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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수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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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봄볕속 두만강행 마냥 좋아
2006년 04월 28일 00시 00분  조회:3874  추천:73  작성자: 두만강수석회
【수 필】

봄볕속 두만강행 마냥 좋아

리 함

1

4월의 폭설이후 처음으로 맞는 완연한 봄이다. 룡정서 출발한 삼합행택시는 씻은듯 구름한점 없는 4월의 푸르른 하늘아래로 달리는데 신화구간 부처골어구를 지나고 재박골에 접어드니 평소 얌전한 색시같이 조용히 흐르던 륙도하가 누런 감탕물이 되여 물사품을 이루며 세차게 흘러내린다.

《때아닌 봄날에 무슨 물이 이리도 많을가?》
《말도 마시오. 벌써 사흘째입니다. 눈석이물이지요.》
《눈석이물이 이다지도 붓는단 말입니까?》
《눈이 강산같이 내렸으니 그럴수밖에요. 첫 2일간은 물이 더 불었답니다.》

한족운전사와 필자사이 대화, 두만강탐석행에서 느낀 첫 놀라움이다.

택시는 벌써 륙도하를 거스르며 선바위를 지나고 명동을 지났다. 룡정과 두만강사이를 가로지른 소소리높은 오봉산—오랑캐령이 눈앞에 펼쳐진다. 필자는 또 한번 놀라움에 사로잡혔다. 며칠전 폭설이 산발따라 대지를 덮고있었는데 주봉을 이룬 오봉산이 온통 희디흰 눈세계이니 말이다.

《연길쪽은 눈이 전부 녹아버렸는데 이 지대는 아직도 눈사태군요!》
《그렇지요. 오랑캐령은 눈만도 한메터 두께로 내렸답니다.》
《그랬어요?》

필자는 입을 딱 벌리고말았다. 일전에 연변텔레비뉴스에서 룡정시 폭설이 40여센치메터를 이른다더니 오랑캐령은 한메터를 웃돌았단다. 그러니 산마다 눈세계일수밖에 없고 눈석이물이 물사태를 이룰수 밖에 없었다.

2

오늘 두만강 탐석행 동반자는 두만강문인수석회의 귀재 김봉세씨. 둘은 대자연이 빚은 눈사태 걸작을 두고 운전사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지신구간을 지나고 지신록장쪽에 접어드니 길가 량켠은 밀어낸 눈무지들이 얼기설기 쌓여 있다. 폭설이 내려 사흘째 오후 3시에야 길이 통했다니 한메터나 되는 눈이 일조일석에 녹아버릴수가 없었다.

오랑캐령을 넘으니 또 세번째 놀라움에 빠져들어야 했다. 오랑캐령 북쪽지대가 아직도 두터운 눈의 세계일 때 오랑캐령 남쪽지대는 눈이란 볼래야 볼수조차 없었다. 10센치쯤 내렸다는 양지쪽 눈이 봄볕에 가신듯 사라지고 대신 폭설이 지나간 산천은 한껏 기지개를 켜며 구수한 흙냄새를 풍겨주었다. 산하나를 사이두고 남북지대는 이렇듯 판이한 대조를 이루었다.

산굽이, 산허리, 산코숭이마다에, 산벼랑마다에 소나무숲 우거진 오랑캐령 남쪽지대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산지대를 이루었다. 그런 속에서 치마주름처럼 잡힌 골짜기산발들이 하늘끝에 닿기라도 하듯 련련히 두만강가로 쭈욱 뻗어내려갔다. 높고높은 삼천리강산의 문경고개가 오르면서 70리, 내리면서 70리라더니 오랑캐령에서 두만강가로 이어진 굽이굽이 골짜기는 저그만치 25리를 이루고있었다.

택시는 반시간만에 우릴 두만강가에 내려놓았다. 드디여 따사로운 봄볕속의 둘만의 두만강탐석이 시작되였다.

탐석지는 삼합 동쪽구간 두만강가 휘트인 조개턱이다. 부근 룡정시 삼합진 승적촌의 사람들이 이같이 부르는데 벌써 수차나 다녀간 조개턱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상 싶다.

