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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소식] - 동심과 함께, 시조와 함께 / 두만강과 함께 ...
2018년 05월 30일 22시 41분  조회:3700  추천:0  작성자: 죽림
‘오색찬란한 동심을 시조에 담아내요’
(ZOGLO) 2018년5월29일 

2018년 연변청소년시조 백일장이 지난 27일 도문시 국경생태원에서 펼쳐졌다. 주내 각 지역에서 온 200여명 학생들이 백일장에 참가해 시조를 지었다.

 

 

<할아버지>, <새싹> 등 6개 제목을 둘러싸고 상상하고 있는 모습들.

 

중화민족의 문학화원에 시조가 한떨기 꽃으로 활짝 피여나게 하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긍지감, 배우는 학생들의 고운 심성을 키워내는 데 취지를 둔 이번 시조백일장은 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와 연변작가협회 아동문학창작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연변교원시조사랑회, 소년아동잡지사에서 주최했다.

이날  행사는 <할아버지>, <새싹>, <너랑>, <새>, <숨박곡질>, <국경> 등  6개의 시제중 하나를 골라 규정된 시간내에 쓰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2시간 동안 부지런히 사색하며 오색찬란한 동심을 글귀에 담아냈다. 심사를 거쳐 훈춘시실험소학교 허정아 학생이 쓴 <숨박곡질> 과 연길시공원소학교 김현정 학생이 쓴<할아버지>가 대상을, 도문시제2소학교 현영 학생을 비롯한 5명이 금상을 받아안았다.

시조백일장은 올해로 3회째 열렸다.연변청소년문화진흥회 및 교원시조사랑회 회장인 허송절은 “불붙는 시조 사랑에 힘입어 다음해에는 우리 연변 뿐만이 아닌 산재지역 조선족 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게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연변일보 글·사진 황련화 리련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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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문학상, 조선족문단의 반짝이는 ‘별’로
(ZOGLO) 2018년5월11일 

- 수상작품들, 우리 문학 현주소 보여줘

- 제5회로 막을 내려, 우리 문단 갈한 목 추겨줘

5월 10일, 제5회 ‘두만강’문학상 시상식이 길림신문사 부총편 유창진의 사회로 장춘 길림신문사에서 개최되였다.

길림신문사 부총편집 한정일이 평의결과를 선독하였다.

평의를 거쳐 채운산(필명 채홍)의 소설〈길고양이의 수난〉, 김철호의 소설〈비누〉, 박장길의 시〈바다〉(외2수), 김정권의 시 〈촌부의 音〉(외2수), 량영철의 수필〈쑥꽃〉이 본상을, 김경화의 수필〈당신의 풍경〉, 김향란의 수필〈서커스는 아파서〉가 청산우수상을 수상했다.

제5회 ‘두만강’문학면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의 총 26기(제104기―제129기)에 50여명 작가들의 소설 10편, 시 70수, 수필 28편, 평론 3편을 실었다.

수상자들은 수상소감에서 작품을 쓰게 된 계기, 창작과정을 소개하면서 문학인들의 교류무대로, 문학에 불타는 열정을 쏟게 한 ‘두만강’문학상 행사 주최측과 후원측에 사의를 표했다.

‘두만강’문학면 책임편집 리영애가 편집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두만강’문학면 책임편집 리영애는 "이번 기 발표된 작품중 특히 젊은 작가들이 쓴 작품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으며 편집과정에 우리 민족 문학 ‘지킴이’들의 투고가 너무 집중되여 되돌려보내기까지 해야 하는 ‘곤혹'을 겪었다면서 미처 작품을 채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편집과정을 소개했다.

제5회 ‘두만강’문학상 평의위원은 연변작가협회 주석 최국철, 길림대학 외국어학원 부원장 권혁률, 연변대학 교수 우상렬 등으로 구성되였다.

우상렬 교수는 평심보고에서 "오늘의 수상작들은 모두 우리 문학의 수준급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길림신문사 사장 겸 총편집 홍길남은  2013년 설치된 ‘두만강(図們江)’문학상은 신문사 5년 계획에 따라 제5회 시상식으로 종지부를 찍게 되였다고 말하면서 "비록 짧디짧은 5년이였지만 ‘두만강’문학상은 우리 민족 문단의 하나의 아름다운 ‘별’로 반짝이였다."고 표했다.

