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아침 5시경 나는 예나 다름없이 연집하강뚝 아침시장을 거닐었다. 아침 날씨는 유난히 따스하였다.
(허참 이런 날씨에 탐석하지 않고 언제 하겠나) 나는 아침시장을 거닐다말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였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배낭에 무릅까지 오는 고무장화를 넣고 수상시장 정류소에서 6선뻐스를 잡아타고 연길역으로 갔다.
《도문으로 가는 표를 주십시요》 《몇시 차 말입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매표구에서 매표원이 준 표를 상세히 보니 발차시간은 6시 48분 이였다. 플래트홈을 바라보니 기차는 이미 역에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급기야 대합실승강기를 타고 검표구를 지나 공중다리를 날래게 달아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뿡ㅡ》기적을 울리며 서서히 연길역을 떠났다.
기차는 약 50분만에 도문역에 이르렀다. 나는 도문역 광장 동쪽부근에서 3륜차를 타고 도문해관다리로 향하였다.
넓다란 아스팔트 길 량옆에 가즈런히 줄지어선 살구나무에는 흰꽃, 분홍꽃송이가 울긋불긋 피여 꽃향기가 그윽하였다. 과일나무는 왜 먼저 꽃이피고 후에 잎파리가 자라는지? 화초는 왜 잎파리가 먼저 자라고 후에 꽃이 피는지 도무지 알리가 없었다. 그래 녀성은 꽃이라면 남성은 잎파리란 말인가. 그렇다, 꽃은 영원히 아름답다. 먼저 핀꽃도 아름답고 후에 핀 꽃도 아름다울뿐만아니라 잎파리가 안받침한 꽃은 더욱 아름답다.
실로 지난 4월 19일, 20일 력사상 보기드문 폭설의 흔적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정녕 이 대지에 봄이 찾아왔다. 봄, 봄마다 애석인들이 발목을 잡게하는 두만강 강변에도 따스한 봄, 백화가 만발하는 봄이 찾아왔다.
《오늘은 어느 돌밭으로 갑니까?》
해관다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택시운전사의 물음이였다. 그자리의 택시운전사들은 나를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마패 돌밭!》
《자 오르시요. 인차 떠나겠습니다.》
택시는 어느사이에 일광산기슭 언덕마루로 달리고있었다. 필자가 굽이쳐 흐르는 두만강기슭에 자리잡은 반달형 돌밭을 바라보는 순간 6년전 문자석, 별나라석에 남다른 정을 두고있는 석우 리함씨와 두만강수석산지를 개척하느라고 도보로 이 언덕을 넘나들던 그 옛일들, 리함씨가 이 반달돌밭에서 수자석 《三》자를 탐석했다고 흥이겨워 이야기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택시는 간평촌, 하평촌을 지나 마패에 대이였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하천뚝에 올라 두만강 쪽으로 발길을 재우쳤다.
두만강 제방뚝에 이른 나는 그만 아연실색하고말았다. 작년 가을만 해도 목짜른 장화를 신고서도 섬의 돌밭으로 들어 갈수 있었는데 제방을 하느라고 물골이 바뀌여서인지 도무지 건널수가 없었다.
두만강 제방뚝을 따라 한참 걷고나니 제방뚝우에 난데없는 오토바이가 세워져있었다. 사방을 일별하니 강기슭에서 고기를 낚고있는 낚시군의 오토바이였다. 아, 그렇다. 봄마다 서로 만나는 낚시군이로구나. 나는 낚시군 뒤를 가로찔러 두만강기슭에 이르렀다.
두만강기슭의 실버들에도 버들개지가 소담하게 피였고 나무가지 우에는 까치가 《까ㅡ까ㅡ》노래 부르고있었다. 백양나무 밑에 있던 한쌍이 들꿩이 인기척에 놀랐는지 《프드덕ㅡ프드덕ㅡ》 두만강을 자유로이 날아 조선측 산기슭에 자리잡았다. 실로 조류들은 국경선이 넘나보다.
돌밭에 이른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작년만 해도 이 돌밭에 검실검실하고 굵직굵직한 돌들이 많았는데 어디에다 《호구》를 올렸는지 돌구멍만 남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을뿐이다. 아마도 별장을 짓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한것임이 분명하였다.
나는 서운한 마음을 가시고 탐석에 몰두하였다. 그러는데 강건너 조선쪽에서 《이겨라! 이겨라! 우리 편이 이겨라!》라고 웨치는 응원소리, 호각소리, 확성기에서 울러오는 노래소리가 그칠줄 몰랐다. 아마도 봄철교내운동대회를 하는것만 같았다.
대자연의 바람소리, 산새소리, 동음소리, 기적소리, 어린이들 웨침소리, 노래소리ㅡ실로 이 모든것이 합류되여 나만의 이 애석인을 환영하며 좋은 돌을 탐석하라고 응원하는것만 같았다. 그래. 오늘 이 대자연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애석인에 속한다.
필자는 오후에 주은 돌 몇점을 모래우에 놓고 연출하고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온 아까 낚시군이 벙긋이 웃으며 다가왔다.
《좋은 돌을 주었습니까》
나는 주먹만큼한 소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이것은 주봉이요, 이것은 부봉이요, 이것은 산기슭의 옹달샘이요, 밑자리가 반듯하고 뒤통수가 잘생겼다고 일일이 그에게 설명하여주었다.
《야, 그 쌍봉이 정말 멋이 있으꾸마》 낚시군은 모래우에 텁석 앉으며 나에게 담배한대 권한다.
나도 배낭을 헤쳐 작은 보온병에서 더운 물을 따라 그에게 주며 서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해가 서산에 기울어서야 생각밖으로 운이 좋아 탐석된 립석 바위경(높이 36센치메터, 너비 12센치메터, 두께 9센치메터 좌우) 한점, 소품 쌍봉 한점, 《0》으로 된 문자석 한점, 문양석 한점을 배낭에 넣고 흐뭇한 마음으로 귀향길에 올랐다.
기차에 몸을 실은 나는 호주머니에서 문양석을 꺼내보았다.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필경 여우놈을 닮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는 뽀쪽하고 두앞발을 들어 싹싹비비며 애걸하는 형상이 검은 색바탕에 노란 석영으로 그려져 있었다. 실로 살아 움직이기라도 하는 형상이다. 다만 꼬랑이가 범에게 물리웠는지 아니면 가두었는지 짤룩한것이 흠이라 할가.
이 세상엔 완전완미한것이 없다고 아마도 수석이 아름답고 슬픈것은 완성된 수석이 없기 때문인가 본다. 나는 완성보다 아름다운 미완성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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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옥저
날자:2006-05-07 07:21:59
한폭의 스케치 풍경화같은 탐석기 잘 읽었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풍경속에 고즈넉이 몸을 담고
홀로의 생각을 질주하는 당신
또 다른 세계로의 삶의 방식을 깨우쳐줍니다.
인생의 의미는
때론
이처럼 홀로,
그리고 스스로에게서 찾아보며
하루해를 보낸다는 것도
역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라 생각되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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