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독학으로 배운 언어로 시를 쓴 노르웨이 과수원 농부시인...
2017년 10월 20일 23시 46분  조회:2463  추천:0  작성자: 죽림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  올라브 H. 하우게

 

거기 언덕 꼭대기에 서서

소리치지 말라.

물론 네 말은

옳다너무 옳아서

말하는 것이

도리어 성가시다.

언덕으로 들어가,

거기 대장간을 지어라,

거기 풀무를 만들고,

거기 쇠를 달구고,

망치질하며 노래하라!

우리가 들을 것이다,

듣고,

네가 어디 있는지 알 것이다.

 



 

고양이 / 올라브 하우게

 

 

고양이가 앉아 있을 겁니다

농장에

당신이 방문할 때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이 농장에서

그 녀석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이제 내 마음이 말을 그친다 / 올라브 하우게

 

 

이제 내 마음이 말을 그친다

파도도 그치고

독수리들이 다시 날아간다

발톱이 피로 물든 채

 

 

노시인이 시를 쓰네 / 올라브 하우게

 

 

노시인이 시를 쓰네

행복하도다 행복하도다 샴페인 병처럼

그의 내부에서 봄(春)이

기포들을 밀어 올리니

병마개가 곧 솟아오르리.

 

 

야생 장미 / 올라브 하우게

 

 

꽃노래는 많으니

나는 가시를 노래합니다.

뿌리도 노래합니다 -

뿌리가

여윈 소녀의 손처럼

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붙잡고 있는지요

 

 

오늘이 내게 보였다 / 올라브 하우게 

 

 

오늘 달이 두 편 보였다

새로 온 달과 사라진 달

나는 새 달의 존재를 많이 믿지만

새 달은 사라진 달일 것이다.

 

 

긴 낫 / 올라부 하우게

 

 

긴 낫에

늙은 몸 의지한다.

풀밭

낫이

조용히 노래한다.

내 마음 혼란스러워라

괜찮아요

풀들이 말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 올라부 하우게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복잡한 사람이었다.

희곡작가이자 배우이자 시인이었으니

그런데 그의 시는 너무 쉬워서

현관 놓인 나막신처럼

바로 신으면 되었지.

 

 




이제 산들은 나를 매혹하지 않는다 / 올라브 하우게 

 

 

이제 산들은 나를 매혹하지 않는다.

나는 차가운 눈벌판 사이에서 충분히 오래 살았다.

나는 여전히 숲에서 나의 길을 찾고 있다. 가을바람

소리를

듣고 있으며 못가에 서있으며 강물과 만나고 있다.

한 해가 저무는 때에도 숲에는 맛있는 딸기가 있다.

딸기가 많이 없을 때는 산들을 건너야 한다.

산봉우리들이 있어서 너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 올라브 하우게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태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꿈 / 올라브 하우게

 

 

우리가 나르는 것은 꿈이라오

놀라운 일이 일어나리라는 꿈

일어나야 한다는 꿈

시간이 열리고

문들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는 꿈

땅이 열려 물이 솟고

꿈도 열리는 꿈

그런 꿈들을 싣고 어느 아침처럼

미지의 항구로 들어서는 꿈

 

 

새 식탁보 / 올라브 하우게 

 

 

새 식탁보, 노란 색!

그리고 신선한 흰 종이!

단어들이 올 것이다

천이 좋으니

종이가 섬세하니!

피오르에 얼음이 얼면

새들이 날아와 앉지

 

 

카펫 / 올라브 하우게 

 

 

부딜*, 나를 위해 카펫을 짜줘

꿈과 비전으로

바람으로

나도 베두인처럼 기도할 때

그것을 펼치게

둘둘 말아 덮고 자게

그리고 매일 아침 외치게

"아침을 차려다오!"

추운 겨울에는 망토로 입게

돛으로 쓰게

어느 날 나는 카펫에 앉을 거야

그리고 멀리 항해를 나갈 거야

다른 세계로.

 

*부딜: 시인의 부인

 

 

올라브 하우게(Olav H, Hauge)는 1908년 노르웨이 울빅(Ulvik)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1994년까지 살았다. 원예학교에서 공부한 후 과수원 농부가 되어 평생을 일했으며 거의 독학으로 배운 언어들을 통해 시를 읽고 번역했다. 노르웨이어로 쓴 그의 시는 20여 언어로 번역되었다. 고향에 하우개 센터가 있다.

