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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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쓰거운 뱀술
2010년 01월 21일 10시 49분  조회:1015  추천:33  작성자: 림금산

수필     

               이세상 제일 쓰거운 뱀술

                              림금산

20년전, 가을 조선에 나갔다가 판문점이란 곳에 가보았다. 책에서도 많이 보아왔고 시구나 이야기에서도 많이 들은 귀찮은 곳이 판문점이다. 판문점에 들어가기 너무나 슬퍼 나는 그때 뱀술을 마이고 떠났었다.

그때 내가 든 방은 개성시 자남산 호텔 2 12호실이였다. 역시 백여평되는 2등 객실이였는데 나혼자 독차지했었다.

한잠 푹 자고 이튿날 아침식사가 끝나자 곧 판문점으로 나간단다. 나는 판문점에 나가기전 그 10여분을 두고 정신을 가다듬어 울었다. 어쩐지 판문점에 나가기가 별스러워졌다. 그렇게 무서웠던 곳, 그렇게 한번 제눈으로 보고싶엇던 곳 어제와 오늘 내일에까지도 민족의 심장을 끊어내릴 지구상의 흑점, 나는 피곤한 마음 두려운 심정을 안고 긴- 탄식을 뿌리며 이 길을 걸어야 햇다.

그때 210호실에서는 내가 데리고 견학간 중국 연변의 우수학생대표 7명이 한창 통일의 노래를 배우고있었다. 조용한 자남산호털정원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가 절절하게 퍼졌다.

훈춘에서온 꾀꼴새소녀 박은화학생이 애들한테 노래를 배워주고있었다. 2-3차 따라부르더니 애들의 노래가 여물어가고있었다. -통일이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나는 슬픔과 애절한 마음을 달래며 서성거리다가 술병을 발견했다. 금강산 삼일포에서 반쯤 마이다 남은 술, 사로중앙국제부 김룡절부장님이 나의 가방에 넣어준 6백원짜리 뱀술, 술병을 높이들고 바라보니 뱀은 병속안에서 배배탈린채 독한 50도술에 꼬부리고 있었다.

누구도 없는 큰 방에서 나는 안주도없이 머지않은 곳에 뱀처럼 누워잇을 3.8선을 마주하고 이 세상 제일 쓰디쓴 술을 꿀꺽꿀꺽 병나발 했다 아마 내가 술을 배워서 제일 쓰고 제일 재수없이 마인 뱀술, 독한 술일것이다.

1층에 내려오니 토이기대표단이 방금 도착했다. 그들도 판문점을 구경하러 온것이다. 그들의 심정도 나처럼 슬플가? 그럴수가 없을것이다. 서방의 여러 날라들과 동방의 많은 나라들, 아프리카나 남미주의 많은 나라들에서온 관광객들에게는 3.8선이 한낮 구경거리, 웃음거리일수도 있다. 그들은 한담하면서 웃으면서 이 뱀같이 탈린 3.8선을 볼수도 있을게 아닌가?!

여기엔 오직 나만이 재수없이 술이없인 차마 북위 38도선을 볼수없는 존재인것이다.

현관을 나서니 온 호텔정원엔 쓰르라미들의 구슬픈 울름소리가 꽈악차 메여온다. 쓰르람이들도 아마 이세상 외롭고 쓸쓸한 나그네의 병든 신음을 알고있는걸가?

이윽고 빨간 하이야 두대와 소형뻐스가 왓다. 나는 제일 앞에있는 하이야에 몸을 잠그었다. 하이야는 조용히 판문점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나는 거치른 눈을 차창밖으로 휘둘렀다. 마구 헝클어져 스산하게 흩어진 묵은 수풀사이로 철쪼망이 얼기설기 거미줄처럼 태질햇는데 하이야는 그냥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뱀술이 온몸에 골고루 펴져 나의 피와 함께 소품쳤다. 나는 눈앞이 아려나서 아예 두눈을 꼬옥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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