 유기적 존재이다. 생태계는 하나의 거대 고리로 형성된 소우주이며, '상호의존'이라는 공동체 인식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 체계이다. 따라서 생명공동체의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는 자신의 존재 장소에서 다른 생물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진정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의 시낭송회에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가 시낭송회를 할 때는 선시 해설을 하기도 하고 또 꼭 근처의 절이나 선원에 들려 미국과 아시아의 선에 대해 말하곤 한다. 단순한 자연에의 귀의가 아닌 인간 본연에의 복귀로서 구도정신을 지향하는 시인인 스나이더는 '생활이 곧 시고 시가 곧 선(禪)인 시인'으로 불린다. 그는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반야심경과 다라니를 독송한다. 특히 불교의 명상은 자신의 시세계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독특한 자세와 호흡법, 그리고 마음을 다루는 법이 있는 명상은 아주 특수한 수행임을 강조한다. 그는 또 붇다의 가르침이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중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뿐 만 아니라 모든 중생들도 나름의 수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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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의 여름 / 게리 스나이더
네모난 낡은 집 서쪽, 연못 팔 때 생긴 둔덕 위, 우리 한때 집 밖에서 잔 곳, 트램플린 놓였던 곳,
땅의 영이여 제발 노하지 마시길 시멘트 트럭 부르릉대더라도 식물의 영들이여 잠시만 기다려다오 제발 돌아와 웃음 지어 주길
시궁창, 배선과 배수관 거푸집과 타설하기 위해 숨겨진 문들 집짓기가 시작된다!
에너지에는 태양을 벽널에는 삼나무를 프레임에는 갓 껍질 벗긴 기둥 자박길 위한 자갈돌 돈 대는 볼링겐*!
다니엘은 껍질 벗기고 모스는 노래하고 매트는 큰망치질 하고 브루스는 사색하고 척은 수도관 공사 데이빗은 벽 말리고 착색하고, 색깔 짙기 조절한다; 스튜는 배수로 바위 놓고 커트는 뜨거운 와이어 작업 게리는 시원한 맥주 마시고 캐롤은 유쾌한 너털 웃음 그녀 떠난다 일꾼들 슬퍼한다, 겐은 페인트칠 모든 유리창틀 겐-색깔로 다시 붉다
점심에는 정원의 오이. 신선한 토마토 와삭와삭.
토르는 실내 채색과 히죽 웃음 테드는 지붕 기와 티르종이 말리고 톱밥 휘날린다 트럭은 실어 나르고 큰 깡통은 소각용 낡은 침실들 사라진다
야생 터키들 구경하고 사슴은 경멸하는 눈초리 황소개구리 개굴거리고,
데이빗 파민터는 마루용 떡갈나무 밤 늦게 가져온다, 그의 제재소 불 났으나, 변함없이 가져온다.
산드라는 샤워실 타일 벽에 만자니타 무늬 더듬어 본다. 미닫이 문 위에서도 매끄러운 새 마루바닥에서도-
낡은 집 이제 고대광실 창고만큼 큼직하니 큰 술잔 식탁 위에 꽝 내리쳐도 문제없다 로빈은 시 쓸 방 가졌고, 한밤중에 뒷일 보러 집밖 나갈 필요 없다,
캐롤은 드디어 집으로 오고 그녀 많은 방 들여다본다. 떡갈나무 소나무 하릴없이 쳐다보고 낡은 킷킷디즈의 집 이제 새 건물 가졌다-
그리하여 우리 한잔 술 따라 노래하리- 천국만큼이나 즐거웠으니, 97년의 여름이었다.
*볼링겐 재단이 1948년 처음으로 제장한 시 부분에서 가장 정평이 나 있는 미국의 문학상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으로 옥중에 있던 에즈라 파운드가 제1회 수상자였다. 게리 스나이더는 1997년에 이 상을 수상하였다.
이 현재의 순간 / 게리 스나이더
이 현재의 순간,
오래 살아,
먼 옛날
된다.
/게리 스나이더 시선집 <이 현재의 순간> 서강목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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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가족에게 드리는 기도문 - 게리 스나이더
(인디언 기도문식으로)
밤과 낮을 쉬지 않고 항해하는 어머니 지구에게
다른 별에는 없는 온갖 거름을 지닌 부드러운 흙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해를 향하고 서서 빛을 변화시키는 이파리들과
머리카락처럼 섬세한 뿌리를 지닌 식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비바람 속에 묵묵히 서서
작은 열매들을 매달고 물결처럼 춤을 춥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하늘을 쏘는 칼새와 새벽의 말 없는 올빼미의 날개를 지탱해 주는
공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노래의 호흡이 되어 주고
맑은 정신을 가져다 주는 바람에게.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우리의 형제 자매인 야생 동물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연의 비밀과 자유와 여러 길들을 보여 주고
그들의 젖을 우리에게 나눠 줍니다.
그들은 스스로 완전하며 용감하고 늘 깨어 있습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물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구름과 호수와 강과 얼음산에게.
그들은 머물렀다가는 또 여행하면서
우리 모두의 몸을 지나 소금의 바다로 흘러갑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눈부신 빛으로 나무 둥치들과 안개를 통과해
곰과 뱀들이 잠자는 동굴을 덥혀 주고
우리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태양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수억의 별들, 아니 그것보다 더 많은 별들을 담고
모든 힘과 생각을 초월해 있으면서도
또한 우리 안에 있기도 한
위대한 하늘, 할아버지인 우주 공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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