 

임선기(본명 임재호)는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프랑스문학과 언어학을 공부하고 1994년 부터 시를 발표하였고 시집으로 <주머니 속의 시>, <꽃과 꽃이 흔들린다>,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을 출간하였다. 현재 연세대 불문과 교수로 있다.

 

 

 

 

 


=========================


 
 

아침의 시_ 날마다 시 한 편

 

 


날마다 시 한 편을 쓰고 싶다
 날마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브라우닝은 그것을 해냈다, 비록
숱 많은 눈썹을 하고서
운을 맞추고
운율을 고민하긴 했어도
그렇다, 하루에 시 한 편
문득 떠오르는 생각
일어나는 일
무엇인가 주의를 끄는 일
- 아침에 눈을 뜬다, 이윽고 날이 밝는다
마음은 좋은 구상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피리새 한 마리
내 꽃봉오리를 훔쳐
체리 나무에서 날아가는 게 보인다

 

- 올라브 H. 하우게 <날마다 시 한 편> (류시화 옮김)


어렸을 때 동시를 써 본 적 말고는 평생 시 한 편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태초에 신이 인간을 시인으로 창조했는데 나중에 현실적인 경전 편집자들이 '시인으로'를 빼 버렸다는 말이 있다. 시인으로 태어난 우리는 언제부터 시인이기를 그만둘까? 왜 시가 시인의 전유물이 되었을까? 시는 인류 최대의 착각인가, 아니면 가장 오래된 언어인가?

날마다 한 편의 시, 혹은 한 줄의 시를 쓰는 일. 영국 시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은 병약한 몸인데도 그것을 해냈고, 미국 현대 시인 윌리엄 스태포드와 로버트 블라이도 그렇게 했다. 평생을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해안 마을에서 사과 과수원을 일구며 시를 쓴 올라브 H. 하우게(1908~1994)도 그렇게 했다. 그러니 아주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시는 어디에나 있다. 우리가 심안(마음의 눈)을 뜨기만 하면 가을비에 젖는 고양이도, 가장자리가 파란 나팔꽃도, 벽의 얼룩까지도 시가 된다. 하이쿠의 대가인 바쇼의 대표시를 보라.

 

 

자세히 보니
냉이꽃 피어 있다
울타리 옆에
(よくみれば薺花さく垣ねかな)

 

 

지금 지구 북반구는 가을이다. 몇 행의 시, 몇 줄의 글을 써내려 가기에 좋은 계절이다.
모든 곳에서 시를 발견하는 눈은 일상에 깊이를 주고 건조한 삶에 향기를 준다.
시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재발견이다.

"일상의 대화에서 우리는 각각의 단어마다 심사숙고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에서는 모든 단어가 중요하다.
어떤 단어도 흔하고 평범하지 않다.
돌멩이 하나, 구름 한 조각도. 어떤 낮, 어떤 밤도.
그리고 이 세상의 어떤 존재도 의미를 갖는다."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노벨 문학상 수락 연설에서 한 말이다.

 
=============================
/////////////////////////////////////////////////////////////

 

올라브 H. 하우게, 「큰 집은 춥다」


큰 집은 춥다.
가을에 그걸 알았다.
첫 눈송이들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서리 아래 땅이 굳어가는 때.
그러자 적막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내 외로움이.
지붕은 삐걱대는 소리로 가득하고
언 숲의 도끼 소리 날카롭게 짖는다.

 
 


나의 숲은
외로움의 숲 속에 있는 숲,
나의 산은
외로움의 산 속에 있는 산,
그리고 낮은
외로움의 밤 속에 있는 한 점 반짝임.
한참 만에 마주치는 사람과 짐승,
소나무 바늘과 잔가지를 갖고 어둔 그늘을 어슬렁거리다
서리 위로 발자국을 남기는 그들은,
외로움의 꿈속에 그림자 진 흐린 빛.

 
  


  
배달하며

   

