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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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앞에 서면
2014년 07월 05일 14시 47분  조회:2419  추천:6  작성자: 허창렬
앞에 서면
 
오척장신
공자님앞에 서면
저절로
깊숙히
고개가 숙여지고
 
구척장신
부처님앞에 서면
말문이
철문이 되여
꾸욱
닫기고
 
말이 많은 네앞에 서면
어리둥절
새 소리인지
뱀이 기여가는 소리인지
간밤에 달을 보고
놀란 개
짖는 소리인지ㅡ
 
아예 할말을
잃는다
아예 할말마저
모두
버린다...

존재의 리유 1
 
거기
잘 익은 홍시먼저
얼굴이
빨갛게
붉어지고
 
거기
잘 썪은 두엄먼저
량심이
봄풀처럼
파랗게
되살아나는 곳
 
까맣게
멈춰버린 시간속에
하얗게
우리들의
웃음이
어여쁜 꽃으로
피여나는
 
꽃밭에 서서
꽃 이름을
모르겠거든
꽃이라고
이름 지어 
부르지도
마라
 
진달래
봉성화
개나리
즈레밟고
홀로 가는 마음은
마냥
조심스럽다
 
가다가
이름석자에
말고삐 물리고
가다가
돌아서서
둥근 소 영각소리에
추억을 잘근잘근
안주삼아
씹으며
 
산다는건
아직까지
살아야만 하는
그 존재의 리유
하나만으로도
나를 다시
완성해가야
하리
 
이 세상은
우리들의 존재의 리유
하나만으로도
항상 밝고
지친듯이
뭇별은 찬란하다
아침은 더욱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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