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기로 백두산에 오르는 관광코스는 네갈래라고 했다. 헌데 연변의 북쪽비탈로도 올라보고 장백현의 남쪽비탈로도 올라보고 조선의 삼지연쪽 코스로도 올라보았지만 유독 무송현의 서쪽비탈 코스로 올라보지 못하여 천만 유감이였다. 그러던 내가 행운이 터지여 련속 두번이나 무송의 서쪽비탈로 백두산에 오르게 되였으니 이 기쁨, 이 행운을 그 어디에 비기랴.
지난 7월 하순에 필자와 김수영씨는 한국 손님들을 동행하여 백두산과 집안땅을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가지였다. 우리 일행은 북쪽 기슭으로 백두산에 올랐다가 집안 고구려유적지를 유람하고 귀로에 올랐는데 백두산 서쪽비탈 산문을 앞두고 김수영씨는 한국손님들에게 서파(서쪽비탈)로 백두산에 올라볼 의향이 없는가고 물었다. 서파쪽엔 장백산대협곡도 있고 북파(북쪽비탈)보다 독특한 생태계가 있다고 하니 스케줄에 없던 관광코스가 잡히였다. 북쪽비탈과 서쪽비탈 산문간에는 이도백하서 서쪽산문까지 75킬로메터의 환구신작로가 수림속으로 줄곧 뻗어있었다.
밤을 서쪽비탈의 백운봉호텔에서 지새운 우리 일행은 이튿날 아침 5시반에 산문에 들어섰다. 서쪽비탈 산문인데 천지까지의 로정은 44킬로메터라고 한다. 관광용중형뻐스는 새로 닦은 포장용도를 따라 내처 앞으로 달리건만 망망한 림해는 끝간데가 없다.
한식경이 지나 백두의 활엽림대를 지나 침엽림대에 들어서는듯 하더니 김수영씨는 잠간 차를 세우라고 했다. 차창밖으로 내다보니 왼쪽길가에 서쪽비탈 고산화원이라고 쓴 나무표식이 유표하게 나타났는데 그 뒤로는 고원 꼬드개판을 메운 고산화원이 일매지게 펼쳐졌다. 나는 어떻게 차에서 뛰여내렸는지 몰랐다. 먼저 핀 꽃들이 한물 간 뒤여서 무성하는 꽃들은 볼수 없었으나 그래도 이름모를 갖가지 꽃들이 수없이 피여있었다. 고산화원을 처음 보는 한국손님들은 야생화 사진찍기에 여념없다. 그 사이에 고산화원소개를 보니 꼬드개판으로 되여있는 이곳 침엽림꼬드개판은 년강수량 900미리메터이고 해발 1700메터로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토해내고있었다.
관광용뻐스는 계속 앞으로 내달린다. 산정으로 통한 올리막 길에 들어서니 구간구간 길량켠 물도랑 세멘트화가 한창이였다. 아직도 물도랑 세멘트화까지 끝내자면 이슥한 품을 들여야 했다.
올리막길에서부터 수림이 사라지기시작하더니 대면적의 사스레나무림이 나타났다. 민간에서는 자작나무라고도 하는데 밑둥이 실하고 키가 너무 크지 않은 흰색 모양의 나무줄거리가 구불구불 옆으로 뻗어 그야말로 가관이였다. 한국인들은 아이들마냥 련속 탄성을 토해낸다. 북쪽비탈에서는 보기가 흔치 않은 서쪽비탈만의 풍경이니 그럴수밖에 없었다.
사스레나무림대를 지나니 온통 고산초원인데 산우나 산허리나 골짜기나 어디라없이 푸른 단장이다. 이에 걸맞게 이곳의 서쪽비탈은 갖가지 뭇꽃들이 이자 한창이여서 그야말로 선경속을 달리는 기분이였다.
어느덧 관광용중형뻐스는 산정에로의 구비구비를 탈더니 우리 일행을 서쪽 비탈의 산등성이 주차장에 내려놓았다. 이제 한창 걸음마를 타는 서쪽비탈이라 주차장엔 간이음식부와 간이매대가 조금있을뿐 휑덩그렁한 모습이였다. 그래도 아침인데도 관광객들로 붐비고 이색적인 풍치여서 기분만은 좋았다. 이제부터는 포장길이 끝나고 산정으로 통한 계단길이 펼쳐졌다. 여기저기 담가와 담가군들이 보이기에 물어보니 그들은 수요되는 관광객들을 산정으로 세사람이 메여 올린다고 했다. 그러니 계단길이2000여메터나 산정으로 이어 졌다는 말인데 한번 담가로 다녀오는데 250~300원을 받는다고 하니 힘겨워도 도전해볼만한 돈벌이였다.
돌을 깎아 평탄하게 만든 계단길은 산정초원을 따라 곧추 올리뻗었다. 산아래에서는 지기 시작한 꽃들이 산정의 초원에서는 한창이라 식물에 조예가 깊은 40대 초반의 조재형선생은 디지털사진기로 야생화찍기에 여념없었다. 조재형선생한테서 나는 별꽃이요, 구슬봉이요, 룡담이요, 매발톱꽃이요, 구전초요, 황매화요, 노란화살곰취요, 노란물봉이요 하는 야생화이름들을 처음 듣게 되였다. 나이가 한창이라면 식물학자가 되고싶은 마음이였다. 식물학자라면 장백산의 야생화를 전부 사진찍어 분류하면 얼마나 좋아랴싶었다.
