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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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충북으로 가다 9.
2010년 04월 06일 08시 20분  조회:974  추천:14  작성자: 림금산

11. 사과의 도시 충주

 

충청북도에서 그래도 꼽을만한 도시는 충주라 하겠다. 우리 일행은 충북에서 두번째로 크다는 도시 충주로 향했다.

충주로 가는 차안에서 동양일보사 조철호회장께서 재미나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옛날 송강정철의 자손이 되는 정호란 분이 있었는데 영조때 인물이였단다. 그가 늙으막에 벼슬을 그만 두고 충주에 내려가 살고있었는데 하루는 리형좌가 왕의 령을 들고 찾아왓단다.

정호는 마침 회초리같은 배나무묘목 여라문 그루를 밭뚝에 심고있었단다. 이를 리형좌가 웃으면서 말했다.

어느 세월에 배를 따시려고 수고스러운 일을 하십니까?”

정호의 나이가 그때 이미 여든이였으므로 배가 열릴때까지 살아계시겠냐는 뜻이였다.

그런 일이 있은후 여러해가 지나 리형좌가 다시 정호를 찾아가니 조촐한 주안상이 들어오는데 큼직한 여라문개가 곁들어져 있었다. 먹어보니 참으로 맛이 좋은 배였다.

이처럼 맛이 좋은 배를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그러자 정호가 이마의 주름을 펴면서 말했단다

 

언젠가 그대가 찾아왔을때 심은 나무에서 딴것이요그대는 내가 배를 먹지못할줄 알았지만 배를 따먹기 시작한지 벌써 몇해째나 된답니다…”

아마 그때로부터 심기 시작한 과일나무였는지 충주시 도처에 사과향기 넘쳐나고 지어 가로수들도 그대로 사과나무로 되여있는 거리가 많았다. 그리고 도처에 사과향이 -- 풍길정도로 사과광고가 이쁘고 환하게 나붙어있었다

실로 사과의 고향이란 말이 과하지 않았다. 가로수에 달린 연지꼰지를 빨갛게

찍은 사과들이 탐스럽게 웃고있는데 어느 길손하나 사과를 다칠념 않는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사과를 무드기 쌓아놓고 파는데 돈주고 사서 먹으면 먹었지 길거리에 나무에 달린건 누구든 다치지않는건 거의 습관적이고 관례로 되여있는듯 싶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살구알이 크기도 안컸는데 누가 필하는지 이미 망가버리기가 일쑤인데 말이다.

살구가 나무에서 당하는건 둘째치고라도 길거리의 택시문화만 봐도 말이 안나갈정도로 한심한게 요즘 우리가 사는 많은 중국 중등도시의 현실이다.

차라리 택시안의 의자에다 흰천을 씌우지나 말았으면 얼마나 좋을가? 그걸 씌워놓으니 거기에 진때가 다닥다닥 묻어 택시기사보다 손님이 부끄러워나기가 일쑤다. 외국손님들한테 택시를 불러줄 경우만 차안을 한번 들여다 보고난 뒤에야 모시게 된다.

 

12. 감자꽃노래비

 

충북수부도시였었다는 충주에서 우리의 발걸음을 제일 먼저 끄당겨간 곳은 탐금대였다. 나는 소년아동신문사에서 일하다보니 그래도 감자꽃노래비앞에 먼저 발길을 멈추게 되였다.

 

자주꽃 핀건

자주감자

파보나마다

자주감자

 

하얀 핀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선생님께서 지으신 동요 감자꽃 아로새긴 감자꽃노래비 이쁘게 세워졌는데 주위는 파아란 잔디가 - 깔려있고 뒤로는 총총한 소나무들이 푸르게 우거져 있었다.

권태응선생님은 충주시 칠금동에서 태여났는데 일본이 조선반도를 강점하고 창씨개명을 한답시고 우리 민족 이름자마저 일본어로 고칠때 이를 저항하여 동요 감자꽃 썼는데 널리 알려지고 불리워졌던것이다.

보는바와 같이 권태응선생은 일본군국주의자들이 조선민족을 자기들 마음대로 짓밟으려는데 대비해 자주빛감자꽃밑에 파묻힌건 흰감자일수 없고 힌감자꽃밑에 파묻힌 자주감자일수 없다는 우리 백의민족은 절대로 일본민족으로 될수없다는 점을 짧디짧은 동요로 강렬하게 호소한것이다.

충주에서의 가을밤, 밖에서는 사과향기가 진하게 풍기는데 시청안에서는 우리들의 명사시낭송회 문화의 향기를 듬뿍듬뿍 풍기고 있었다.

몇몇 시인들이 찾아와 명함장을 건네주는데 들여다보니 시청의 분들이였다. 시청기관에까지 시회가 성립되여있었는데 도시의 문학정신이 뼈처럼 뿌리내리고 있음을 측면으로도 능히 엿볼수 있었다.

도지사까지 충주에서 내려와 시낭송에 참여하였고 저녁식사도 직접 충주시장이 동석해주어 더욱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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