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에는 크게 나누어 직유와 암유가 있다. 직유를 명유라고도 하고, 암유를 음유라고도 한다. 직유는 처럼, 마냥, 와(과), 같이(은), 보다, 망정 등의 보조형용이 중간에끼어 뭣을 뭣에 비교하여 말하고 있는가를 환히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직유에는 또한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를 단일 직유라고 한다. 단일 직유는 단어와 단어가 서로 비교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수주 변영로의 [논개]라고 하는 시의 한 부분인데, <물결>이라는 단어를 <보다도>라는 보조형용을 매개로 해서 <강낭콩꽃>이라고 하는 단어에 비교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읽어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단순히 <물결>의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 <강낭콩꽃>을 들고 있는데 지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시적 비유라고 할 수가 없다. 산문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따.
미당 서정주의 [문둥이]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울음>을 <꽃>에 비유하고 있는 이 단일 직유는 시적 비유가 되고 있다.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아주 열정적인 격렬한 울음인데, 그러한 상태를 <꽃처럼 붉은>이라고 비유함으로써 그 상대가 한층 생생하게 호소되어 온다. 이런 경우 주의할 것은 비유의 부분만 볼 것이 아니라,시 전체의 분위기를 통해서 비유를 봐야 한다. [문둥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는 시 전체의 분위기로 봐서 비유가 시적으로 살아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이렇게 같은 단일 직유라도 시인에 따라 시적이 되고, 시적이 덜 되고 한다. 언어는 그러니까 순전히 그것을 다루는 시인의 손에 따라 이렇게도 되고 저렇게도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떤 단어가 문(文)과 비교된다든가, 어떤 문이 다른 어떤 문과 비교되는 경우 중간에 보조형용이 끼면 확충 직유가 된다.
옥안(玉顔)을 상대하니 여운간지명월(如雲間之明月)이요,
[춘향전]에 나오는 이 대목은 <옥안>을 <운간지명월>에 비유하고 있는 확충 직유다. 여기서도 <옥안>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수식의 역할밖에는 더 못 하고 있는 것이 <운간지명월>임을 알 수 있다.
어름 우희 댓닙자리 보와 님과 나와 어러주글만뎡 정둔 오낤밤 더듸 새오시라 새오시라.
고려속요인 [만전춘]의 이 대목은 <만뎡>을 매개로 문과 문이 비교되고 있는 확충 직유다. 그 애타는 심정이 시적으로 잘 살아 있다. 시적 비유로 성공하고 있다. 비유가 시에서 많이 쓰인다는 것은, 시는 미묘한 세계를 미묘한 그대로 절실히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유를 통해서 암시적으로, 또는 함축적으로 전달하지 않고는 별로 전달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상 언어의 의미 그대로를 가지고는 안 된다. 언어가 이중 삼중의 의미를 가지고 미묘 복잡한 빛깔을 드러내 주어야만 한다. 비유는 이렇게 해서 시가 된다.
미당의 시 [문둥이]의 경우, <울음>을 <꽃>에 비유하고 있다. 울음은 곧 슬픔을 연상케 되고, 슬픔은 꽃과는 아주 먼 거리에 있다. 꽃은 화려하고 기쁨이 넘치는 표상이다. 그런데도 문둥이가 <애기하나 먹고>참회하며 몸부림치는 그 울음은 아주 뜨겁고 아름답게 비친다(처절할 정도로 생에 대한 뜨거운 긍정을 느낀다). 이렇게 느껴질 때 <꽃>과 <울음>은 밀접한 연대성을 가지게 되고, 새로운 (사물 서로 사이의)관계지어 줌이 신선하게, 또는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만전춘]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사랑은 뜨거운 것이다. 뜨거움의 극은 불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사랑의 뜨거움을 얼음에 비유하고 있다. 얼음 위에 댓닢으로 자리를 보아 사랑하는 남녀가 눕는다. 얼어죽을 것이 필연인데도 이 시의 숨은 의도는, 두 사람의 사랑의 뜨거움이 얼음까지 녹인다는 열정을 역으로 보여 주려고 한 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우리(독자)에게는 별안간 얼음이 불보다 더 뜨겁게 느껴진다. 가장 싸늘한 것으로 가장 뜨겁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 매우 신선하고 놀랍다. 단순한 의미 강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상태의 창조라고 해야 하리라. 암유는 직유와는 달라 보조형용이 전연 끼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한층 상징성이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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