그러는 사이 2000여메터 계단길을 조이니 평탄한 산등성이다. 1990년도 표식으로 된 중조 5호 국계비가 시야에 맞혀왔는데 올라선 방향 왼쪽이 중국이고 오른쪽이 조선이였다. 우리쪽은 거무틱틱한 옥주봉(해발 2664메터)이 하늘가로 치솟았는데 조선쪽은 완만하게 점차 높아가는 발가벗은 그대로였다. 그때에야 나는 백두산 산정의 식물류파괴는 인위적인 파괴뿐아닌 자연적인 파괴도 크다는것을 실감하였다.
서쪽비탈산등성이에서 보는 천지모습은 완판 다른 모습이였다. 북쪽비탈쪽에 비하여 휘연한 천지가 거의 그대로 나타나는데 서쪽비탈에서 보는 천지의 오른쪽은 거멓고 들쑹날쑹한 산들이 괴물마냥 안겨들었다. 천지너머 천문봉이며 장군봉이며 천지물이 흘러나가는 곳이며가 마주 바라보여 이국땅에 들어선 기분을 안겨주었다.
사실 이국땅도 옳았다. 말이 중조 5호국계비지 중국측 관광객들은 조선측 땅에서 마음대로 뛰놀아도 관계하는 사람이 없었다. 서쪽비탈로 백두산에 여러번 오른 김수영씨는 이런 현실을 너무도 잘알고있었다.
여하하든 우리 일행은 진짜배기 행운아들이였다. 천지산정에서 내내 하맑은 날씨였으니 이런 복이 또 어데 있으랴싶었다. 누군가가 어제까지 련 12일 흐리며 안개가 끼여 천지를 볼수 없었는데 오늘은 아침내내 개여있다고 했다. 그러니 한국의 젊은 친구 장윤서씨는 한국인의 견해로는 《천지를 보려면 1년에 30일밖에 안 열린다》고 알고있다면서 한국의 지리산이야기를 꺼내였다.
《지리산 천왕봉도 일출보기가 무척 힘들어요. 여간하면 3대가 덕을 쌓아야 일출을 볼수 있다고 했겠나요, 우린 정말 복받은 사람들이지요. 1년에 30일밖에 보지 못한다는 천지, 어제까지 흐려 보이지 않았다는 천지를 아침내내 보고있으니 말입니다.》
인상깊은 이야기였다. 귀로에서, 흥분속에서 굽이굽이 길 따라 25킬로메터쯤 내리니 장백산대협곡이라고도 불리우는 금강대협곡이 우릴 맞아주었다. 관광안내서에서는 《금강대협곡은 장백산천지 서남쪽비탈에서 20킬로메터 되는 곳인 금강상류구에 위치》했고 깊이가 80~90메터, 너비가 200~300메터, 길이가 5킬로메터라고 했으나 눈앞에 보이는 금강대협곡은 깊이가 100여메터, 너비가 근 200메터, 깊이가 70킬로메터에 달한다고 했다.
금강대협곡 입구에서 대협곡까지, 대협곡에서 대협곡 따라 몇리 내려가다가 다시 입구로 돌아오기까지 전부 땅에서 간격을 둔, 널판자를 깐 길이고 입구와 대협곡사이는 넘어진 진대나무들에 이끼가 낀 진짜배기 원시림이였다.
금강대협곡이 이르니 흥분이 고조에 달하는데 비탈이 급경사이고 량측이 원시림으로 쌓인 협곡은 그야말로 장관이였다. 연변쪽의 천연부석림은 비길나위조차없이 협곡내에는 특이한 기암과 절벽이 자리잡았는데 들쑹날숭 어여쁜 자태로 협곡 량측에 치솟은 기암괴석들은 동물, 사람 등 기이한 모습이여서 보면 볼수록 끌려드는 마음을 어찌할수 없었다. 협곡 밑바닥으로는 금강물이 굽이치며 흐르고 있어 현무암으로 된 기반지층이 오래동안의 침식을 받아 깎아지른듯한 골짜기가 이루어졌다는것이 알리였다.
연변쪽에서도 보고 장백현쪽에서도 보고 조선측에서도 본 협곡들이건만 이런 협곡들은 금강대협곡과는 너무도 차이가 컸다. 압록강상류의 대협곡이나 북쪽비탈의 대협곡도 금강대협곡을 따를수가 없으니 금강대협곡이 얼마나 장엄한가를 알고도 남음이 있겠다. 원시림을 나서는 도중에 한그루의 소나무와 한그루의 사스레나무가 뿌리부터 서로 엉키여자란 송화련, 평지나 산간지대들에서도 볼수없는 아름드리 소소리높은 이깔나무가 가끔 보이여도 금강대협곡의 흥분속에 눌리여야 했다.
무송의 서쪽비탈쪽에는 또 산문으로부터 천지까지 구간에 옥란폭포, 두 계단 70메터로 된 금강폭포, 왕지, 온천, 쌍제자하(双梯子河) 등 관광명소가 있지만 서쪽비탈 사스레림대와 산정초원, 천지보기, 금강대협곡이면 족했다. 아침 5.30분에 떠난 관광길이 어느결에 점심으로 이어졌으니 백두산 서쪽비탈만의 이색적인 풍경은 내내 흥분속에서 흘러갔다.
나에게 백두산에 오르는 마지막 관광코스로 되여준 무송의 서쪽비탈코스, 백두산 서쪽비탈에서의 코스는 오늘도 나를 내내 흥분과 경탄속에로 끌어간다. 김수영씨와 리경호씨의 덕분임을 마음속에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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