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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야, 어서 빨리 오너라... 닐리리 우리 함께 놀아나 보쟈...
2017년 12월 09일 21시 03분  조회:2150  추천:0  작성자: 죽림

<평화 시 모음>  

+ 아름다운 세상 

이름도 
생김새도 다른 
참새 비둘기 갈매기들이 한데 어울려 
모이 쪼는 광경을 봅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양식 나누는 그 모습이 
너무도 어여쁩니다 
오갈 데 없이 남루한 흑인 하나가 
느긋한 표정으로 
먹이 봉지 안고 서서 
한 줌씩 천천히 뿌려줍니다 
아, 우리가 진정 원하는 세상이란 
바로 저런 
조화가 아닐까요 
(이동순·시인) 


+담쟁이덩굴 

비좁은 담벼락을 
촘촘히 메우고도 
줄기끼리 겹치는 법이 없다. 

몸싸움 한 번 없이 
오순도순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진초록 잎사귀로 
눈물을 닦아주고 
서로에게 믿음이 되어주는 
저 초록의 평화를  

무서운 태풍도 
세찬 바람도 
어쩌지 못한다. 
(공재동·시인) 


+ 평화 

누구라도 그를 부르려면 
속삭임으론 안 된다. 
자장가처럼 노래해도 안 된다. 
사자처럼 포효하며 
평화여, 아니 더 크게 
평화여, 천둥 울려야 한다. 

그 인격과 품위 
그 아름다움과 평등함 
그가 만인의 연인인 점에서도 
새 천년 이쪽저쪽의 최고인물인 
평화여 부디 오너라고 
사춘기의 순정으로 
피멍 무릅쓰고 혼신으로 
연호하며 불러야 한다. 
(김남조·시인) 


+ 평화나누기 

일상에서 작은 폭력을 거부하며 사는 것 
세상과 타인을 비판하듯 내 안을 잘 들여다보는 것 
현실에 발을 굳게 딛고 마음의 평화를 키우는 것 

경쟁하지 말고 각자 다른 역할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일을 더 잘 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좀더 친절하고 더 잘 나누며 예의를 지키는 것 

전쟁의 세상에 살지만 전쟁이 내 안에 살지 않는 것 
총과 폭탄 앞에서도 온유한 미소를 잃지 않는 것 
폭력 앞에 비폭력으로, 그러나 끝까지 저항하는 것 
전쟁을 반대하는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이 평화의 씨앗을 눈물로 심어 가는 것 
(박노해·시인) 


+ 내 손과 발로 무엇을 할까 

세끼 밥 굶지 않고 나 혼자 등 따뜻하다고 행복한 게 아닙니다. 
지붕에 비 안 새고 바람 들이치지 않는다고 평화로운 게 아닙니다. 
내가 배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습니다. 
내가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습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 옮길 때 작은 벌레와 풀잎이 발 밑에서 죽어갑니다. 
남의 허물을 일일이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아당기던 손아귀와 
남의 얼굴을 함부로 치던 주먹을 거두어야 할 때입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게 사랑입니다. 
사랑해야 우주가 따뜻해집니다. 
내 손을 행복하게 써야 할 때입니다. 
내 발을 평화롭게 써야 할 때입니다. 
(안도현·시인) 


+ 평화平和에 대하여 

풀어 말하자면 
세상이 잔잔한 수면처럼 
고르고 평평하여 
수확한 벼를 여럿이 
나눠 먹는 일이 평화다. 

그래서 전쟁을 겪어본 사람만이 
벼와 밥이 평화라는 것을 안다. 
심각한 얼굴로 승용차를 타고 
바삐 달려가는 도시 사람에게 
세상은 아직 전쟁 중이고, 

올해도 황금 풍년이 찾아온 
은현리 들판은 여전히 태평성대다. 
농부 한 사람 느릿느릿 
논두렁길을 걸어가며 활짝 웃는다. 
그 얼굴이 평화다 
(정일근·시인) 


+ 평화의 걸음걸이 

1. 