홍길남이 통화청산그룹 리청산 리사장(왼쪽)에게 감사패를 드렸다

행사에서 홍길남은‘두만강’문학상을 후원해 중국 조선족문학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를 한 통화청산그룹 리청산 리사장에게 감사패를 드렸다.

리청산은 "올해로‘두만강’문학상을 끝마친다 하니 아쉽다. 하지만 신문사의 계획에 따른다기에 별방법이 없다. 길림신문사와의 5년간의 합작은 성공적이였으며 아주 즐거웠다. 행사를 통해 많은 문화인들을 알게 되여 너무나도 기쁘다. 돈을 번 기업으로서 문화사업에 대한 일정한 지지는 응당한 일이다.""고 표했다.

5년동안 «길림신문»‘두만강’문학면을 통해 발표된 작품은 소설 42편, 시 318수, 수필 147편, 평론 22편이다. 앞으로‘두만강’문학작품은 데이터베이스로, 도서로 출판될 예정이다.

///길림신문 글 최화기자, 사진 최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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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애(‘두만강’문학면 책임편집)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5월은 신록의 달입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고 희망과 환희의 계절입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오늘 시상식에 참석해주신 래빈 여러분들과 문학인 그리고 수상자들에게 진정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길림신문》은 2013년부터 통화청산그룹의 후원으로 ‘두만강(図們江)’문학상을 설치하고 올해까지 다섯번째 시상식을 펴내고 있습니다. 길림신문사에 5년 동안이나 열정적인 사랑을 베풀어주신 통화청산그룹 리청산 리사장님께 뜨거운 인사를 올립니다.

5년 동안에 《길림신문》 ‘두만강’문학면을 통해 발표된 작품은 소설 42편, 시 318수, 수필 147편, 평론 22편입니다. 그 사이에 투고된 작품은 수백여편에 달하고 늘 원고가 충족했습니다. 특히 판면 디자이너의 뛰여난 상상력으로 작품의 내용과 도안이 융합을 이루고 시각적 충격력이 드러나 ‘두만강’문학면이 더 돋보이였습니다.

《길림신문》 제5회 ‘두만강’문학면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총26기(제104기―제129기)를 펴냈습니다. 투고된 작품은 도합 백여편인데 그 가운데서 50여명 작가들의 작품이 편집되여 발표되였습니다. 제5회 ‘두만강’문학면에는 소설 10편, 시 70수, 수필 28편, 평론 3편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5회 ‘두만강’문학면에 발표된 작품중에는 젊은 작가들이 쓴 작품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5회 ‘두만강’문학작품 원고는 2017년 12월까지 거의다 편집되였기에 그 후부터는 매일 원고를 퇴고하는 ‘곤혹’을 겪어야 했습니다. 어떤 날에는 7, 8편의 원고를 되돌려보냈습니다. 한 이름 있는 로작가의 장편서사시를 되돌려보내면서 우리 민족 문학 ‘지킴이’들의 불타는 열정에 가슴이 뿌듯했고 중풍의 불편한 몸으로 보내온 로시인의 원고를 채용하지 못해 죄송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또한 진정 ‘행복한 고민’이였습니다. 근 넉달 사이에 소설 10여편, 수필 20여편, 시 몇십수를 되돌려보냈습니다.

이 과정에 비록 모든 작품을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수많은 작가들의 ‘두만강’문학면에 대한 다함없는 믿음과 사랑에 진정 고마왔습니다. 진심으로 우리 민족 작가들에게 숭고한 경의를 드립니다.

제5회 ‘두만강’문학상 평의위원은 연변작가협회 주석인 최국철소설가와 길림대학 외국어학원 부원장인 권혁률교수, 그리고 연변대학 교수인 우상렬평론가입니다. 평의위원들은 객관성과 공정성의 원칙하에 4월 29일 장춘에서 수상작품을 엄선했습니다.

평의를 거쳐 참신한 주제, 민족의 보편적인 화제, 인간의 전형적인 정감이나 체험을 다룬 본상 5편(수), 청산우수상 2편을 성공적으로 선정했습니다. 대상은 공백입니다.