시골에 살아본 사람은 큰 집이 춥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다 알지요. 첫 눈송이 떨어지고 서리 아래 땅이 굳으며 북풍과 함께 초빙(初氷)이 올 때 겨울은 시작되었는데요. 어느덧 춘분이 눈앞에 다가왔네요. 겨울 나는 동안 외로웠나요? 집도 외로우니 지붕은 삐걱대는 소리를 냈겠지요.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따위 산짐승들도 소리없이 한 점 등불을 켜고 반짝이는 집까지 내려와 어슬렁거리다 다시 산으로 돌아갔겠지요. 오늘은 내가 “서리 위 발자국을 남기는 그들”을 찾아 산속에 들어가 봐야겠어요. 겨울을 잘 나고 살아남았는지 살펴봐야겠어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 시 올라브 H. 하우게 – 올라브 H. 하우게(1908~1994)는 노르웨이 울빅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며, 독학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익혔다. 평생 전문 정원사로 일하며, 고향을 떠난 본 적이 없다. 시집으로 『재 안의 불씨』 등이 있다. 20세기 노르웨이의 국민 시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70 시인은 작품속에 삶의 몸부림과 고통을 버무려야 한다... 2017-04-03 0 2528
369 당신은 왜 시인의 험난한 길을 걸어가려 하십니까?... 2017-04-03 0 2191
368 시는 누구나 쓸수 있으나 아무나 시인이 되는것은 아니다... 2017-04-03 0 2365
367 시인은 시상(詩想), 시정(詩情), 시흥(詩興)을 깨울줄 알아야... 2017-04-02 0 2255
366 시인은 시상이라는 "낚시 찌"에 전신전령을 기울려야... 2017-04-02 0 2682
365 시인은 詩나무그루터에 오줌을 싸고 있었다... 2017-04-02 0 2306
364 형이상시에서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폭력조합시켜라... 2017-03-29 0 2773
363 형이상시는 불협화음속에서 기상천외의 조화로운 분위기를... 2017-03-29 0 2564
362 시인은 언어를 잘 다룰줄 아는 고급동물이다... 2017-03-29 0 2391
361 형이상시는 즉물시와 사물시를 포괄한 제3류형의 시이다???... 2017-03-29 0 2680
360 형이상시에서 객관적 상관물의 발견으로 통합된 감수성을... 2017-03-29 0 2251
359 형이상詩는 21세기의 시운동의 모델이라고???... 2017-03-29 0 2457
358 시인은 자연과 타인의 생을 기웃거리는 촉매자이다... 2017-03-29 0 2492
357 시에서 아방가르드 정신을 꿈꾸는 자는 늘 고독하다... 2017-03-29 0 2393
356 [시문학소사전] - 시쓰기에서 알아야 할 용어들 2017-03-29 0 2890
355 현대시는 탈관념의 꿈꾸기이며 언어적 해체인것이다... 2017-03-29 0 2517
354 후기산업혁명사회의 현대인들의 병을 시로 치료하라... 2017-03-29 0 2368
353 시란 희노애락을 부르짖는 소리이다... 2017-03-29 0 2785
352 "전통시인"이나 "실험시인"이나 독자를 외면하면 안된다... 2017-03-29 0 2270
351 현대시쓰기 전 련상단어 100개 쓰기부터 하라... 2017-03-29 0 2983
350 현대시의 실험적 정신은 계속 진행형이다... 2017-03-29 0 2271
349 현대시의 흐름을 알고 시작(詩作)을 시작(始作)하자... 2017-03-29 0 2219
348 현대시는 "단절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2017-03-29 0 2467
347 시는 추상적인 표현과 원쑤지간이다... 2017-03-29 0 2729
346 시심의 모든 밑바탕은 지, 정, 의를 근본으로 한다... 2017-03-29 0 2168
345 시가 "디지털혁명시대"와 맞다들다... 2017-03-27 0 2398
344 프랑스 시인 - 폴 엘뤼다르 2017-03-27 0 3303
343 시어는 삶과 한 덩어리가 된, 육화적인 언어로 련금술해야... 2017-03-27 0 2318
342 시는 한점의 그늘 없이 화창해야 한다... 2017-03-27 0 2435
341 시인아, 어쨌든 있을 때 잘해야지...그리고...상투는 없다... 2017-03-24 0 2071
340 시인의 "적막한 키스"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것인가... 2017-03-23 0 2332
339 시와 련관성이 없는 "무의미시"의 낱말로 제목화할수도 있어... 2017-03-22 0 2471
338 이순신 장군 시 모음 2017-03-21 0 3010
337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것들이 많단다... 2017-03-21 0 2515
336 류시화 시 모음 2017-03-21 0 5865
335 새가 나무가지를 못떠남은?!ㅡ 2017-03-21 0 2523
334 <새(鳥)> 시 모음 2017-03-21 0 2713
333 시제는 그 시의 얼굴로서 그작품의 질과 수준을 예감할수도... 2017-03-21 0 2796
332 시의 제목을 첫행이나 끝행으로 할수도 있다... 2017-03-20 0 2466
331 시의 제목에 의하여 시의 탄력이 생긴다... 2017-03-18 0 2494
‹처음  이전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