1950년 늦여름 
지리산 어느 마을에서의 일이다 
새벽녘 동구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마을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 외길을 지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국군과 인민군이 총구를 겨누며 대치하고 있는 
양쪽 산자락 사이 좁은 오솔길, 
주민들은 숨죽이고 총탄의 여울을 건너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외쳤다 
아가, 뛰지 마라, 절대 뛰어서는 안 된다! 
천천히, 천천히 걸어야 한다! 
그 외침을 방패 삼아 걷고 있는 소년 앞으로 
한 청년이 겁에 질려 뛰기 시작했다 
문득 총성이 들렸고 청년은 쓰러졌다 
숨죽여 걷는다는 일, 
그것이 소년에게는 가장 어려운 싸움이었다고 한다 

2. 

평화의 걸음걸이란 
총탄의 여울을 건너는 숨죽임과도 같은 것 
두려워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두려움과 싸우며  
총탄의 속도와는 다른 속도나 기척으로 걸어가는 것 
심장을 겨눈 총구를 달래고 어루만져서 거두게 하는 것 
양쪽 산기슭의 군인들이 걸어 내려와 서로 손잡게 하는 것 
그 날까지 무릎으로 무릎으로 이 땅의 피먼지를 닦아내는 것  
(나희덕·시인) 


+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약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이선관·시인) 


+ 받들어 꽃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아파트 입구에 모여 
전쟁놀이를 한다 
장난감 비행기 전차 항공모함 
아이들은 저희들 나이보다 많은 수의 
장난감 무기들을 횡대로 늘어놓고 
에잇 기관총 받아라 수류탄 받아라 
미사일 받아라 끝내는 좋다 원자폭탄 받아라 
무서운 줄 모르고 
서로가 침략자가 되어 전쟁놀이를 한다 
한참 그렇게 바라보고 서 있으니 
아뿔사 힘이 센 304호실 아이가 
303호실 아이의 탱크를 짓누르고 
짓눌린 303호실 아이가 기관총을 들고 
부동자세로 받들어 총을 한다 
아이들 전쟁의 클라이맥스가 
받들어 총에 있음을 우리가 알지 못했듯이 
아버지의 슬픔의 클라이맥스가 
받들어 총에 있음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떠들면서 따라오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과 학용품 한아름을 골라주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얘기했다 
아름답고 힘있는 것은 총이 아니란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과 별과 
나무와 바람과 새 그리고 
우리들 사이에서 늘 피어나는 
한 송이 꽃과 같은 것이란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난 과꽃 
한 송이를 꺾어들며 나는 조용히 얘기했다 
그리고는 그 꽃을 향하여 
낮고 튼튼한 목소리로 
받들어 꽃 
하고 경례를 했다 
받들어 꽃 받들어 꽃 받들어 꽃 
시키지도 않은 아이들의 경례소리가 
과꽃이 지는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흔들었다. 
(곽재구·시인) 


+ 평화를 주세요 

촛불 하나 밝히며 
소원을 빕니다. 
예수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평화를 주세요 
이 땅에 
이라크에 
온 우주에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당신의 평화를 주세요 
(박분도) 


+ 평화

오, ...여 
나로 하여금 당신의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범죄가 잇는 곳에 용서를 
분쟁이 있는 곳에 화해를 
잘못이 있는 곳에 진리를 
의심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오, 하나님이시여,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게 하시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게 하시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주는 가운데서 받고 
용서하는 가운데서 용서받고 
죽는 가운데서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성 프란시스) 


+ 평화의 기술자들 

평화의 성령이여, 오소서. 
그리고 우리에게 용서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소서. 
화해하는 기술, 
인내의 기술, 
서로 존경하는 기술, 
서로 나누는 기술, 
단결하는 기술, 
모든 사람을 받아들일 줄 아는 
기술을 가르쳐 주소서. 
그들을 적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 
내 형제 자매로 받아들이는 
기술을 말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당신 평화의 나라를 건설하는 
그런 기술자들이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 
(꼰솔라따 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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