문학창작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는 일입니다. 필을 놓지 않고 밤을 지새우며 글을 쓰는 작가들, 대를 이어 정성과 로고의 피땀을 흘리는 수많은 훌륭한 작가들이 있는 한 중국조선족문학은 중국문단에서 뿌리를 튼튼히 내리여 곳곳에서 ‘문학의 꽃’을 활짝 피워갈 것입니다.

다시 한번 이번에 수상한 작가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중국조선족문학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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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두만강문학상,
수상자들 소감 들어봅니다
(ZOGLO) 2018년5월11일 

[수상소감]

채운산: 소외된 사람들, 그들의 아픔을 아파한다

바야흐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이 때 《길림신문》 ‘두만강’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여 참으로 영광입니다.

사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저의 한 친척입니다.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림업작업소의 로동자였던 그는 한국바람에 안해를 떼우고 그 충격에서 헤여나오지 못해 풍을 맞아 결국 양로원으로 들어갔습니다. 매번 그를 보러 양로원에 찾아갈 때마다 내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고 또 떠나올 때면 창문가에 서서 손을 흔드는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처럼 가족이나 사회의 버림을 받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이 어찌 그 뿐이겠습니까? 세상의 구석에 밀려나 사각지대에 놓인 불쌍한 사람들, 그들을 볼 때마다 주인한테 쫓겨난 길고양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군 하였습니다. 소설에 나오는 나나 지령감, 미숙이 그리고 민우는 모두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니, 길고양이와 다름없는 불우한 처지의 티끌 같은 생령들입니다.

비록 사회가 발전하였다고 하지만 아직도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도 나름 대로 삶에 대한 갈구가 있고 인간답게 살려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뜨거운 가슴과 뜨거운 사랑이 있습니다. 다만 그 누군가의 버림을 받아 ‘길고양이’가 되였을 뿐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부모일 수도 형제일 수도 자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애달픈 삶을 조명하고 그들의 아픔을 호소하고저 한 것이 바로 제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문학에 대한 개념이나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때문에 각자가 자기 나름 대로 글을 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문학이 다양화, 차별화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김철호:수상은 ‘빚’이고 ‘독’

집체호 시절이던 1974년 초봄, 연길현문화관에서 문학보도원으로 일하시고 계시던 김영남선생님이 생산대대에서 흑판보랑 꾸려 글개나 쓴다고 소문을 놓고 있던 나를 찾아와 밤을 패면서 문학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 나더러 거짓말하라는 겁니까?” 듣다 못해 한마디 내뱉는 나의 말에 무릎을 탁 치면서 “그렇다니깐!” 하며 술병 밑굽 같은 두터운 근시안경을 추스르던 선생님 모습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시키는 대로 없는 거짓말을 잔뜩 꾸며 만든 글이 소설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그 해 《연변문예》 제10기에 나간 것이 처녀작이니 이 길에 들어선 지도 근 반세기, 44년이 됩니다.

그러나 여건이 되지 않아서 한때 문학을 놓으려고까지 하다가 동시를 썼고 성인시도 썼습니다. 그러나 문학의 첫걸음을 뗀 소설을 항상 잊을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나는 시를 쓰면서도 시보다 소설을 더 많이 읽습니다. 한국에 자주 다니면서 세계적인 소설가들의 작품을 많이 사서 읽었습니다. 후배들이나 제자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기념으로 시집은 쉽게 주지만 소설책은 잘 주지 않습니다. 찐득한 첫사랑의 미련 같은 그런 감정이랄가요? 소설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속엔 이야기가 많이 쌓여있는데 필을 들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글줄도 모자라고 기력도 모자랍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두려움입니다. 외국소설을 많이 읽었는지라 눈이 잔뜩 높아져서 어지간한 건 소설 같지가 않아 손을 댈 수가 없었고 자칫 웃길 것 같기도 해서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련습 삼아, 마지막 기념 삼아 두편의 소설을 써보았습니다. 소설을 후배소설가에게 보였더니 “발표는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선배는 시인이지 소설가는 아닙니다. 소설을 쓰지 말 것을 권합니다. 그냥 시인으로 살아요.” 하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나도 겸손하게 수긍했습니다. 그런데 그대로 버리기가 아까왔습니다. 버리지 않아서 생긴 것이 오늘의 문학상입니다. 후배의 말을 나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천만지당합니다. 다시 읽어도 소설로서의 모자람이 많습니다. 솔직히 수상은 꿈에도 생각 못한 일입니다.