아스팔트길을 내리니 버드나무, 백양나무 우거진 고느적한 숲속인데 버들개지가 통통 살이 쪄 오르고 버들숲이 푸르무레 물이 올라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두만강이 크게 굽이를 도는 조개턱 구간은 아지랑이 아물거리며 쌍쌍이 물새들이 우짖는데 두만강강심속에 좁게 쭉 뻗은 모래부리엔 수십마리의 물오리떼가 여유작작 노닐고, 두만강 물우에도 한무리 물오리떼가 동동 떠있다.

3

말그대로 온 누리에 가득차 흐르는 봄이다. 완연한 봄이다. 쏟아져내리는 봄볕이 좋아 두만강 탐석행은 첫걸음부터 신나기만 하다.

《바깥세상이 좋구나!》
《두만강가 만세!》

오랜만에 따스한 봄볕안은 김봉세씨와 둘은 아이들처럼 좋아 야단을 부려 보았다. 그속에서도 두만강 모래부리의 물오리떼는 인기척을 모르는지 해바라기에 빠져있다. 그런 물오리를 놀래우고싶지 않아 우린 제각기 강가 멀리를 에돌아 돌밭을 주름잡아 나아갔다.

3월 24일 올들어 첫 홀로의 가야하 석현아래 탐석행에서도 그러했다. 봄이 발뼘발뼘 다가서는 그날도 날씨는 따스하기만 했는데 잔잔한 가야하 물우에 30~40마리의 물오리떼가 자유로이 자맥질하고있었다. 그런 물오리떼를 놀래울라 탐석하다말고 강가를 멀리 에돌아 그 구간을 피해 주었었다. 그때를 생각하노라니 웃음이 피씩 터져 오른다.

그럴 때 갑자기 《왝-왝》하는 물오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얼결에 머리를 들고보니 수십마리 물오리떼가 약속이라도 하듯 자지러지게 울어대며 하늘하늘 날아오르고 있었다. 우리 측 소몰이군 몇이 강변에 나타났던것이다. 아쉽기만 했으나 물오리들은 소몰이군들을 원망하기라도 하듯 혹은 조선측으로, 혹은 우리 측으로 날아나 버리였다.

《미물인 물오리들은 국경도 없구만.》

가까이 다가온 김봉세씨가 유머를 터뜨린다. 그러는 유머가 별스레 가슴을 친다. 사람들도 날개가 있어 국경을 모르고 저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예면 얼마나 좋으랴 싶다. 이런 마음을 알아맞추기라도 하듯 물이 고인 버들숲가에서 기름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 봄을 맞아 처음 들어보는 기름개구리 울음소리다. 그에 걸맞게 물오리떼들은 다시 강심의 모래부리에 날아들어 봄날을 즐긴다.

4

점심참을 앞두고 목화송이같은 소담한 흰 구름이 서북쪽하늘에 떨기떨기 떠오른다. 그 시각 둘은 조개턱 돌밭속의 아늑한 백양나무아래서 점심참을 풀었다. 산놀이, 들놀이면 이보다 더 좋을가, 김봉세씨가 손수 마련한 약주를 두어잔 마이니 대자연속 봄놀이 주인공은 바로 우리들이였다.

또 오후 한때의 탐석이 이어졌다. 행운스럽게도 김봉세씨는 천막모양의 수석한점 줏고 필자는 구멍이 숭숭한 자지색 수석 한점 주어들었다. 복판에 끼인 까아만 돌쪼각을 꺼내니 동그랗게 패인 구멍은 뒤벽까지 관통하고 있었다. 수석인들마다 즐기는 구멍난 투석 한점이였다. 수석다운 수석 한점을 얻는다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인양 쉬운 일이 아니지만 뭇생명을 소생시키는 대자연속 봄볕은 우리 수석인을 무시하지 않았다.

어느덧 4월의 따사로운 태양은 남쪽하늘을 지나 하루길로 통한 서산쪽을 뉘엿뉘엿 넘보기 시작하였다. 봄날의 하늘아래 해동갑하여 온 우린 아쉬운대로 후일을 기약하며 두만강가 조개턱을 떠나야 헀다. 룡정행 택시에 올라서도 마음은 두만강 돌밭에가 있는다. 그래서 봄볕속 두만강 탐석행 마냥 좋기만 하지.

(2006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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