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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여행(32)ㅡ눈내리는 4월에 대포산 빗나가다
2006년 04월 08일 00시 00분  조회:4478  추천:95  작성자: 리함
내 고향 여행(32)

눈내리는 4월에 대포산 빗나가다

리 함

1

전날의 화사한 봄날이 하루만에 흩날리는 눈발로 돌변하며 밤에 제법 때아닌 한겨울의 눈세계풍치를 이루더니 오늘 4월 8일 아침도 눈발을 토해낸다. 하건말건 연우산악회 일행 16명은 신들메를 조이며 룡정의 대포산 산행길에 오른다. 이색적인것은 상공님의 《령》으로 향기님, 목장님, 차차님이 자가용을 등장시킨것이라 하겠다.

연길로잔(老站)서쪽가 우의식당 도로변을 떠난 세 검은색 자가용은 산악회 일행을 나뉘여싣고 20~30분만에 룡정시 원 기공학교 운동장에 이르렀다. 이곳 기공학교는 흐지부지하다가 2002년 6월부터 룡정시 종합고중이 들앉으며 한국인 려산님이 교장을 맡고 경영해 왔는데 벌써부터 대기하던 신입회원 려산님이 따뜻이 맞아드린다. 종합고중을 돌아보고 다같이 룡정 서남쪽 산기슭에 위치한 시약수동샘물공장 구내에 들어서니 오전 9시다.

헌데 룡정구간이니 안내한다던 려산님도, 언젠간 대포산에 올랐다는 상공님도, 등산경력이 꽤나되는 보통님도 얼떠름해지니 이거 야단이다. 샘물공장의 40대일군과 문의하니 첫 골안아닌 다음의 약수동샘물골 어구에 초막집 한채가 있으니 그리로 향하면 될거라고 한다. 그래서 필자의 주장으로 서남골 첫골에 들어서는 일행을 돌려 세워 샘물골어구 초막집을 찾으니 주인이 외출한 빈집이다. 별수없이 체육부장님이 《산신체조》를 시키고 갈길을 재촉하니 눈덮힌 봄날의 산야가 도시의 세멘트바닥에 찌든 이들을 들먹인다.

2


골안길 왼켠은 온통 소나무밭이여서 그 경치가 도시사람들을 싹 죽여준다. 금방 산신체조에 이어 향기님이 마련한 노란등산용수건을 저저마다 목에 매니 송이님은 중국력사에 나오는 《황건적떼》가 바로 우리들이란다. 《황건적 화적패》가 나아가니 눈덮인 소나무밭도 무색할 지경이라고 할가. 필자는 오늘 신입회원—한국인 박씨님, 신벗님과 봄날의 겨울풍경 사진기념을 남기고서야 직성이 풀려간다. 디지털사진을 찍어준 이는 우리의 미더운 상공님이다.

서남으로 한식경이나 골안길을 조이니 서남향 골안은 두갈래로 나뉘여진다. 앞서가던 패들은 주저없이 오른쪽—북쪽골로 굽어든다. 이 골안에서 북으로 산을 넘으라했으니 그럴상 싶다. 그러면 지나친 첫 골안과 마주 띄울거라고만 느껴진다. 그래서 앞패들을 따라 북쪽골로 휘여드는데 산기슭 오른쪽 켠에 땔나무용 참나무를 찍어 무져놓은 나무무지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듯 조용한 휴식터로 되여준다. 산신님은 시골의 풍경 예아닌가고 유머를 터뜨린다.

이때다. 흩날리던 눈발들이 무더기 눈으로 되여 온 하늘을 꽉 메우며 마구 쏟아져 내린다. 4월의 청명직후에 내리는 눈을 두고 송이님이 때맞추어 내리는 이런 눈을 중국에서는 서설(瑞雪)이라고 한다며 서설이 내리면 풍년들 징조라고 말하니 한국인 려산님, 신벗님은 한국에서는 춘설(春雪)이라고 한다며 보기드문 4월의 눈내림이라고 기꺼워한다. 필자도 소학교 저급학년때인 1963년인가 1964년도 4월 16일에 전에없는 큰눈이 내리여 대지가 때아닌 눈속에 덮혀버린적이 있고 나이 반백에 두번째로 보는 4월의 봄눈인듯 하다며 기념사진을 청드니 옥저님이 참나무무지에 앉은 일행을 디지털사진기에 잡아둔다. 기념이면 이런 기념사진 어디서 찍어볼가, 일행은 웃으며 떠들며 눈내리는 4월의 봄날을 즐긴다. 그러는 모두의 엉덩이 바지부분은 눈에 촉촉히 젖어들어 또 다른 봄날의 풍치를 이룬다.