그런데 수상이라는 것 참 ‘독’이 있습니다. 처음 동시를 썼을 때 상을 탔습니다. 그것이 ‘빚’이 되고 ‘독’이 되여서 20여년을 견지했더니 제법 동시가 인정받게 되였습니다. 이번의 수상도 나에게 그런 ‘빚 갚음’의 ‘독’이 되지 않겠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독’과 ‘빚’ 때문에 소설을 쓰고 픈 마음이 자꾸 생기는 걸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지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답을 주겠지요.

졸작에 후한 점수를 준 평의위원님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발표의 문을 열어준 길림신문사에 감사 드립니다.

수상소식이 날아온 날이 4월 29일, 음력으로 3월 14일. 나의 생일날이였습니다. 감동은 배로 컸습니다.

박장길: 두만강, 내 고향의 강 이름

내 고향의 강 이름과 같은 ‘두만강’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여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고 더없이 자랑스럽습니다.

작년 6월 ‘창작휴가’란 배려로 중국작가협회 북대하 ‘작가의 집’에 갔었습니다. 근 10일 동안 매일같이 맨발로 백사장을 걸으면서 푸른 바다를 한자락씩 찢어가지며 쓴 시가 오늘 영예의 수상작인 〈바다〉입니다.

사람은 세갈래 길에 의하여 예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하나는 사색에 의해서입니다. 이것은 높은 길입니다. 둘째는 흉내에 의해서입니다. 그것은 가장 쉬운 것입니다. 셋째는 경혐에 의해서입니다. 그것은 가장 괴로운 길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창작은 아름다운 고통이고 작가의 인생은 지구전입니다. 즉 창작은 올리막길입니다. 나의 선택은 운명적으로 경험에 의한 가장 괴로운 길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전통을 타파하지 않으면 얽매입니다. 전통이 없으면 목동이 없는 양떼이나 혁신이 없으면 시체와 같다고 합니다. 자기만을 고집하면 부끄럽게도 답보, 퇴보하게 됩니다.

최근에 시의 성역을 넓히고 나의 시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여러 류파의 시론 공부에 ‘붉은 정열’을 쏟으며 깊이 느꼈습니다. 시를 창작할 때에는 모든 시의 리론을 잊어버리는 것이 시의 시론이라는 것을!

나의 등을 밀어주는 퍼런 힘으로 무겁게 출렁이는 바다, 세상이 힘들 때마다 그 바다 앞에 지친 마음을 보내 세웁니다. 퍼렇게 멍들더라도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힘든 쉰아홉고개를 넘으리라. 험한 세월의 고개를 넘어가리라.

김정권: 손가락은 오늘도 아프다

수상소감을 쓴다는 것은 행복한 고민입니다. 그러고 보면 고민이란 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시라는 걸 늦게 쓰면서 운 좋게도 세번째로 쓰는 소감인데 매번 쉽게 쓰자 하면서도 신중해지는 까닭은 그만큼 흥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롤모델을 놓고 글을 쓰는 것 역시 행복한 일입니다.

가을이 한참 배 불러 갈 즈음 평론가 김몽선생으로부터 전화 한통 받았습니다. 두만강 부근에 함께 가자는 청이였습니다. 두만강에 가본 지도 꽤 오래되고 강바람도 쏘일 겸 선뜻 받아들이고 이튿날 곧장 그리로 갔었습니다. 저희를 먼저 반겨주는 건 처마 낮은 마루에서 해빛을 쫓던 닭들이였고 줄을 지어 울바자를 둘러싼 속이 빈 항아리들이였습니다.

