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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20여년전 "이른 봄 이월"(早春2月)이란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작가 유석(柔石)이 쓴 작품인데 참 예술화가 잘된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그 제목 "이른봄 2월"이 퍽 마음에 들었다.
강남은 "이른 봄 2월"이겠지만 나는 그래도 우리 북국엔 "이른 봄 3월"이라고 부르는게 더구나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3월의 산은 언제나 그처럼 생생하게 싱싱하게 거짓없이 파랗게 푸르다.
3월의 산은 푸른 색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하아얀 웃음속에서 숨쉬고 오월, 사월, 더우기는 봄의 시작인 삼월앞에 기막히게 웃어준다
아직도 찬기운이 그냥 숲속을 기여다니지만 삼월의 산은 언녕 봄을 잉태하고 있는것이다. 혹간씩 가둑나무 사이에 나타나는 버드나무는 벌써 꺾을래야 꺾을수 없게 물이 올라 팔팔하다.
비탈의 진달래는 은근히 춤출 예비동작으로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아직도 채 녹지않은 잔설을 헤쳐보면 그 밑엔 벌써 송곳같은 생명이 눈을 따끔 찔러놓는다.
그 추운 계절, 집안에서만 놀아대던 아이들은 나무꼬챙이를 들고 비탈에 바장이며 무엇인가 찾아헤맨다.
부식토는 점점 가슴부풀기 시작하고 그우로 더운 바람이 한줌씩 두줌씩 스쳐지나간다. 산은 이런 의미깊은 철학속에서 숱한 소박한 이야기를 그들먹이 쏟아낸다. 다람이의 이야기, 토끼들의 이야기, 꿩이나 메새의 이야기로 굉장한 합창을 준비한다.
작디작은 깸알부터 여리디 여린 산나물부터 푸르디 푸른 하늘 한 쪼각까지 모두다 봄의 천사를 종교처럼 우러른다. 꼼지락대는 아기손같은 햇풀이며 그냥 떨어지지 않고 아지에 붙어서 한들거리는 솔방울이며 녹을랑 말랑 하는 골짜구니의 건물진 산속시내며 실로 봄앞의 다정한 숨결들이다.
지금 저 산은 그냥 짙푸르게 웃어버릴 준비다. 내맘속에 창창히 열려지는 산의 가슴, 좀더 시간이 흘러 흐드러지는 산보다 아직 청순하고 싱싱한 삼월의 산은 그래도 신성해서 더 좋다.
이제 사월이 돌아누우면 벌써 땅이 익어가면서 그 신비로움이 많이 줄어들고 신령한 기운이 좀 눅적해지는게 어딘가 조금은 아쉽다...
언젠가 년세가 지긋한 한 소설가님을 만나 어느 여자를 두고 한담하다가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운데가 없다던 말이 기억난다. 원인인즉 너무나 세련되고 깔끔하다는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동감이 갔다. 나도 사실은 너무나 다음어진 녀인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귀엽고 사랑스러운데가 없기때문이다. 조금은 단순하면서도 야하고 조금씩 실수같은것이 있으면서도 부끄러워할줄 아는 그런 타입이 더 좋을상싶다...
좀 성숙되고 숙련된 자세보다 나는 그냥 한오리의 더운 바람으로 좋아하는 삼월의 산이 더욱 매너가 있어보인다. 세련된 기법이나 쓰찔보다 무기교가 더욱 사랑스럽다.
산은 삼월앞에 진짜 싱싱한 소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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