3


이제부터는 발구길따라 북쪽산발을 타야 한다. 산중턱에도 오르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숨결이 고르롭지가 못하다. 그래도 세대차이는 세대차이여서 여느때와 같이 송이님이 최전방에 나서는 장군인양 일행의 전위(前卫)에서 산발 숫눈길을 헤쳐간다. 송이님과 동행한 이들은 《남장군》에 못지않은 《녀장군》—봇나무님 그리고 보통님 등 여럿이다. 그외는 줄레줄레, 띠염띠염 한일자로 늘어섰다.

후위(后卫)를 이룬 이들은 필자와 더불어 상공님, 목장님, 신벗님, 박씨님, 뿌리님, 봄비님 등이다. 중위(中卫)에 선 옥저님이 후위를 멈춰세우고 또 하나의 기념사진—설경을 찍어준다. 뒤를 돌아보라고 하니 모두가 와—탄성을 지른다. 발구길을 가로지른 이름모를 나무가 천만가지를 뻗으며 4월의 눈을 들썼는데 그보다 더 가관인 설경은 이 세상에서 두번 다시 찾아볼수 없으리만치 매혹적이다. 옥저님이 한국드라마—《겨울연가》가 울고갈 설경이라고 극찬하자 여기저기서 맞장구로 호응한다. 나이와는 관계없이 동심에 젖어든, 행복이 흐르는 시각이 참으로 좋았다.

했으나 어이 알았으랴, 일행이 오르는 북쪽산발이 주말산행의 목적지—룡정의 대포산과 빗나가는 멀고먼 산길이라는것을.

전체일행이 눈내리는 산등성이에 오르자 이곳 산등성이는 동서로 주름잡으며 산길이 뻗어갔는데 아름드리 소나무쪽에서 풍겨오는 산뜻한 산의 정기가 일신을 휘감으며 온몸에 샘솟는 힘을 느끼게 한다. 상공님은 산의 정기가 정신을 맑게 한다며 정기세계에 깊숙히 빠져든다. 너도나도 례외가 아니다.

잠간 다리쉼을 할때 서쪽켠에서 차차님 등이 마주오며 서쪽가는 대포산행이 아닌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동쪽으로 산등성이를 타는데 산길은 마침 북쪽 산비탈로 꺽어든다.

《북쪽 산비탈을 내리면 되겠구만!》

《저 골안이 아까 서남행 첫 골안인것 같소.》

중구난방으로 떠드니 때늦게 대포산행 길을 찾은것 같았다. 인젠 산행길을 찾았으니 쉬고 볼판이다. 정오를 앞둔 11시반, 약수동샘물공장을 떠나 여기 북쪽 산등성이에 오르기까지 2시간 반을 흘러보냈으니 쉴만도 했다. 서로서로 배낭에 지닌 홍차며 콩물이며 송이술이며 무우쪼각이며 명태오리며 갖가지를 내여놓으니 산간의 간이오찬이 시작을 고한다. 아직도 눈내리는 산속세계는 어딜 보나 새뽀얀 천지여서 아늑한 산속 간이오찬이 좋기만 하다.

4


드디여 북쪽비탈을 내려야 하는데 《동쪽》구간에 바위무리가 나타났다. 눈속을 헤치며 바위가로 다가서니 저쪽산 《동쪽》에 웅장한 바위산이 안겨들고 바위산 왼쪽 골안켠으로 저 멀리 《룡정》이 춤추는듯 시야를 충격한다. 찾고저하는 대포산이 저기런듯 싶다. 앞서간 일행을 찾으니 기다리던 상공님 등은 골안너머 저 높은 바위산인것 같다고 한다. 그에 걸맞게 일행은 이미 북쪽비탈을 저만치 내려가고 있었다.

(아무렴, 골안너머 높은 바위산이 아니면 <룡정>이 보이는 저 동쪽산이겠지!)

뒤떨어진 필자일행은 앞서간 송이님, 차차님, 향기님, 신벗님 등 일행을 다좇기 시작했다. 기분이 상쾌한것은 여기 골안은 숲이 우거진 깊은 골이고《남북》이 웅장한 바위산이여서 경치가 그림같이 아름다운 산곡간이라는것이라 하겠다.