한 녀인이 문을 열고 나오는데 얼핏 봐도 아주 왜소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까만 손이 저의 손을 잡을 땐 언뜻 참 일을 많이 한 손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저희 눈을 휘둥그레 뜨게 한 것은 집안에 있는 물건들이였습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웃방 절반도 더 차지한 까아만 피아노였습니다. 그 옆엔 구정이 길게 누워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벽에는 비파가 부착되여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집안은 어딘가 ‘부조화’인 풍경인 것 같았습니다. 이따금 허리가 몹시 굽은 로구의 할머니가 보였습니다. 구순된 그녀의 로모였습니다.

그녀가 담근 붉은 앵두술이 거나하게 되자 의례히 그녀의 연주를 들어볼 차례였습니다. 먼저 교본에 따라 피아노를 쳤고 구정을 긁고 비파를 뜯었습니다.

두만강은 그녀의 집에서 50메터도 되나 마나 했습니다. 우리는 두만강에 나가 종일 바람을 쏘이며 거닐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본 전부였고 그 실존인이 다름 아닌 〈촌부의 音〉이였습니다. 홀로 로모를 모시고 자식을 멀리 보내고 밭을 다루면서 글을 쓰는 녀인이였습니다.

그녀의 손끝에 맞아 아픔을 내는 피아노가 보입니다.

그녀의 손끝에 긁혀 통한을 치는 구정이 보입니다.

그녀의 손끝에 뜯겨 그리움 씹는 비파가 보입니다.

그 소리들에 저의 지금의 이 마음도 함께 실어 두만강에 보냅니다.

량영철: 장손이라는 이름으로

아홉살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한무리의 어른들이 내려와 학교에서 공부하는 나를 불문곡직 데리고 올라갔습니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가 세상을 떴던 것입니다. 그 날부터 나는 사흘간 상복을 입고 머리 숙이고 조문객들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장손이라는 사실도 그 때 알게 되였습니다.

그 때부터였을 겁니다. 내가 한해도 빠짐없이 청명과 추석이면 할아버지 산소로 성묘하러 다녔던 것은. 그리고 왜 나는 다니는데 할머니는 다니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던 것은.

장손이였던 고로 나는 할머니의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자식들이 모시지 않는 할머니를 모시게 되는 ‘영예’도 지니게 되였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였지요. 할머니가 후처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직 밝히지 못한 또 다른 비밀들을.

글을 쓰는 사람이 되면서 나는 할머니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쑥꽃을 꼭 수필로 쓰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쓰기는 고사하고 십년간 잠수를 타고 말았습니다.

긴 잠을 잔 죄로 지난해 수필 네편에 소설 세편을 썼습니다. 수필 세편과 소설 한편은 《장백산》잡지에 보냈고 〈쑥꽃〉은 청명날 아침에 썼는데 리영애선생이 5월 4일자로 《장백산》잡지보다 먼저 내줬으니 후에 썼으나 컴백작이라 할 수 있겠지요.

아무튼 그렇게 컴백한 작품이 상을 받는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오래동안 문단과 떨어져있던 사람이 발표도 하고 상도 받는다니 어리둥절하기만 할 뿐입니다.

중국에 왔다가 돌아간 지 얼마 안됩니다. 그런데 또 중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습니다. 이래서 사는 게 재미 있는 걸가요?

이미 상으로 결정 났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따라서 몸이 문단으로 돌아왔으니 더 좋은 작품을 쓰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아직 쓰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들도 쓸 것입니다. 장손이라는 이름으로.

김경화: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봅니다

수상소식을 접한 것은 늦은 오후였습니다.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시골에 계시는 여든넷의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그만 돌아오려고 막 할머니와 작별인사를 하던 참이였습니다. 얼떨결에 ‘두만강’문학상 수필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는 전화를 받았고 돌아오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오로지 글을 쓴다는 리유 하나만으로 저는 제 노력이나 재능에 비해 과분한 사랑과 인정을 받아왔고 받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항상 어깨를 두드려주며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선생님과 제 글을 상으로 뽑아주신 평의위원님들께 감사드리고 이런 자리에서 이런 감사를 드릴 수 있도록 상을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산과 들이 푸르러가고 분홍빛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는 5월에 이런 축복의 시간이 선물처럼 제게 주어진 것에 감사합니다.