이에 따라 북쪽비탈은 꽤나 경사도를 가진 길고긴 비탈지대인데다가 가랑잎이 발목을 넘어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눈속세계에서 일행 16명이 한일자로 뒤를 이은데서 가랑잎 헤쳐나간 자리가 제법 해묵은 오솔길을 방불케하여 인상적이였지만 그것도 잠간이였다. 조금만 주의하지 않으면 궁둥방아를 찧기기 십상이여서 산내리기 어렵다던 북도끼봉 남쪽비탈은 여기 비탈에 비하면 어른격이였다. 년장자인 려산님은 걸음걸음 주의에 온 신경을 모아야 했다. 그래도 궁둥방아를 피해갈수는 없었다.

옥저님, 상공님, 산신님, 목장님, 봇나무님, 봄비님 등 일행은 뒤패로 북쪽산비탈을 내리고야 말았다. 이런 뒤패가 녹아내린 골안물에 새우가 보인다며 오염하나 없는 맑디맑은 골안물을 즐기다가 골안남북 바위산에 눈길을 팔 때 송이님, 향기님, 차차님 등 일행은 저만치에서 앞서더니 보이지 않았다. 필자는 《대포산》에 오르지 않는다고 《불만》이 《태산》 같았으나 어찌할수 없었다. 옥저님, 상공님은 벽계수 흐르는 여름날에 경치좋은 이곳에 다시 와서 《대포산》에도 오르며 산행을 즐기자고 하는데야. 대포산을 빗나간 썩 후에야 이구간 바위산에 오르지 않은것이 잘된일이라는것을 깨달았으니 일행에 감사를 드려야 했다.

5


얼마를 내렸는지, 골안은 《룡정》쪽으로가 아니라 자꾸만 룡정쪽과 멀어지는 느낌이였다. 그만큼 골안은 왼켠으로, 왼켠으로 향하기만 했다. 산신님 등은 저앞에 비암산 중계탑이 보인다고 했다. 필자가 룡정쪽으로 가는데 어찌 비암산 중계탑이 보일수 있겠느냐고 했으나 사실앞에서 시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골안어구 저멀리 보이는것은 틀림없는 비암산이요. 중계탑이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 일행은 비암산 서쪽 평강벌이 보이는, 평강벌 최동단 해란촌 남쪽골안—소팔포강골안을 따라 내리고 있었다.

어이없는 일이란 이런 때를 말하는가 싶다. 약수동샘물공장 남쪽 첫 골안을 내린다는것이 멀리 에돌아 화룡 동성구간 소팔포강골에 떨어졌으니 억이 막힐 지경이다. 사슴우리가 보이고 인가가 보이는 곳에 이르러 당지 분들과 물으니 여긴 소팔포강골이 옳고 우리가 대포산으로 여기던 웅장한 바위산이 《범의 코등》이라고 한다. 그럴듯한 바위산 이름이였다.

이같이 연우산악회 일행 16명은 본의아니게 눈내리는 4월 8일에 룡정의 서남간 대포산을 찾다가 화룡 소팔포강골에 빠져들었고 골안을 빠진후 비암산 남쪽가를 에돈 해란강따라, 철길따라 동으로 10리쯤 거리를 이어가야 했다. 약수동 샘물공장 어구마을에 이르렀을 때는 오후 1시 직전이니 20여리 산행길에 거의 4시간을 흘러보냈다는 말이 된다. 비록 대포산을 찾지 못했으나 눈내리는 산간의 남북비탈을 오르고 내렸고 경치좋은 소팔포강 골안 바위산구간 산행지를 찾았으니 행운이라면 큰 행운이 아닐수 없다.

산행의 봄날에 눈내리는 4월을 맞이한 우리 일행, 대포산 빗나가다 경치수려한 화룡 소팔포강골에 안긴 우리 일행, 우리 일행은 산의 정기를 듬뿍 안은 복받은 일행—산악인들이였다.


손수 자가용을 내여주고 몰아준 향기님, 목장님, 차차님 고맙습니다!
모처럼 룡정의 옛 동흥중학교 구간 비빔밥 점식식사 마련해준 려산님 고맙습니다!
룡정 해란강경기장에서 펼쳐진 우리 연변팀 올해 첫 축구경기에 일행전체를 초대해준 차차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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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특송
날자:2006-04-10 03:06:19
여름철엔 이번에 내려오던 골짜기로 <범코등산>에 한번 오릅시다. 경치도 수려하고 샘물터도 있고 산세도 웅장한것이 한번 올라볼만한 산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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