〈당신의 풍경〉을 쓰기까지의 그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을 돌아보면 아직은 울컥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내가 살아온 어떤 날과도 다르지 않은 삶의 한 페지에 불과한 것이 될 것임을 믿습니다.

지금 내가 마주앉은 창 너머로 검은 카텐처럼 드리운 밤의 어둠이 있고 그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희미한 불빛 몇개가 있습니다.

나는 캄캄한 어둠이 아닌 반짝이는 불빛을 보고 있습니다.

김향란: 준비된 눈물

서커스를 관람하면서 펑펑 울게 될 줄은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려행상품의 하나로 들어있는 서커스관람 때문에 낯선 서커스극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몰랐습니다. 거기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품고 있던 아픔이 눈물이 되여 서커스란 대목에서 자신의 분출구를 찾았던 것입니다.

아직도 가슴에는 흘릴 눈물이 준비되여있어 마음이 위안되고 풍요로와집니다. 감성이 메마르지 않은 거겠죠.

슬플 땐 슬픈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풀어갑니다.

아플 땐 흐를 눈물이 있어 아픔을 씻어나갑니다.

뭐라 가슴에 할 말이, 채 못한 말이 남아있을 때 글쓰기로 마음에 힐링을 줍니다.

고마운 분들의 격려와 지지로 잠시 쉬였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제 마음을 다독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길림신문/사진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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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 [쉼터] - 손 잃고 손을 그리는 사람, 발로 손을 그리는 사람... 2018-02-20 0 6022
1984 [동네방네] - 요지경이들 기상천외한 화장법 2018-02-20 0 5429
1983 중국 청나라 문인 - 원매(袁枚) 2018-02-20 0 5468
1982 [이런저런] - "가족려행용차" 한대 살가말가... 2018-02-20 0 4570
198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우리 연변지역에 늑대가 있는감?... 2018-02-20 0 4504
1980 [쉼터] - 30년 고민해 쓴 두 글자... 2018-02-20 0 5106
1979 [그것이 알고싶다] - "떡국"?... 2018-02-20 0 3849
1978 [그것이 알고싶다] - 올림픽과 이상기후와의 "전쟁"은 진행형... 2018-02-20 0 4913
1977 [그것이 알고싶다] - 록색...? 갈색...? 2018-02-20 0 5153
1976 [그것이 알고싶다] - 약, 약, 약...또... 2018-02-20 0 5801
1975 [그것이 알고싶다] - 약, 약, 약... 2018-02-20 0 5060
1974 [그것이 알고싶다] - 거미야, 나와 놀쟈... 2018-02-20 0 5461
1973 [쉼터] - 도마배암아, 나와 놀쟈... 2018-02-20 0 5069
1972 [그것이 알고싶다] - "신정"? 양력설, "구정"? 음력설, 춘절... 2018-02-20 0 5264
1971 [그것이 알고싶다] - 윤년?, 윤달?... 2018-02-20 0 5179
1970 [그것이 알고싶다] - 신화, 전설속에서 등장하는 동물들?... 2018-02-19 0 4490
196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독수리 서식,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2-19 0 5241
1968 [쉼터] - 오너라 봄아... 봄아 오너라... 2018-02-19 0 4956
196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자연서식환경,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2-19 0 4993
1966 [타산지석] - 우리 연변에도 "옥수수대들불축제"가 있었으면... 2018-02-19 0 4902
196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참대곰 때문에 웃고 우는 사람들 2018-02-19 0 4723
1964 [쉼터] - 어디 한번 "고래사냥" 떠나볼가... 2018-02-18 0 5301
196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멸종위기동물, 남의 일이 아니다... 2018-02-18 0 5602
1962 [토깨비방망이] - "똑" 잘라갔다... "뚝" 붙잡히다... 2018-02-18 0 3566
1961 [쉼터] - 최대한 "0"으로 살아가자... 2018-02-18 0 3394
1960 "아직 다섯수레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이 방에 들지 말라"... 2018-02-18 0 4948
1959 [이런저런] - 맹장 수술 받고도 썰매 타다니... 2018-02-18 0 5485
195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까치야, 까치야, 네가 "유해조"라고? 2018-02-15 0 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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